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이 부동산신탁회사 1위 자리를 어떻게 수성할까?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시장의 활성화에 따른 경쟁기업의 영향력 확대로 영업수익(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차 회장은 지난해 인수에 참여한 동부건설과 시너지를 내 도시정비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한국토지신탁,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늘어날 듯”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13일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2016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일감을 확보할 것”이라며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수주가 늘어나 전체 신규수주 금액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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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 |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부동산신탁회사 최초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을 수주하는 등 모두 1762억 원 규모를 신규수주했다. 지난해 11곳의 부동산신탁회사가 수주한 금액(1조1천억 원)의 16%가 넘는 일감을 한국토지신탁이 따냈다.
한국토지신탁은 특히 관리형토지신탁보다 수수료가 높은 차입형토지신탁 상품에 주력했다.
차입형토지신탁은 땅을 보유한 위탁자가 신탁회사에 토지를 맡기면 신탁회사가 계약서의 내용대로 개발업무를 대신 해주는 것을 말한다. 신탁회사는 시공사를 선정해 분양과 유지관리까지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하는 등 사업의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데 시장환경이 좋을수록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차입형토지신탁에서만 전체 신규수주의 86%를 따내며 향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차입형토지신탁의 비중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급성장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차입형토지신탁의 비중이 60%대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사업 등의 신규수요가 늘어나 대형건설사들이 수주하지 않는 틈새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은 건축심의가 완료됐거나 조합이 이미 설립돼있어 차입형토지신탁사업보다 상대적으로 공사 착공이 수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 차정훈, 신탁회사 선두 유지할까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1651억 원을 내 11개 부동산신탁회사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한국토지신탁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은 2013년만 해도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한 부동산신탁업 시장점유율이 36%에 이르렀다. 당시 업계 2위였던 코람코자산신탁(12%)보다 시장점유율이 3배나 높았다.
하지만 신규 부동산신탁회사 인가가 늘어나고 증권사의 신탁업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31%, 2015년 23%에 이어 지난해 2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쟁기업인 한국자산신탁과 코람코자산신탁은 10% 안팎이던 시장점유율을 모두 15%까지 올렸다.
한국토지신탁을 이끌고 있는 차정훈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 회장은 소유하고 있는 반도체부품기업 MK전자를 통해 2013년부터 한국토지신탁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2015년에 이사회를 장악하며 경영권을 완전히 접수했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의 시장점유율이 반등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 확보에 쏟았던 노력이 무색해질 수 있다.
차 회장은 신탁회사와 시공사의 계열화 효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차 회장은 지난해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가 동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으로 세운 키스톤에코프라임에 700억 원을 투자했다.
차 회장은 시공사인 동부건설을 통해 도시정비사업의 수주능력을 끌어올리면서 기존에 다른 시공사들에게 의뢰하던 수수료 등을 절약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