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미국 관세에 TV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사업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올레드(OLED) TV 등 프리미엄 TV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대응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다른 수요 감소, 미국 관세 등의 영향이 중국보다 한국 TV 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력·조직 개편 등을 통해 허리띠 졸라매며,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25년 상반기 TV 사업에서 판매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함께 시장점유율도 떨어지면서, 근본적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25년 상반기 TV 판매가격은 2024년 평균 대비 4%, 2.5%씩 하락했다. 또 LG전자의 TV 공장 가동률은 64.6%로 지난해 평균 77.2% 대비 1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7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천억 원에 못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전자 MS(TV담당)사업부는 2분기 19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세계 TV시장 점유율도 내려앉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 시장점유율은 17.8%로 지난해 18.2%에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12.1%에서 11.8%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점유율을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TCL은 글로벌 TV 점유율이 지난해 13.8%에서 올해 상반기 15.2%로 상승하며 2위에 올랐고, 하이센스는 14.2%에서 14.9%로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 TV를 비롯한 프리미엄 TV 제품군을 강화하며 중국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고가의 TV 제품에 더 큰 타격을 주며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도 올해 세계 OLED TV 매출 성장률을 당초 12.9%에서 최근 10.4%로 하향 조정했다.
▲ 미국의 관세 정책이 중국 기업보다 북미 프리미엄 TV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도 중국보다 한국 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북미 프리미엄 TV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중국보다 관세 악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며 “반면 중국은 정부가 판매 보조금을 지급하며 미국 현지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밑천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내수 진작을 위해 1조3천억 위안(약 260조 원) 규모의 특별장기국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3천억 위안(약 60조 원)은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에 배정하는 등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하반기에도 반등이 어렵다고 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LG전자 MS사업부는 2년 만에 만 50세 이상이거나, 수년 동안 성과가 저조했던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를 전년 대비 각각 16.6%, 15.3% 줄인 데 이어 인력 개편을 통한 긴축경영에 들어간 것이다.
삼성전자 VD사업부도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직무 재설계’라는 프로그램으로 일부 인원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는 등 인력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직원에 비용 절감과 해외출장 최소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에는 대대적 조직개편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TV 산업의 영업환경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TV 제조사들은 중국과 경쟁 심화에 직면했다”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태계가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원가 통제력도 과거보다 약화됐으며, 특히 이러한 현상은 최근 1년 동안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