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8월 18~19일 경기도 고양 NH인재원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NH농협생명 > |
△2027년 방카슈랑스 특례 만료 앞둬, 채널 다변화 시험대
NH농협생명은 전국 지역 농·축협을 핵심 판매망으로 삼아 성장한 방카슈랑스 중심 보험사다. 다만 이 영업모델을 뒷받침해 온 방카슈랑스 규제 특례가 2027년 3월1일 종료 예정이다.
방카슈랑스 ‘25% 룰’은 은행이나 지역 농·축협 같은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한 생명보험사의 상품을 전체 신규 모집액의 25%를 넘겨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금융기관이 계열 보험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막고 보험사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에는 규제 예외가 적용돼 왔다. 농협중앙회의 공제사업이 보험사로 전환된 역사와 지역 농·축협의 영업구조를 고려해 자산 2조 원 미만 농·축협은 두 회사 상품을 판매할 때 비중 제한을 받지 않는다. 별도의 완화된 비율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 자체가 없어 농협 보험상품만 취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산 2조 원 이상 농·축협은 전면 면제 대상은 아니다. 2026년 기준 이들 조합이 계열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비중은 생명보험 25%, 손해보험 33%다. 자산 규모에 따라 농협생명 상품의 판매 여건이 달라지는 구조다.
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판매 실적에서 금융기관보험대리점 채널이 차지한 비중은 2024년 96.19%, 2025년 96.60%, 2026년 1분기 98.31%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2025년 말 기준 전국 1110개 지역 농·축협에서 발생한 월납 초회보험료도 전체의 60%를 웃돌았다.
특례가 연장되지 않으면 자산 2조 원 미만 농·축협도 25% 룰을 적용받게 된다. 농협생명으로서는 지역 농·축협을 통한 보험 판매가 크게 제한돼 상품 구성과 판매조직을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할 수 있다.
2026년 7월에는 특례를 5년 연장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2건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가운데 한 법안은 특례 적용기한만 연장하고, 다른 법안은 자산 2조 원인 면제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았다. 2026년 8월27일 현재 두 법안 모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돼 있어 연장 여부와 적용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특례 연장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농협과 지역 조합은 농촌지역의 보험 접근성과 조합 수익을 유지하려면 특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특정 보험사 상품에 판매가 집중되는 구조는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의 상품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투자손익 동반 감소, 2026 상반기 순이익 77% 줄어
NH농협생명은 2026년 상반기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함께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장기 수익기반은 확대됐지만 이를 당기 실적으로 연결하는 과제가 한층 무거워졌다.
농협생명은 2026년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수익 2조2990억 원, 영업이익 1120억 원을 거뒀다. 영업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7.5% 감소했다.
순이익은 35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547억 원보다 77.3% 줄었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순이익은 702억 원이었다. 보험과 투자 부문의 수익성이 나빠진 데 더해 농협 계열사로서 부담하는 농업지원사업비가 순이익을 더 낮췄다.
보험 본업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2026년 상반기 보험손익은 116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002억 원보다 41.9% 감소했다.
농협생명은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 적용에 따른 손실계약비용 증가와 사업비 가정 변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계리감독 선진화 방안은 해약률과 손해율, 사업비 등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가정을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금융당국의 조치다.
투자손익은 2025년 상반기 679억 원에서 2026년 상반기 32억 원으로 95.3% 감소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보험부채 평가와 관련한 보험금융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보험료를 채권 등에 운용해 얻는 수익이 늘더라도 보험부채 관련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 투자손익은 줄 수 있다.
장기 수익성 지표는 개선됐다. 상반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601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2% 증가했다. 6월 말 보유 CSM도 4조7721억 원으로 2025년 말보다 4976억 원 늘었다.
농협생명은 박병희가 취임한 2025년에도 수익성이 후퇴했다. 2025년 영업이익은 4541억 원, 당기순이익은 2155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9%, 12.4% 줄었다. 지급보험금과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이 늘면서 보험손익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IBNR은 보험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은 보험금에 대비해 쌓는 준비금이다.
