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순위 '재무구조'가 갈라, 삼성E&A 효성중공업 '약진' 중흥토건 아이에스동서 '급락'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2025-08-01 15: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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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는 재무구조가 판을 갈랐다.
재무구조를 반영해 시공능력평가 핵심으로 떠오른 경영평가액은 건설경기 침체로 4년 만에 100조 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효성중공업과 삼성E&A는 경영평가액을 늘리며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중흥토건과 아이에스동서는 순위가 급락했다.
▲ 올해 시공능력평가도 재무구조가 판을 뒤바꿨다. 사진은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1일 국토교통부의 ‘2025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보면 올해 토목건축업종 건설사 2800여곳의 시공능력평가 총액(299조627억 원) 가운데 경영평가액은 97조7156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영평가액은 2021년 이후 처음 10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시공능력평가는 공사 발주자가 적절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하는 제도다. 해마다 7월31일 순위를 담은 결과가 발표되며 건설업계 내에서 위상을 알 수 있는 대표적 가늠자로 여겨진다.
경영평가액은 이 가운데 재무구조 안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비율, 자기자본비율, 매출순이익율, 총자본회전율 등에 따라 결정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도 재무구조에 따라 건설사별로 희비가 갈렸다. 최근 수 년 사이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로 단순한 공사실적뿐 아니라 경영평가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경영평가액은 그동안 꾸준히 늘었지만 2022년 109조7310억 원으로 정점을 찍고 2023년부터 하락을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무려 5조 원 가량이 하락해 건설업계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도 경영평가액을 늘린 곳은 순위를 큰 폭으로 올렸다.
50위 이내에서 가장 많이 순위를 올린 곳은 효성중공업과 삼성E&A, 성도이앤지 등이 꼽힌다.
효성중공업은 12위 상승한 27위, 삼성E&A는 10위 오른 36위, 성도이앤지는 20위 오른 49위로 집계됐다. 세 곳 모두 공사실적도 늘렸지만 올해 각각 경영평가액을 126.3%, 125.4%, 49% 키웠다.
올해 순위가 크게 하락한 건설사들을 살펴봐도 공통적으로 경영평가액이 크게 줄었다.
▲ 최근 10년 사이 시공능력평가 항목별 평가액 추이.
아이에스동서는 37계단 내린 58위에, 중흥토건은 26계단 하락한 42위를 차지했다.
중흥토건과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와 달리 경영평가액이 ‘0’으로 기록됐는데 다른 건설사 대비 재무상황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평가액은 세부적으로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실질자본금이 0 이상이라면 시공능력평가 대상 건설사의 평균치에 따라 결정되는 경영평점이 반영된다. 경영평점은 ‘음수(-)’가 될 수도 있는데 이때 경영평가액은 ‘0’으로 표시될 수 있다.
100위권 기업 가운데 중흥토건과 아이에스동서 외에도 경영평가액이 ‘0’으로 집계된 곳은 태영건설과 신세계건설, 삼부토건, 에이스건설, 이수건설 등이다. 모두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곳들이다.
심지어 경영평가액은 ‘음수(-)’가 될 수도 있다. 실질자본금이 0 미만이거나 회생절차,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공동관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때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올해는 100위권 기업 가운데서는 법정관리행을 고른 신동아건설이 유일히 경영평가액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워크아웃에 돌입했던 태영건설이 유일했다.
건설사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순위상승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넘어가는 사례도 많다.
아무리 성공적으로 공사를 수행한 이력이 많아도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흔들리면 낮은 평가를 받는 지표가 업계 입지를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져서다.
국내 건설경기와 연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들이 경영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전체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60% 가량을 건설 외 중공업 부문에서 냈다. 삼성E&A도 해외 플랜트 공사와 삼성그룹 공사를 위주로 맡아 국내 부동산 경기와 연관성이 다른 건설사보다는 낮은 편이다.
올해 순위를 끌어올린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 실적에서는 중상위권에 위치했지만 경영평가 측면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며 “올해는 재무구조를 개선했던 점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사이 최고 수준까지 순위가 오른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위험관리를 위해 안정성이 높은 사업을 펼쳐 다른 건설사보다 기초체력이 강한 편”이라며 “최근에는 이에 따라 순위가 오름세를 탄 상황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예견될 결과기도 했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