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수 기자 jang7445@businesspost.co.kr2025-05-12 17: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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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최근 논란에 대한 자구책으로 총 300억 원 규모의 상생 지원 방안을 즉각 확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더본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최근 제기된 여러 이슈(연돈볼카츠 매출 허위·과장 논란, 빽햄 고가 논란, 감귤 맥주 과즙 함량 논란, ‘농가 상생’ 표방한 치킨 스테이크 원산지 논란, 직원 블랙리스트 의혹, 보복 출점 논란 등)에 대해 사과하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가맹점 지원을 위해 300억 원 규모의 상생 지원 방안을 확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백종원 대표는 점주는 회사의 동반자이자 가족과 같은 분들이라며 단 한 분의 가맹점주도 두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단발성 지원을 넘어 통합 멤버십 구축, 브랜드 디자인 개선, 메뉴 개발, 프로세스 개선 등 가맹점 정책의 근본적인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가맹점이 성공해야 본사가 성공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사후약방문으로 논란이 되어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주가가 하락한 뒤에 이런 상생 지원책을 내놓는 것에 어안이 벙벙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표가 가맹점주와 상생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다. 가맹점주의 땀, 노고가 없다면 본사가 어떻게 돈을 벌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까?
가맹사업은 점주의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본사의 운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유튜브에 출연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너무나도 뻔한 상생안을 생색내는 것이 가당치도 않다. 결국, 백 대표는 애초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때에 이런 염두를 두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바야흐로 프랜차이즈 전성시대이다. 커피, 편의점, 치킨 가맹점, 스크린골프, 베이커리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시쳇말로 한 집 건너 체인점이고 발에 걸리는 게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가맹사업을 하는 곳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곳이 문을 열고 닫는다.
실제 지난해 말 현재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는 모두 25개에 이른다. 이 중 빽다방과 홍콩반점0410 두 브랜드만이 이익을 내고 나머지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금 장사가 된다 싶으면 가맹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아니다 싶으면 논란을 잔뜩 일으키고 문을 닫는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한식뷔페, 컵밥 체인점들이 어느새 소리없이 자취를 감췄다. 요란스럽게 가맹점 모집 광고를 내고, 일주일 정도 레시피 교육을 하고 난 뒤에 가게 문을 연다.
본사는 가맹비와 로열티 명목으로 챙겨가고 나면 가맹점주가 손에 쥐는 것은 그야말로 쥐꼬리만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떻게 먹고는 사는 것일까? 누구 말대로 본사만 이익을 챙겨가고, 가맹점주는 앙상한 뼈다귀만 뜯어먹는 것은 아닌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직장에서 은퇴를 하거나 명예퇴직을 한 사람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일이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전문기술이 없어도 본사에서 교육과 인테리어, 진열까지 모두 해주니,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의 입장은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
더구나 일부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가 매장 확보와 시설, 인테리어 등에 자금이 부족하면 본사에서 캐피털 대출을 알선해준다.
실제로 지난 2007년 SPC그룹은 SPC캐피탈을 설립해 파리바게트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SPC의 가맹점 창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을 여신금융으로 빌려줬다. 가맹점주 가게를 담보로 잡으니, 가장 확실한 담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사채놀이’라는 여론의 질타에 SPC그룹은 SPC캐피탈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 역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고리대금 장사를 해 논란이 됐다. 명륜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운영·시설 자금으로 명목으로 연 4% 내외의 금리로 돈을 대출받은 뒤에, 대부업체들에게 800여억 원의 장기대여금을 빌려줬다.
이들 대부업체들은 이 자금을 연 10%대 중반의 고금리로 예비 창업자들에게 융통해줬다. 문제는 이들 대부업체들의 실소유자가 명륜당 주주로 밝혀지면서 결국 명륜당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대부업 놀이를 한 셈이다.
자신이 지금을 갖고 시작하거나, 아니면 은행이나 본사, 또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으로 시작하거나 간에 가맹점주 앞에는 암초가 산그리메처럼 끝이 없다.
임대료를 못내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 본사에 거역했다가 보복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출하는 수수료·광고비, 몇 년 단위로 반드시 해야 된다는 인테리어 비용. 여기에 인건비와 배달비용까지. 창업만 하면 손님이 구름같이 몰려들 것이라는 기대감은 어느새 각종 공과금과 대출이자에 찌들어가는 돈(?)의 공포가 밀려들게 된다.
◆ ‘불나방’, ‘떳다방’ 오명 대신 가족처럼 대해야
고객에게 만족도를 높이는데 프랜차이즈에서 가성비만큼 핵심요소는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외식시장은 포화상태를 넘어 과다 경쟁상태다.
인구대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외식매장의 숫자가 너무 많다. 먹거리도 매우 다양해 고객 선택의 폭도 매우 넓다. 우리 매장이 아니래도 고객이 선택할 브랜드가 많기에 가성비를 놓치면 장사를 유지하기 어렵다.
▲ 가맹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비용 외에도 팔려고 하는 제품의 경쟁력과 원재료 공급의 안정성, 마케팅 등 본사의 전방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통상 외식프랜차이즈에서는 식자재 비용을 대부분 30~40% 사이에서 잡는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0% 이하는 가격대비 부실하다고 느껴 고객이 외면하기 쉽다. 40% 이상은 요즘 같은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가맹점주의 손익구조가 나빠지기 십상이다.
보통 가맹사업에서 가장 이익이 많이 나는 식자재 공급은 본사가 한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니,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효율적이고 편한 면이 있지만 반드시 본사하고만 거래해야 하는 불합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를 하는 BBQ, bhc 등 국내 대다수 치킨회사는 오일이나 조리용 닭, 부자재 등을 본사 외의 다른 곳과 거래하지 못하게 한다. 동일한 올리브오일이나 해바라기오일이 마트나 할인점 등 시중에 더 싸게 진열돼 있어도 본사에서만 공급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점주는 가맹점 해지까지 각오해야 한다.
가맹점주들은 자영업을 시작하기엔 경험도 부족하고,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창업에 선뜩 용기도 나지 않는다. 이런 인간의 불안한 심리와 불확실성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어쩌면 가장 손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본사는 현란한 미사어구로 매출 및 수익 전망, 그리고 성공이라는 달콤한 무기를 건네다. 점주들은 부자가 될 것이라는 욕망에 앞으로의 고생은 잠시 언저리에 놓아두지만 금새 대박의 꿈은 떠나간다. 인테리어비, 인건비, 임대료 등 크게 비용이 들어가는 곳만 해도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수많은 파고가 밀려든다.
장기간 불경기와 내수 부진, 원 부재재값 상승 등 가맹점주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정말 끝이 없다. 여기에 정책금융이라는 이름의 ‘폭탄 돌리기’(부채), 언감생심인 일과 가정의 균형(육아) 등 이중·삼중의 다(多)중고 속에서 가맹점주는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가맹점주의 고혈만 빨아먹는 현재의 챙기는 운영구조가 아닌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합리적이고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모델이 절실하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프랜차이즈 사업이 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20여 개의 외식 브랜드 점포를 빠르게 확장하며 외형을 키워 주식상장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은 본사에서 제시한 매출 및 수익 전망이 실제와 다르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를 신고했다. 또 다른 브랜드들에서는 위생관리와 인력운영 부실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 만족에서 최일선에 있는 가맹점주의 바램을 버리고, 본사의 성공과 상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가. 장원수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