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삼성전자와 반도체 제조 협력을 포함한 투자 확대를 발표한 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애플 연구개발 설비.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발표한 삼성전자와 반도체 협력 등 미국 내 대규모 투자 확대 계획을 두고 증권가에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 아이폰 생산 설비 구축을 압박하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효과적 대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미국 CNBC는 8일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아이폰 생산 압박을 피하면서도 큰 정치적 성과를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팀 쿡 CEO는 전날 백악관에서 미국에 앞으로 4년 동안 6천억 달러(약 832조 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미국 내 아이폰 생산시설 구축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 충분히 만족한 듯 보였다”며 “애플이 미국 정부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를 두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 전문가인 피터 코핸 밥슨컬리지 교수는 이를 두고 CNBC에 “회사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자랑거리를 제공해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 아이폰 생산설비를 구축하면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한 만큼 부품 공급망 확보와 데이터센터 설립 등 방법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응답했다는 것이다.
투자기관 탱글러인베스트먼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뉴스 헤드라인에 필요한 문구”였다며 “팀 쿡 CEO는 위험한 상황을 영리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CNBC는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6천억 달러 투자의 상당 부분은 이미 미국에서 계획하고 있던 지출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애플은 이번 투자 계획에 미국 내 생산설비를 갖춘 다수의 부품업체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에서 신형 반도체 제조에 협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증권사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애플 협력사들이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실적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팀 쿡 CEO의 결정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모범사례’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증권사 웨드부시도 애플의 이번 발표를 “팀 쿡 CEO의 묘수”라고 전하며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미국 내 아이폰 생산과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