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오른쪽)이 2020년 11월9일 한일시멘트 본사에서 박노준 안양대학교 총장으로부터 발전기금 기부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다. <안양대학교> |
△한일시멘트 600억 규모 사채 발행
한일시멘트가 채무 구조 재편을 위해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에 나섰다.
한일시멘트는 2026년 4월7일 600억 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발행한다. 이번 사채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은 2026년 3월31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천억 원까지 증액될 수 있으며, 만기는 2년물(제10-1회) 300억 원, 3년물(제10-2회) 300억 원으로 나눴다.
조달 자금은 전액 차환에 사용된다. 400억 원은 2023년 4월 발행한 제5-2회 사채 상환에, 나머지 200억 원은 은행 차입금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존 차입을 시장성 조달로 전환하는 리파이낸싱 성격이다.
이번 발행은 3년 전과는 다른 시장 환경에서 이뤄진다. 2023년에는 건설 경기 회복 기대 속에 수요가 몰리며 1천억 원까지 증액 발행에 성공했지만, 2026년 상반기는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 확대 등으로 업황이 둔화된 상태다.
다만 금리 측면에서는 여건이 나쁘지 않다. 2026년 3월 기준 A+ 등급 2~3년물 민평 금리는 4.2~4.5% 수준으로, 2023년 발행 당시 금리(약 4.7%)와 유사하거나 소폭 낮다.
한일시멘트의 신용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4% 감소했음에도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A+(안정적)’ 등급을 유지했다. 아직은 시장이 단기 실적 변동보다 자산 규모와 재무 안정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62.4%, 차입금의존도는 26.3%로 업계 내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재무 구조는 변동성이 큰 채권 시장에서 방어적 투자처로 인식되는 요인이다.
다만 수익성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2024년 9.8배에서 2025년 4.7배로 하락했고, 총차입금도 79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한일시멘트는 2026년 내 부산공장 부지 매각을 통해 약 750억 원의 현금 유입을 앞두고 있다.
외부 조달에 나선 것은 내부 자금을 설비 투자와 배당에 우선 배분하고, 만기 채무는 시장 조달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적 악화에도 배당 확대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가 업황 부진 속에서도 배당을 늘리며 주주 환원을 확대했다.
2026년 3월26일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의 주주총회에서 2025년 결산 기준 보통주 1주당 각각 1천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한일홀딩스는 전년 대비 70원 인상한 수준이다. 이에 따른 배당 총액은 한일홀딩스 308억 원, 한일시멘트 735억 원이다. 두 회사의 배당 총액은 1043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6% 이상 증가했다.
이번 배당으로 한일홀딩스 최대주주인 허기호는 지분 31.23%(963만 주)를 바탕으로 약 96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허기호를 포함한 대주주 일가(특수관계인 합산 지분 69.65%)가 가져가는 배당 총액은 214억 원 규모다. 전체 배당액의 20%에 해당한다.
눈에 띄는 점은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도 배당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2025년 한일시멘트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음에도 현금배당성향은 99.11%에 달했다. 한일홀딩스 역시 연결 기준 97.66%를 기록하며 사실상 이익 대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했다. 이는 시멘트 업계 평균 배당성향(30~5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실적이 급감한 상황에서 90%를 웃도는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은 중장기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일시멘트의 경우 순이익의 99%를 배당으로 소진하면서, 5천억 원이 넘는 친환경 설비 투자 재원 확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주·시멘트 동반 부진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는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2025년 실적이 나란히 악화됐다.
한일홀딩스는 2025년에 매출과 수익성, 순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하락’의 모습을 보였다. 2025년 한일홀딩스 매출은 연결 기준 1조93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2% 감소했다. 2025년 영업이익은 12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619억 원으로 68.8% 하락했다.
주력 계열사인 한일시멘트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2025년 매출은 1조4239억 원으로 18.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27억 원으로 51.1%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811억 원으로 59.2% 내리며 수익성 둔화가 두드러졌다.
한일시멘트는 사업 부문 전반이 동시에 흔들렸다. 시멘트 부문 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레미탈(한일시멘트 드라이 모르타르 제품)은 이익이 크게 줄었고, 레미콘은 적자로 전환했다.
