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5-09-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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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증시 개혁 정책에 개인투자자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투기적 열기도 덩달아 강해지고 있다.
우리 증시에서 단기성 투기는 오랫동안 개선돼야할 투자문화로 여겨지며 건전한 장기투자 문화의 조성은 해묵은 과제로 거론된다.
▲ 카카오페이증권 등 일부 증권사 앱에서 단기적 투기를 부추길 만한 알림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투자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되려 단기성 투기를 부추기고 있어 이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국내투자자들이 미국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비트마인 이멀젼(BITMINE IMMERSION)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는 테슬라가 순매수 1위였지만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증시 대표주식에 속하지만 비트마인 이멀젼은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은 생소한 종목이다.
비트마인 이멀젼은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기업인데 이더리움을 대량매집하면서 대표적인 밈주식에 올랐다.
밈주식이란 객관적인 실적보다는 인터넷상의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뜻한다. 실제로 비트마인 이멀젼은 꾸준히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세를 지속해오던 기업이다.
이 밖에 최근 국내투자자들은 미국증시에서 오라클, 서클인터넷 등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들에 몰려들었으며, 국내증시에서는 제한되어 있는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에도 뛰어들었다.
오웬 레이몬트 아카디안자산운용 선임부사장은 이를 두고 “현재 한국인투자자들이 미국증시에 유입되면서 양자컴퓨터, 파생상품 등 밈주식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며 이런 경향을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하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빗대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행위는 미국증시 뿐 아니라 국내증시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
올해 들어선 증시의 전반적인 반등으로 대형주 매수세가 강해지긴 했으나, 최근까지도 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인버스 등 파생상품을 대거 사들이기도 했다.
코스피 급등에 단기 하락을 예상하고, 여기에 두 배 이상의 레버리지로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난 셈이다.
현재 정부가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비롯한 증시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건전한 장기투자를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와 달리 증권사 투자 앱들은 오히려 단기성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앱 설치 이후 기본적으로 오는 알림 가운데 ‘누군가 고수익을 실현했으니 종목토론방에 참여하라’는 메세지가 있다.
최근 전송된 알림들만 봐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토론방에서 196.41% 수익인증!', '안텔로페 엔터프라이즈 홀딩스 토론방에서 494.10% 수익인증!', '에이트코 홀딩스(+2556.17%) 토론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어요. 궁금하면 들어와 보세요'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주는 밈주식이며 수익 사례 또한 매우 극단적인데, 이를 자극적인 문구로 포장한 알림을 사실상 모든 카카오페이증권 사용자가 받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이나 토스증권 같은 핀테크증권사 뿐 아니라 여타 증권사 앱에서도 이와 유사한 알림이 기본 전송되는 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파악된다.
▲ 카카오페이증권이 최근에 발송한 알림의 사례.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장기투자를 통해 건전한 증시문화를 만들어가야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증권사 앱이 ‘포모(FOMO)’ 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모란 ‘피어 오브 미싱 아웃(Fear of Missing Out)’의 앞글자를 딴 줄임말로, 다른 이들이 고수익을 실현할 때 홀로 뒤처지는 박탈감을 지칭하는 용어다.
포모 심리가 확산되면 밈주식이나 밈코인 주가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증권사 앱에서 자극적인 알림이 오는 상황이 만연해 있다”며 “결국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라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에는 기본알림을 투자자의 자산배분 현황과 이에 대한 조언 등으로 바꾸어 장기투자를 권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투자자 개인 차원에서도 너무 자극적인 문구에 현혹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