다만 2025년에는 주식·채권 운용손익 개선과 대체투자 손상 감소로 투자손익이 2024년 442억 원 적자에서 649억 원 흑자로 전환해 보험손익 감소를 상쇄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모두 줄면서 순이익 감소폭이 커졌다.
| ▲ NH농협생명의 실적 그래프 <비즈니스포스트> |
△AI로 가입설계·문서처리 자동화, 농축협 영업 효율화
NH농협생명은 2026년 인공지능(AI)을 가입설계와 문서처리에 적용하며 보험영업과 내부업무의 자동화 범위를 넓혔다. 고객용 챗봇보다 농·축협 창구와 보험심사 등 실제 업무현장을 보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농협생명은 2026년 7월15일 AI 광학문자인식(OCR)을 적용한 통합 이미지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OCR은 이미지 형태의 문서에서 글자와 정보를 읽어 데이터로 바꾸는 기술이다. 보험금 지급심사와 보험계약 인수심사, 방카슈랑스 영업, 자산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서를 자동으로 인식·분류하도록 했다.
앞서 5월28일에는 농·축협 영업환경에 맞춰 개발한 ‘AI가입설계시스템’의 기술특허와 비즈니스모델(BM) 특허를 동시에 출원했다. 고객의 기존 보장과 납입 가능한 보험료를 분석해 상품과 특약 조합을 제안하고, 가입조건과 상품 규칙을 점검해 청약 오류를 줄이는 시스템이다.
농협생명이 가입설계 AI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특유의 판매구조가 있다. 대규모 전속설계사 조직보다 지역 농·축협 의존도가 높고, 창구 직원이 금융업무와 보험판매를 함께 담당한다. 건강·치매·간병보험처럼 특약이 복잡한 상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AI로 설계시간과 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커졌다.
보험업계도 AI를 상품 추천에만 한정하지 않고 보험계약 인수심사와 보험금 지급심사, 문서처리와 반복업무 자동화로 확대하고 있다. 사람의 판단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대량의 계약자료를 분석하고 단순 업무를 줄이는 생산성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에 있다.
농협생명은 기존 업무자동화 체계도 확대해 왔다. 2025년 기준 전체 사무소의 약 절반이 63개 업무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활용해 연간 약 5만9천 시간을 절감했다. RPA가 정해진 절차를 반복 수행했다면 AI 가입설계와 OCR은 고객별 조건이나 비정형 문서를 분석하는 쪽으로 자동화 범위를 넓힌 것이다.
△저축성보험 줄이고 건강·치매·간병 확대
NH농협생명은 2026년 들어 종신보험과 치매·간병·요양보험을 잇달아 출시하며 보장성보험 라인업을 확대했다. 박병희는 기존의 저축성보험 축소 기조를 이어가면서 고령층의 치료비와 돌봄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에 힘을 싣고 있다.
2026년 1월2일 출시한 ‘스텝업700NH종신보험’은 20년납 구조로 사망보험금이 매년 가입금액의 20%씩 늘어나 최대 700%까지 커지는 상품이다.
같은 해 3월10일에는 ‘NH올원더풀기억안심치매보험’을 내놨다. 경도 치매부터 최대 10년 동안 매월 생활자금을 지급하고 표적약물치료를 보장한다. 치매가 발생하지 않으면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치매보장과 노후소득 기능을 결합했다.
5월8일 출시한 ‘NH올원더풀간병안심요양보험’은 요양과 간병 보장을 별도 특약으로 나눠 필요한 담보를 선택하도록 했다. 간병인 사용입원 보장기간도 최대 365일로 늘렸다. 박병희는 이 상품의 1호 가입자가 됐다.
이는 종신보험을 포기하기보다 사망보장에 건강과 노후 기능을 결합하는 전략이다. 고객이 사망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기간에 발생하는 치료비와 간병비, 생활비까지 보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보험사의 수익 인식 방식이 달라진 점이 배경이 됐다. IFRS17 시행 4년 차인 2026년 현재 생명보험사들은 수입보험료 외형보다 장래이익을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을 중시하고 있다. IFRS17에서는 저축성보험의 적립금 성격 보험료가 보험수익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건강·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졌다.