표면적으로 한일시멘트의 실적 부진은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출하량 감소 영향이 크다. 시멘트 수요가 줄어들면서 판매량이 감소했고, 이는 매출 축소로 직결됐다. 국내 시멘트 내수 수요는 2025년 12%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며, 레미콘과 레미탈 등 2차 제품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특히 레미콘 부문은 운반비 상승과 수급 불균형 영향으로 적자 전환하며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다만 수익성 악화는 원가 구조 악화가 이익 감소 폭을 키운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5년 한일시멘트 매출이 18.2% 감소하는 동안 매출원가는 12.8% 줄어드는 데 그치며, 매출원가율은 약 72%대에서 77%대로 상승했다. 매출 감소 속도를 비용 절감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원가 부담 확대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전력비 상승과 함께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수입 원가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운반비 등 물류비와 환경 규제 관련 비용 증가도 수익성을 압박했다.
업황 부진은 이러한 원가 부담을 더욱 키웠다.
| ▲ 한일홀딩스의 실적 그래프 <비즈니스포스트> |
△한일인터내셔널, 순이익 급감
한일홀딩스의 신사업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한일인터내셔널이 급격한 수익성 악화에 몰렸다. 한일인터내셔널의 2025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99% 이상 급감했다.
한일인터내셔널의 2025년 매출은 37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수익성은 급격히 둔화됐다. 영업이익은 23억 원으로 전년(92억 원) 대비 크게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6700만 원으로 전년(79억 원) 대비 급감하며 사실상 ‘이익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내부 거래 축소로 약해진 수익 기반 위에 채권 손실과 금융비용 부담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한일인터내셔널은 2018년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설립된 신설회사다. 계열사 원재료 조달을 맡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3년 한일인터내셔널은 매출 4603억 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매출 3위에 올랐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차기 캐시카우로 평가 받았다.
2024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매출채권은 422억 원에서 1039억 원으로 급증했고, 이와 맞물려 영업현금흐름은 435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후 417억 원의 단기차입이 발생하며 재무 부담도 확대됐다.
2025년에는 이러한 부담이 실적에 반영됐다.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 채권 중 약 38억 원이 대손상각비로 인식되며 수익성을 훼손했고, 계열사 매출도 전년 대비 50.5%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금융비용이 25억 원 수준으로 늘어나며 영업이익(23억 원)을 깎아내렸다.
△한일시멘트, ‘오너 책임경영’으로 회귀
한일시멘트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허정섭 명예회장의 삼남이자 허기호 회장의 동생인 허기수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복귀했다.
허기수 부회장은 2020년부터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었으나 2021년 11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2024년 2월에는 등기임원직에서도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2026년 3월26일 한일시멘트 제8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공식 복귀했다.
한일시멘트는
전근식 사장과 오해근 전무가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허기수 부회장이 한일시멘트의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다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복귀가 최근 실적 부진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건설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대표이사 퇴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듯했던 흐름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일부 수정됐다.
한편 한일홀딩스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1월부터 허기호와 박지훈 부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인수 8년 만의 합병, ‘단일 법인 체제’ 완성
한일시멘트가 한일현대시멘트를 흡수합병하며 8년에 걸친 통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2017년 현대시멘트 인수로 시작된 통합은 2025년 합병을 통해 법적·지배구조적으로 완결됐다. 단계적으로 진행돼 온 사업 재편이 단일 법인 체제로 정리되며 ‘완전 통합’에 이르렀다.
한일시멘트는 2025년 11월1일을 기일로 한일현대시멘트를 흡수합병하여 단일 법인 체제로 전환됐다. 이로써 지주사인 한일홀딩스 중심의 지배구조도 정비됐다.
합병으로 인한 한일시멘트의 외형과 운영 효율 측면에서의 변화도 크다. 단양과 영월을 포함한 포틀랜드 시멘트 공장과 슬래그 시멘트 공장을 합쳐 총 5개의 생산 거점을 확보했고, 연간 생산 능력은 1560만 톤을 넘어섰다. 전국 19개 출하기지와 저장소를 통합 운영하면서 물류 효율성도 높였다. 레미탈과 레미콘 공장까지 포함한 수직계열화 구조 역시 한층 강화됐다.
