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이사(사진)이 유럽 시장에서 모이다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실리콘투> |
실리콘투는 그동안 기업 간 거래(B2B)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다만 최근 현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면서 ‘유럽판 올리브영’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시선도 떠오르고 있다.
7일 실리콘투가 공개한 매장 현황을 종합하면 유럽 시장 내 모이다 점포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에 모두 15곳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매장 30곳 가운데 유럽 점포 수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출점 속도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빨라졌다.
2025년 말 유럽 모이다 매장은 영국 2곳과 프랑스 1곳 정도였다. 올해 영국 3·4호점과 이탈리아 1호점, 프랑스 2호점, 포르투갈 1·2호점 등이 추가되면서 점포 수가 적잖게 늘었다.
진출 국가도 영국과 프랑스에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까지 넓어졌다.
실리콘투는 4월25일 밀라노의 주요 쇼핑거리인 코르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탈리아 첫 모이다를 열었다. 7월18일에는 파리 샹젤리제에 466㎡(약 141평) 규모의 두 번째 파리 매장을 열었다. 이는 모이다 점포 가운데 가장 큰 큐모다.
8월에는 포르투갈 포르투에 1호점을 열었고 이어 리스본에도 318㎡(약 96평) 규모의 2호점을 냈다. 실리콘투는 올해 포르투갈뿐 아니라 스페인과 독일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추가 출점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실리콘투는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 담당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 오프라인 매장 운영 인력도 채용했다. 모이다 전담 매장 디자인 인력도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점포가 늘어나는 데 맞춰 국가별 매장 운영조직을 갖추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운 대표도 모이다를 앞세운 해외 오프라인 사업 확대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7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이다 매장은 현재 18개 수준인데 스페인·독일·포르투갈 등에도 1호점을 낼 것”이라며 “여기에 프랑스·이탈리아 등에 추가 출점해 올해 37개까지 확대하고 내년에는 100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실리콘투는 7월 모이다 파리 샹젤리제점 개점 당시 포르투갈과 독일, 스페인, 두바이 등으로 출점 지역을 넓혀 2027년까지 세계 매장을 10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같은 달 포르투갈 2호점 개점을 발표하면서 내년까지 현지 매장을 5곳 이상으로 늘리고 독일 베를린과 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네덜란드 등으로 출점 지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유럽 시장에서 K뷰티 수요는 해마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만 여러 브랜드를 한곳에서 취급하는 현지 K뷰티 전문 오프라인 채널은 아직 시작 단계로 평가된다.
세포라나 부츠 등 대형 화장품 유통사가 K뷰티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한국의 올리브영처럼 다양한 K뷰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전문 편집숍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리콘투가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에서 모이다를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은 이런 점에서 주목받는다. B2B 사업으로 K뷰티 저변을 넓게 확장하면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K뷰티 전문 오프라인 채널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CJ올리브영은 미국을 중심으로, 무신사뷰티는 중국을 중심으로 영토를 확대하려는 점을 감안할 때 실리콘투는 이들이 아직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유럽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유럽은 K뷰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다양한 한국 인디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대형 K뷰티 전문 편집숍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모이다를 통해 한국 브랜드가 현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주목받는 제품도 오프라인 매장에 신속하게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 초기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모이다 파리 샹젤리제점은 개점 첫날 실리콘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냈다. 첫 구매 고객 가운데 60.4%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코스알엑스와 메디큐브, 조선미녀 등 약 90개 브랜드의 1300여 개 제품을 판매한다.
물론 모이다가 ‘유럽판 올리브영’까지 갈 길은 멀다.
실리콘투의 주력사업은 여전히 B2B다. 올해 상반기 기업고객 대상 사업인 CA 매출은 706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94.33%를 차지했다. 해외 유통업체가 실리콘투의 플랫폼에서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구조가 실적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모이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해도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점포가 늘어날수록 임차료와 인건비, 재고관리 등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게 된다.
| ▲ 실리콘투가 유럽에서 모이다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실리콘투의 K뷰티 편집숍 ‘모이다’의 포르투갈 포르투 1호점 매장. <실리콘투> |
그럼에도 김 대표가 기존 B2B 사업과 성격이 다른 직영 편집숍에 투자를 늘린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기존 사업에서는 실리콘투가 현지 유통업체에 K뷰티 상품을 공급했다면 모이다에서는 직접 판매할 브랜드와 상품을 고르고 매장 구성과 재고까지 관리한다. 현지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지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존 B2B 사업을 보완하는 역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리콘투는 해외 기업 고객의 주문을 받는 동시에 국가별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선호도를 바탕으로 현지에 맞는 제품 구성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모이다에서 쌓이는 판매·회원 데이터까지 활용한다면 해외 유통업체에 제안할 브랜드와 상품을 고르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나는 셈이다.
실리콘투가 유럽계 사모펀드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유치한 자금은 모이다 사업 확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투는 8월 CVC캐피탈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스타링크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3천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실리콘투는 투자금을 미국과 유럽에서 구축한 유통·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 현지 유통망과 물류 기반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사업 확장 여력도 커진 셈이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향후에도 유럽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출점을 이어가는 한편 현지 고객과 관광객 모두가 K뷰티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형 프로모션을 확대할 것"이라며 "모이다를 대표 K뷰티 체험 및 유통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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