상품 재편은 2025년부터 시작됐다. 2025년 4월 장기요양과 간병인 사용비용을 보장하는 ‘동주공제 요양을안심해NH간병보험’을 출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암의 재발과 전이 이후 치료비까지 매년 보장하는 ‘치료비안심해2NH건강보험’을 내놨다. 일회성 진단금보다 장기간 반복되는 치료·돌봄 비용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입보험료 구성도 달라졌다. 2025년 전체 수입보험료 5조9441억 원 가운데 사망보험이 3조9035억 원으로 65.67%를 차지했다. 농협생명의 상품 분류에서 사망보험에는 종신보험뿐 아니라 질병·건강보장 상품도 포함된다.
저축성 성격이 강한 생존보험 수입보험료는 2024년 2조8760억 원에서 2025년 1조8311억 원으로 줄었다.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37%에서 30.80%로 14.57%포인트 낮아졌다.
2025년 3분기 누적 보장성보험 월납환산보험료는 88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6% 늘어난 반면 전체 수입보험료는 7.6% 감소했다. 저축성보험을 통한 외형 성장보다 보장성보험의 장기 수익성을 우선한 결과로 풀이된다.
저축성보험 축소와 보장성보험 확대는 박병희 취임 전부터 이어진 전략이다. 다만 박병희 체제에서는 건강·치매·간병 등 초고령사회 수요에 대응하는 상품군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판촉물 금융사고 뒤 내부통제 실효성 시험대
NH농협생명은 2026년 들어 판촉물 금융사고 관련자를 징계하고 윤리경영 결의를 다시 다지는 한편, 농협금융 차원의 내부통제 점검을 강화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26년 6월9일 지주와 금융계열사 준법감시인이 참여하는 준법감시협의회를 열어 책무구조도와 내부통제 점검체계의 운영상황을 살폈다. 기존 반기마다 열던 협의회를 2026년부터 분기 단위로 확대해 금융사고 사례와 계열사별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앞서 농협중앙회도 2026년 5월21일 전 계열사 준법감시 최고책임자가 참여하는 범농협 회의를 열고 내부통제 제도 정비와 대면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중앙회는 범농협 윤리·내부통제의 기본방향을 정하고, 금융지주는 농협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의 이행상황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다. 중앙회는 2025년 11월에도 비용집행 기준을 마련하고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경영관리 책무구조도 도입을 추진했다.
농협생명 내부의 책임자 징계도 이뤄졌다. 농협생명은 2026년 2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판촉물 사업 담당자를 해고하고 결재선에 있던 팀장·총국장·부장을 감봉했다. 당시 최종 결재자였던 박병희도 관리 책임을 이유로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 사실은 같은 해 3월6일 알려졌다.
박병희는 징계에 앞선 2026년 2월5일 윤리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임직원들은 법과 원칙 준수,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수행과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을 결의했다. 박병희는 윤리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책임 있는 업무 수행을 주문했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에는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판촉용 핸드크림 계약 문제가 있다. 농협생명은 2024년 12월31일 20억 원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며 당시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이던 박병희가 최종 결재했다. 농협생명은 2025년 11월28일 횡령 4억 원과 배임 5억8천만 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하고 피해금액에 채권보전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박병희는 사건이 공개되기 전인 2025년 2월5일에도 윤리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고, 농협생명은 같은 해 5월22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융사고 예방과 법적 위험 관리교육을 실시했다. 윤리교육은 지속됐지만 실제 구매계약 단계에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농축협 영업성과 인정받아 대표 선임
박병희는 2025년 1월1일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024년 12월20일 박병희를 농협생명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로, 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 후보를 추천하고 농협생명 주주총회가 최종 선임한다.
농협생명은 같은 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박병희의 대표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박병희는 전임
윤해진 대표의 후임으로 임기는 2026년 12월31일까지 2년이다.
현직 농협생명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한 것은 2012년 회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박병희가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장래이익 지표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전년보다 50% 이상 늘리는 데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현장 영업역량이 농협생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적·질적 성장을 추진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박병희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에서 지역영업과 상호금융 소비자보호, 리스크관리 업무를 맡았다. 2023년 농협생명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주력 판매채널인 지역 농·축협의 보험영업을 총괄했다.