시장 지위도 한 단계 올라섰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양사 합산 내수 점유율은 21.76%로, 쌍용C&E(21.2%)와 함께 ‘빅2’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합병을 통해 중복 투자 제거와 구매·재무 기능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한일현대시멘트 상장 폐지로 중복 상장 구조가 해소되면서, 한일시멘트의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2017년 현대시멘트를 인수했다. 현대시멘트는 2017년 2월 한일시멘트와 LK투자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이후 양측은 특수목적법인(SPC) ‘HLK홀딩스’를 설립해 인수를 추진했다. 같은해 7월 한일시멘트가 지분 84.56%에 대한 인수대금을 완납하며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동양시멘트와 쌍용양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허기호는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며 외형 확대를 본격화했다.
△온실가스 감축 성과, 규제 대응은 과제
한일시멘트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강화되는 환경 규제 대응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8% 감소했다. 설비 개선과 순환연료 확대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KEEP30 인증을 2년 연속 획득하고, 영월공장이 최고 등급(S등급)을 받는 등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
이 같은 성과는 설비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폐열 발전 설비와 예열 설비 개조 등이 진행된 가운데, 2027년까지 총 5276억 원 규모의 온실가스 저감 투자가 계획돼 있다. 향후에는 순환연료 투입 설비 고도화와 질소산화물 저감 설비 도입 등 공정 개선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제품 측면에서도 이산화탄소 주입 바닥용 모르타르 개발을 통해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확보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시멘트 산업 특성상 탄소 배출을 구조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통합환경관리제도 적용과 2027년 인허가 기한 대응 등 제도적 부담도 남아 있다.
현장 운영 측면의 리스크도 존재한다. 일부 사업장에서 잔류성 오염물질 기준 초과 사례가 발생하는 등 환경 관리 안정성 확보가 과제로 지목된다.
한일시멘트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중기적으로는 자원 재활용 확대와 저탄소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배출권 확보와 환경 설비 투자를 병행해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대규모 설비 투자와 규제 대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ESG 경영의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시멘트의 HLK홀딩스 흡수합병으로 수직계열화
한일시멘트는 2020년 8월1일 그룹 계열사 HLK홀딩스를 흡수합병했다.
HLK홀딩스는 2017년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합병하면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당시 한일시멘트는 LK투자파트너스와 컨소시움을 이뤄 현대시멘트를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두 곳은 HLK홀딩스를 설립했다.
한일시멘트는 “HLK홀딩스 합병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한일현대시멘트와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멘트 사업부문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수직계열화로 설비 통합, 중복자원 제거, 자재 공동구매 등을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와 HLK홀딩스의 기존 최대주주는 한일홀딩스였다. 한일홀딩스와 특수관계인이 한일시멘트 지분 55.41%와 HLK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한일시멘트는 존속하고 한일현대시멘트 지분 84.24%를 보유했던 HLK홀딩스는 소멸했다. 한일시멘트는 한일현대시멘트를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이로써 한일시멘트그룹은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지배구조 개편
허기호는 2018년 7월 한일시멘트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한일시멘트가 2018년 1월26일 이사회를 열어 회사를 투자부문과 시멘트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6개월 만이었다.
분할존속 회사인 한일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 투자 등을 담당하고 분할신설 회사인 한일시멘트는 시멘트와 레미콘, 레미탈 등의 사업을 하게 됐다.
한일시멘트는 “한일홀딩스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로 전환함으로써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고자 회사 분할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어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경영위험을 분산한다는 것이었다.
한일시멘트는 분할존속 회사인 한일홀딩스 주식을 변경상장하고 분할신설 회사인 한일시멘트는 한국거래소의 재상장 심사를 거쳐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을 재상장했다.
분할 직후 지주회사 한일홀딩스가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8%에 불과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에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와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한일시멘트 지분을 34.67%로 확대했다.
허기호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한일홀딩스 지분을 크게 늘렸다.
허기호는 2017년 허정섭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과 추가 매집한 것을 합해 10.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허기호는 한일홀딩스 분할 후 지분 맞교환과 신주배정을 통해 보유 지분을 22.91%로 늘렸다.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수해 2026년 4월 기준 한일홀딩스 지분 31.23%를 들고 있다.
