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2025년 8월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주요기업 CEO 간담회’에서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
“한국은 이미 노사 리스크가 큰 국가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본사 차원에서 한국 사업장을 재평가할 수 있다.” -2025년 8월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주요기업 CEO 간담회’에서
[씨저널]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노란봉투법안(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하며, GM 본사가 한국 사업장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에 대한 우려 표명을 통해 철수 가능성을 암시하며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비자레알 사장은 8월2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주요기업 CEO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은 이미 노사 리스크가 큰 국가”라고 지적하면서 노란봉투법안이 통과되면 한국GM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경영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고 기업들이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항의라기보다는 투자 환경과 관련해 고려해 달라는 요청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안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노란봉투법안은 △노조의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며 △노조의 합법 파업 범위를 ‘노동 처우’에서 ‘경영진의 주요 결정’까지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GM의 철수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미국 본사의 생산 하청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GM이 역설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면서다. 한국GM은 2024년 생산량 중 95%를 수출했는데 수출량 가운데 88.5%를 미국에 팔았다.
이에 비자레알 사장 등 한국GM 경영진은 철수설을 부정했지만, 과거 GM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정부 지원만 챙기고 갑자기 공장 폐쇄를 단행한 전력이 불거지면서 불신이 커졌다.
한국GM의 철수설은 2018년에도 제기됐었다. 당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던 한국GM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7억5천만 달러(약 8100억 원)의 출자를 받으면서 생산시설을 10년간 유지하는 내용의 ‘10년 약정’을 맺고 잔류를 결정한 바 있다. 이제 이 기한은 3년도 남지 않았다.
한국GM의 철수설은 오히려 증폭돼 가는 모습이다. 한국GM이 부평공장 유휴재산과 직영서비스센터 매각 방안을 추진 중인 데다, 쉐보레와 GMC 등 국내 직영브랜드 판매권 매각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국GM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고, 노조는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GM의 생산시설 유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GM의 잔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한국GM이 노란봉투법안과 강성 노조, 대내외적인 경제환경 등을 거론하면서 또다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1967년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1990년 GM에 입사했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GM 기획·프로그램 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일한 바 있다. 2023년 8월 한국GM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