보험계리나 자산운용보다 농·축협 판매망과 지역조직 관리에 강점을 지닌 영업형 CEO로 분류된다. 지역 농·축협을 통한 방카슈랑스가 영업의 중심을 이루는 농협생명의 사업구조가 박병희 발탁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희는 취임 초기 저출생·고령화로 보험 수요 기반이 약해지고 업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안정적 경영시스템과 재무건전성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농업인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인선을 두고 일각에서는 영남 편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북 청도 출신인 박병희를 비롯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뒤 주요 금융계열사 수장에 영남 출신 인사가 잇달아 선임되면서 ‘코드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다만 박병희는 대표 선임 전부터 농협생명의 핵심 채널을 맡아 영업성과를 낸 내부 인사라는 점에서 지역 연고만으로 발탁 배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농협 공제에서 생명보험사로, 농업인 정책보험 맡은 업계 5위권
NH농협생명의 뿌리는 1965년 농협중앙회가 시작한 생명공제사업에 있다. 농협 조합원과 농업인을 대상으로 사망과 질병, 재해 등에 대비하는 공제상품을 공급하며 보험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하면서 2012년 3월 NH농협생명보험이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기존 공제사업 가운데 생명보험 부문은 농협생명이, 손해보험 부문은 함께 출범한 NH농협손해보험이 승계했다.
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가 직접 보유한 회사는 아니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 아래 있으며,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생명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은행·NH투자증권·농협손해보험 등과 같은 금융계열사에 해당한다.
농협생명은 종신·건강·연금보험 등 사람의 생존과 사망에 관한 보장을 주로 담당한다. 농협손해보험은 화재와 재산, 농작물재해 등 손해보험 영역을 맡는다. 두 회사 모두 농협 계열 보험사지만 취급하는 위험과 상품영역이 다르다.
농협생명은 자산 기준 국내 생명보험업계 5위권에 있는 중대형 보험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 말 시장점유율은 총자산 기준 5.5%, 보험수익 기준 4.5%였다. 2026년 6월 말 총자산은 51조9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출범 당시에는 자산 기준 업계 4위권이었지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으로 출범한 신한라이프에 자리를 내줬다.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최근 5~6% 수준을 오가고 있다.
출범 이후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바꾼 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2022년 9월 말 5조5천억 원의 평가손실이 났고 자본잠식 규모가 4820억 원에 이르렀다. 농협생명은 그해 1조6800억 원을 자본확충했고,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으로 총자본이 4조5천억 원으로 잡히면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농협생명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 지역 농·축협과 조합원을 보험사업의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농촌과 중소도시까지 뻗어 있는 농·축협망을 통해 안정적인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 농·축협 판매망에 적용되는 방카슈랑스 특례와 높은 채널 의존도는 별도의 경영과제이기도 하다.
농업인 정책보험은 일반 생명보험사가 갖기 어려운 사업기반이다. 농협생명은 정부 정책보험인 농업인안전보험을 판매하는 국내 유일 보험사다. 농작업 중 발생하는 재해와 질병을 보장하며, 정부가 일반 농업인의 주계약 보험료 50%를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지원 비율은 최대 70%다.
농업인안전보험 가입자는 2025년 말 101만9천 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안정적인 계약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농업인의 사회안전망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지주계 생명보험사와 구별된다.
협동조합 계열사라는 정체성은 비용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농협생명은 보험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배당과 농업지원사업비 등을 통해 농협에 환원한다. 농업지원사업비는 2023년 792억 원에서 2024년 1522억 원으로 늘었고 2025년 1~9월에도 912억 원에 이르렀다.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역할이 일반 민영 생보사에는 없는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상품 제약도 있다. 농협생명은 특별계정을 취급할 수 없어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사업을 하지 못한다. 다른 대형 생보사들이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으로 노후·자산관리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일반계정 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성해야 한다.
농협생명은 전국 농·축협망과 농업인 정책보험을 기반으로 생명보험업계 5위권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협동조합의 공익적 역할과 상품영역의 제약도 함께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민영 생명보험사와는 다른 성장경로를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