애플 제품을 만드는 세계 최대의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LCD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콘의 LCD사업 진출은 애플에 LCD패널을 납품하는 기업들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을 최대 고객으로 삼고있는 LG디스플레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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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혼하이정밀 회장 |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만의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이 중국에서 LCD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폭스콘의 모회사인 혼하이정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폭스콘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 시당국과 디스플레이 공장 설립에 관한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폭스콘은 이곳에 최대 350억 위안(약 6조438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이 각각 얼마씩 분담할지 등 구체적 사항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만약 투자계약이 성사될 경우 폭스콘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직접투자가 된다.
궈타이밍 혼하이정밀 회장은 지난 8월 정저우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폭스콘의 한 고위임원이 디스플레이사업팀과 함께 공장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정저우를 찾기도 했다.
폭스콘이 중국에 LCD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주춤해진 성장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폭스콘은 지난해 1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제품 위탁생산으로 벌어들였다.
폭스콘의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년 전 처음 애플 제품을 생산할 당시 53%나 되던 매출성장률은 지난해 1%로 급락했다. 순이익 성장률도 같은 기간 37%에서 13%로 추락했다.
이는 인건비가 두 배 이상으로 뛰어 비용이 증가했고 애플이 페가트론과 위스트론에 생산물량 일부를 맡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콘은 애플 제품용 LCD패널 공장을 세워 애플에 직접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거듭나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LCD패널이 고부가가치 부품이라는 점 때문에 폭스콘이 이번 중국공장 설립에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6과 아이폰6 플러스의 전체 부품 가격은 각각 196.10달러와 211.10달러인데 이 가운데 LCD패널 가격은 각각 45달러와 52.50달러다. LCD패널이 전체 부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분의 1이나 된다.
폭스콘은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190억 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여력은 충분하다. 또 정저우에 이미 아이폰에 들어가는 메탈 케이스 등 주요 부품 생산과 조립을 담당하는 공장이 있어 부품 운송비용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폭스콘이 LCD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애플에도 좋은 일이다. 폭스콘의 참여로 납품업체가 늘어나면 애플은 좀더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부품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애플에 LCD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일본의 샤프, 재팬디스플레이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된다.
폭스콘이 LCD 공장을 설립하더라도 기술확보 등에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큰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경쟁사보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저가공세에 나설 경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의 최대 고객인 LG디스플레이가 큰 타격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애플 아이폰6과 아이폰6 플러스의 경우 LG디스플레이의 공급 비중이 최근 약 50%까지 높아져 있다고 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