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루이지애나주 해크베리에 있는 캐머런 LNG 수출 설비 주변을 철조망이 둘러싸고 있다. <뉴시스> |
LNG 수입 물량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던 한국은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고려해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있는데 유럽과의 경쟁이 물량 확보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은 최근 LNG 재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기준 유럽 내 LNG 저장 설비 가동률은 약 71%로 예년 평균인 87%를 밑돌았다. 이는 2009년 이후 통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육로로 들여와 주로 이용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당 공급선이 사실상 막혔다. 이후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해상 수급 차질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했다.
이에 유럽이 중동 외 지역에서 LNG 조달을 늘리려 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입국과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로이터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선박 추적 자료를 인용해 지난 9월 미국산 LNG의 54%가 유럽으로 향해 아시아(26%)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의 헬레 오스터가르드 크리스티안센 수석부사장은 지난 9월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에너지 포럼에서 로이터를 통해 “유럽 구매자들이 미국산 LNG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와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발 LNG 수요 증가로 올겨울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사이먼 플라워스 회장은 로이터를 통해 “올겨울 LNG 가격이 MMBtu당 4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LNG의 국제 거래에서 주로 사용하는 열량 단위인 MMBtu는 약 25만kcal의 열에너지에 해당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 LNG 가격인 JKM 선물은 9월22일 기준 MMBtu당 26.05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50%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셈이다.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 에너지로 평가된다.
이에 유럽을 비롯해 친환경 정책 목표를 높게 설정한 국가에서 적극 도입해왔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중동 내 LNG 생산 설비가 타격을 입고 주요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수입국 사이에 조달 경쟁이 벌어질 공산이 커졌다.
| ▲ LNG 운반선 마스호가 9월3일 인펙스사가 호주 다윈항에 운영하는 설비에 접안해 있다. <연합뉴스> |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LNG 수입국인 한국에도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한국 또한 호르무즈발 LNG 공급 감소에 대응해 미국을 비롯한 국가로 수급처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유럽발 가격 상승과 물량 확보 경쟁으로 다변화 정책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가스연맹이 지난 9월15일 관세청 자료에 기반해 발표한 8월 LNG 수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호주와 미국,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LNG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LNG 수입은 지난 6월 전월과 비교해 130.1% 증가한 86만4763톤으로 중동산 공백을 일부 메웠다. 7월 수입실적이 없던 브루나이와 앙골라에서도 각각 19만46톤과 6만4428톤을 들여와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반면 그동안 한국 LNG 수입처 비중에서 3위였던 카타르발 물량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의 주요 공급처 가운데 하나였던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에너지 생산 시설이 손상돼 지난 3월24일 한국 관련 계약을 포함해 일부 계약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더구나 한국이 LNG 대안으로 석탄 사용 비중을 늘리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파이낸설타임스는 한국을 비롯한 국가의 LNG 사용 감소가 석탄 증가로 이어질 여지가 크지 않다는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시각을 전했다. 석탄 발전 설비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환경과 대기오염 규제 때문에 가동을 늘리기도 힘들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결국 유럽 각국이 LNG 재고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비중동 지역에서 조달을 늘릴수록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 수급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호주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에너지의 리즈 웨스트콧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LNG 대안 조달처를 모색하려 하지만 LNG 공급 부족을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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