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투자를 확대하면서 제2공장을 세워 SUV제품군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18일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하면 현대차가 미국투자를 확대하면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제2공장을 중심으로 SUV제품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
|
|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 투자비용으로 제2공장을 세워 SUV를 생산할 것”이라며 “이 경우 현대기아차가 2020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120만 대 가량 늘리면서 순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 달러(3조6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지난 5년 동안 미국에 투자했던 것보다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 더 많다. 현대차는 또 SUV와 제네시스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신규공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SUV제품군 중 준중형인 투싼과 싼타페, 중형인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2공장을 세우면 소형SUV에서부터 대형SUV까지 다양한 차급의 SUV를 생산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임 연구원은 파악했다.
삼성증권은 전 세계적으로 SUV 수요가 지난해 2417만 대에서 2020년 3천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가 SUV제품군을 확대해 전 세계 SUV시장의 점유율을 2016년 6.3%에서 2020년 9.0%까지 늘리면 현대기아차의 연간판매는 120만 대 가량 늘어나게 된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가 제2공장을 세우면 현대차는 2020년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6조4850억 원, 기아차는 3조173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과 비교해 현대차는 11.8%, 기아차는 4.8% 증가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신규공장을 세우거나 기존공장의 생산능력을 대폭 강화할 경우 미국에서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30%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신규공장이나 생산설비 증설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10억 달러 정도일 것”이라며 “현대기아차의 기존 공장의 건설비용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늘릴 수 있는 생산능력은 30만 대 규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는 2003년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세우는 데 10억 달러,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세우는 데 12억 달러를 들였는데 이 두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39만 대, 27만 대 정도다.
그러나 현대차가 트럼프 정권을 우선 달래기 위해 미국투자 확대계획을 발표했을 뿐 생산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현대차가 트럼프 정권에 정치적인 임시방편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정권의 압박에 항복한 완성차회사들이 발표한대로 미국투자를 확대할 경우 미국 완성차가 연간 300만 대 정도 더 공급돼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0만 대는 2016년 미국 연간 판매량의 20%에 이르는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앞으로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는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1710대 수준에 그치면서 지난해보다 3.4% 줄어들 것으로 봤다.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두 자릿수로 늘면서 완성차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데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공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김 연구원은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