△한일시멘트 회장 취임, 3세 경영 돌입
허기호는 2016년 3월22일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1997년 한일시멘트에 이사로 입사한 지 19년 만이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허 회장은 그동안 사업성이 취약한 계열사는 과감히 매각하거나 사업 성격에 맞게 합병하는 등 그룹의 내실 다지기에 앞장섰다”며 “인재 발굴과 육성, 사원 복지에도 많은 역점을 두며 직원 친화적인 경영을 펼치는 데도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허채경 창업주의 4남이자 한일시멘트 회장을 맡아온 허남섭 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허기호는 2018년 지주사 전환 이후 한일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이동했다.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인수 실패
허기호는 국내 1위 시멘트 업체 쌍용양회 인수전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쌍용양회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신한금융투자·삼일회계법인은 2015년 12월 한앤컴퍼니를 쌍용양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는 2015년 10월 쌍용양회 매각 공고를 냈다.
한앤컴퍼니는 매각협의회 구성 회사 중 나머지 회사들의 보유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수전은 한일시멘트와 한앤컴퍼니의 2파전으로 진행됐다. 인수대금으로 두 회사 모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했으나 한앤컴퍼니가 더 높은 금액을 써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전 초반부터 쌍용양회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기존 주주로서 회사 내부 사정에 밝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로써 쌍용양회를 인수해 시멘트 업계에서 독보적인 선두로 나서려고 했던 한일시멘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일시멘트는 이보다 앞서 진행된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일시멘트는 2015년 6월 동양시멘트 인수 의향서를 접수하고 삼표와 맞대결을 펼쳤다.
동양시멘트는 2014년 기준 국내 시멘트 시장점유율 12.77%로 업계 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위를 달리고 있던 한일시멘트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단숨에 쌍용양회를 뛰어넘어 업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로 인수에 참여했다.
그러나 2015년 7월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동양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54.96%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삼표를 선정했다.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허기호는 한일시멘트 경영을 맡아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다.
대표이사 사장이던 2011년 성신양회 부천공장을 인수해 한일시멘트가 드라이 모르타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할 발판을 놓았다.
한일시멘트는 1990년대에 드라이 모르타르 사업에 뛰어든 뒤 처음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일시멘트가 국내 최초로 개척한 드라이 모르타르 시장은 계속 성장해 지금은 한일시멘트의 드라이 모르타르 브랜드 ‘레미탈’은 건축 현장의 필수 자재로 자리 잡았다.
허기호는 사장 취임 첫해인 2005년에 반도체 검침장비를 생산하는 대만회사 CCP를 약 50억 원에 인수한 뒤 2015년에 300억 원에 매각해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한일시멘트의 역대 투자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허기호의 경영수완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한일시멘트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들을 정리했다. 2002년 초 한일정보통신을 매각한 데 이어 12월 말에는 케이에프텍을 청산했다.
부실 계열사를 정리한 한일시멘트는 2003년 매출 6268억 원, 경상이익 1428억 원, 순이익 967억 원을 거뒀다. 각각 2002년보다 10.6%, 83.4%, 87.5% 증가했다.
한일시멘트가 부실 계열사를 정리할 당시 허기호는 한일시멘트 관리본부장 전무였다.
허기호는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일시멘트는 2013년부터 매출 대비 0.7~0.8%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업계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가 걸어온 길
한일홀딩스는 1세대 개성상인 허채경 창업주가 1961년 설립한 한일시멘트공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4년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으로 시멘트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1969년 시멘트업계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수도미생물약품(현 녹십자)을 인수해 제약업에도 진출했다.
1970년에는 최초로 벌크시멘트를 국내 건설현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시멘트업계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2021년에는 국내시멘트업계 점유율 2위(22%)까지 올라섰다.
허채경 창업주는 1990년대 들어 다섯 아들에게 계열사들을 물려줬다.
장남 허정섭 명예회장은 한일시멘트를, 차남 허영섭 회장과 오남
허일섭 회장은 녹십자를 물려받았다. 삼남 허동섭 회장은 한일건설을, 사남 허남섭 전 회장은 한덕개발(서울랜드)을 맡았다.
1995년 허채경 창업주 별세 후 한일시멘트의 경영은 2세들의 형제경영으로 이뤄졌다.
2016년 허정섭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허채경 창업주의 장손인 허기호가 경영권을 쥐면서 3세 경영이 시작됐다.
2018년 지주사(한일홀딩스) 체제로 전환했다.
2020년 본사를 서울 강남구에서 서초구로 이전했다.
2017년 현대시멘트를 인수했다.
2025년 11월 한일시멘트가 한일현대시멘트를 흡수합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