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8-20 14: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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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드래곤이 하반기 한한령 완화 기대감에 신작 공개가 대거 예고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스튜디오드래곤이 8월 공개 예정인 드라마 ‘폭군의 셰프’. <스튜디오드래곤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미디어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9년간 이어져온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꽉 막혀 있던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전망에 콘텐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은 중국 미디어 개방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히트작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중국시장이 열릴 경우 실적 반등에 가장 먼저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쏠리고 있다.
20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부터 한한령(限韓令)이 완화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현지 매체를 인용해 방송·인터넷을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이하 광전총국)이 최근 콘텐츠 제작과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광전총국은 우수 해외 프로그램의 방송을 추진하고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프로그램 저작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직 해외 드라마 할당량 등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콘텐츠 규제가 완화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중 문화교류 확대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투자심리를 자극하자 미디어 업종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 보도가 나온 19일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8.94% 증가한 4만9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밖에 콘텐츠리중앙은 4.00%, CJENM은 6.41%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보도에 따르면 광전총국은 위챗 계정을 통해 한한령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문서를 게시했다. 공식적인 문서는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조항들은 국내 콘텐츠 업계에 적잖은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내용으로 평가된다.
주요 내용에는 리메이크 작품에 대한 국가 제한 폐지(한국과 일본 포함), 우수 해외 콘텐츠 수입 장려, 해외 콘텐츠의 위성TV 황금 시간대 방영 허용, 해외 드라마 수입·배급 제한 철폐, 드라마 수입 심사 기간 단축 등이 담겼다.
이 같은 조치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스튜디오드래곤이 보유한 다수의 구작이 중국 시장에 대거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중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입증해온 만큼, 개방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구작은 연평균 지식재산권(IP)의 절반인 10편을 5년간 계약한다고 가정할 때 약 35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동시방영은 수익회수율 50%를 적용할 경우 대작 두 편만 방영해도 약 45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한령 기간에도 일부 국내 드라마는 예외적으로 중국에서 방영되거나 거래된 사례가 있다. 이들 작품은 공개 당시 현지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3월 중국에서 방영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2017년 이후 심의를 통과한 첫 한국 드라마로, 중국 플랫폼 아이치이에서 인기 차트 10위권에 올랐다. 같은 해 3월 공개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아이치이에서 공개 직후 재생 수 200만 회를 기록했다. 이어 4월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중국 플랫폼 비리비리를 통해 방영됐다. 시즌1 방영 요청까지 이어지며 결국 같은 해 12월 정식으로 서비스됐다.
▲ 한한령 완화 가능성이 떠오르며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 반등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이 기간 드라마 ‘또 오해영’, ‘배드 앤 크레이지’, ‘스물다섯 스물하나’, ‘갯마을 차차차’ 등 다수의 작품을 중국에 소개하며 현지 팬덤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현지 심의를 통과했지만 이후 방영 여부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있다. 판권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이 꼽힌다.
이밖에도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인기 IP의 경우 판권 수출 단가가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리메이크 계약 성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구작의 중국 판매 가격은 편당 최대 20억~30억 원에 이른다. 구작 판매는 별도의 제작비 부담 없이 수익으로 직결된다. 판권 거래만으로도 영업이익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스튜디오드래곤은 올 하반기 회당 제작비 20억 원 이상이 투입된 ‘텐트폴’ 작품들도 대거 출격을 앞두고 있다.
tvN에서는 8월 ‘폭군의 셰프’, 10월 ‘태풍상사’, ‘얄미운 사랑’의 방영이 예정되어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10월 ‘다 이루어질지니’, 4분기 ‘자백의 대가’가 공개된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하반기 ‘조각도시’ 방영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한한령 완화 시점에 따라 이르면 중국과 동시 방영이 가능하다.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내년 구작 매출에 대거 반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스튜디오드래곤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한한령 완화가 절실하다.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의 늪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483억 원, 영업이익 1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6%, 영업이익은 95.6%나 감소했다.
지난해 성적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501억 원, 영업이익 364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27.0%, 영업이익은 34.9%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이 완화될 경우 콘텐츠 업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공식 발표는 없는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