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와 진흥 기능을 분리해 전문 규제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대 변화에 맞춰 민간 시장의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방송통신 정책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사진)가 시대 변화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와 진흥 기능을 분리해 규제 기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삼석 동국대학교 AI융합대학 석좌교수는 25일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본래 디지털 융합 흐름에 맞춰 통합적으로 설계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역할의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 출범준비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고, 노무현 정부 때에는 청와대에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출범을 기획한 인물로, 방송통신위원회 설계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후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책 현장 경험을 쌓은 미디어 정책 전문가다.
고 교수는 당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영국 오프콤(Ofcom) 등 해외 기관들을 모델로 통합기구를 설계했지만, 지금은 그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전체적 트렌드였고, 정부가 지원을 전방위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 시기였다”며 “지금은 K-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어, 정부가 개입하기 보다 규제 합리화 내지 규제 혁파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진흥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콘텐츠 산업에 관여하려는 접근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방송법도 여전히 지상파와 케이블 중심 시대에 머물러 있어 OTT나 AI 기반 서비스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방통위 역할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시장에서 경쟁과 혁신이 자율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며 “규제와 진흥이 한 조직 안에 들어가 있으면 가치와 역할의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는 규제기관으로 특화돼야 한다”며 “공정위처럼 일반적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 만큼, 방통위는 전문 규제기구로서 위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조직적 위상과 관련해선 대통령 직속의 독립 행정위원회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군사정권과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방송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 지금의 공영방송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것들을 존중해 기관의 위상은 가급적 대통령 직속의 독립된 행정위원회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법 체계상으로 대통령 직속이라는 기관의 위상은 감사원이나 인권위원회처럼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방통위를 시대적 과제에 따라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시글에서 “방통위 같은 규제기관으로 진흥 정책 등 미디어(심지어 콘텐츠 육성까지) 관련 기능과 권한을 통합하면 ‘진흥’은 뒷전이고 모두 다 ‘규제’가 되어버릴 것”이라며 “방통위 역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방통위의 조직 개편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사무 중 방송·통신의 융합·진흥 사무를 방통위로 이관하고 방통위원을 9명으로 확대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 통신, OTT, 디지털 플랫폼에 관한 규제와 진흥, 이용자 보호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