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 사장이 3월24일 경기 용인 본사에서 열린 제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현대그린푸드>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4년 동안 현대그린푸드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력사업인 단체급식 사업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 사장은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 사업 본격 진출의 신호탄을 쐈던 푸드케어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B2B(기업간 거래)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며 성장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의 단체 급식 부문 매출은 2020년 6114억 원에서 2024년 1조724억 원으로 4년 동안 75.4% 급성장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구내 식당 품질이 높아지고 고물가 기조 속 외식업계 가격이 지속 상승하면서 단체급식 사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소속 종합식품기업으로 기업체 및 병원 단체급식을 하는 푸드서비스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작년 매출의 절반가량(47%)을 단체급식 사업이 차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단체급식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단체급식 사업이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급식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대부분 고객사가 기존업체와 계약을 유지하는 만큼 단체급식 사업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 사업 연간 매출을 IBK투자증권은 1조874억 원, 신영증권은 1조931억 원으로 추정했다. 그에 따른 전년대비 성장률은 각각 5.5%, 6.1%에 그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4년 동안 현대그린푸드 급식부문의 성장세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에 해당 부문에서는 당분간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박 사장은 최근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 사업 확대를 위해 B2B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케어푸드는 고령자, 환자 등 특별한 영양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식품을 말한다.
박 사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리팅 B2B 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 등 국내외 제조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리팅은 애초 B2C를 겨냥해 출발한 브랜드지만 요양원과 병원뿐 아니라 직원 건강을 위한 맞춤형 식단을 주문하는 기업에서도 그리팅 건강식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그린푸드는 작년 9월 70대 이상 고령층 특성을 고려한 시니어 전문 케어푸드 ‘그리팅 웰스’를, 올 1월에는 젊은층을 겨냥해 저속노화 식사법을 적용한 ‘헬씨에이징 식단’을 선보였다.
그리팅 웰스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정기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B2C 제품과 요양시설 등에 반조리 형태로 공급하는 B2B 제품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그리팅 B2B 사업과 관련해 2020년부터 단체급식 사업장에서 고객사 임직원이 희망하는 경우 영양사의 전문 상담을 거쳐 그리팅을 제공하고 있고, 최근에는 시니어 케어시설 등에 B2B 식자재 형태로도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그린푸드가 70대 이상 고령층을 겨냥해 출시한 케어푸드 ‘그리팅 웰스’ 제품 이미지. <현대그린푸드> |
현대그린푸드는 2016년 케어푸드를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2020년 3월 국내 최초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출시, B2C 판매에 본격 나섰다. 앞서 2020년 3월 초 자사 첫 식품 제조 시설인 ‘스마트 푸드센터’ 가동을 시작했다. 스마트 푸드센터는 그리팅 제품 생산을 전담하면서 B2B용 대용량 반조리(CK) 제품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그리팅은 출시 뒤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신장세를 나타냈고 올 1~5월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회사는 연령별 소비자를 겨냥한 신제품을 지속 출시한 전략이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소비층을 더 넓히기 위해 연령별 특화제품뿐 아니라 특정 영양소를 보충하는 목적별 케어푸드를 개발해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기존 식단 메뉴 수도 지속 확대해 2023년 말 360개였던 그리팅 라인업을 연내 650여개로 늘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 사장은 주력사업인 단체급식 부문에서는 해외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린푸드의 해외 단체급식 매출은 2020년 492억 원에서 지난해 1308억 원으로 2.7배나 뛰었다. 해외시장별 매출은 중동 676억 원, 멕시코 322억 원, 중국 209억 원, 미국 100억 원 등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약 29조 원)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히면서 범현대가에서 유일하게 급식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계획에는 현대차그룹 조지아주 전기차공장(HMGMA) 20만 대 증설 투자와 루이지애나주 270만 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 건립 등이 포함됐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린푸드가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투자에 따른 신규 창출 정규직 대상 급식 사업을 수주하면 식수 1만4천 명 기준 예상 연간 매출은 693~1294억 원 수준”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미국 내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그린푸드는 2011년 아랍에미레이트 바라카 원전 공사 현장 수주를 시작으로 2012년 중국, 2015년 멕시코, 2021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7개국 80여개 사업장에서 해외 급식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과 대형 산업단지,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급식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박홍진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에 취임해 11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