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고려아연은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 측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제중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며 "(영풍은)그동안 카드뮴 처리를 비롯해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고,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형진 고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대적 M&A가 성공한다면 우리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2차전지 소재 사업, 자원순환 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고려아연의 기자회견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일각에서는 우리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이익에만 집중해, 제품 품질을 저하시킬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심지어 인수 후에는 중국에 매각될 것 같이 말하고 있지만, 이는 근거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려아연 1대 주주(영풍)와 협력 아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기에 적대적 M&A란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며 "장기간 투자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 대한민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투자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은 내부결집과 우군 확보에 힘쓰며 물밑 대응에 집중하고 있어 그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도한 이 부회장은 "최 회장도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며 "최 회장이 제게 얘기한 것처럼 분명히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19일 고려아연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그들(MBK)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응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현재 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33.13%를, 최 회장 측은 지분 33.99%를 들고 있다. 다만 고려아연 자사주 2.39%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낮은 국민연금 지분 7.57%를 제외하면 실제 유동주식 비율은 22.92%로 파악된다.
이를 고려하면 최 회장 측은 지분 6.05%를 추가로 획득하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고, 영풍-MBK 측은 6.9%를 매입하면 고려아연의 과반 지분 달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MBK파트너스는 다음달 4일까지 진행하는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최소 목표 수량을 6.98%로 설정했다.
▲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업계에선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가를 기간 연장 없이 높일 수 있는 오는 26일이 이번 경영권 다툼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BK-영풍 측이 26일 이후 공개매수가를 올리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개매수 기간을 10일 연장해야 한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가 66만 원보다 3만9천 원 높은 69만9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3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 전날까지 고려아연 주가는 70만 원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대응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26일 공개매수가를 높일 공산이 커 보인다.
고려아연 주주 가운데 영풍그룹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 고려아연 자사주를 제외한 기타 주주(지분율 48.8%)의 97.7%가 기관투자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관투자자들이 현재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공개매수에 응하면 저가 매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고려아연 주가 상승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공개매수가를 높이지 않으면 MBK 측이 공개매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약 6% 추가 확보를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는 등 우군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 LG, 한국투자증권, 한국앤컴퍼니 등이 최 회장 우군으로 거론된다.
최 회장은 MBK 측의 공개매수가 인상 등 움직임을 지켜본 뒤, 대항 공개매수 등에 본격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경쟁 과열로 고려아연 주가가 더 상승하면 자금력에서 MBK 측에 밀리는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 회장이 빠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중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인력 20명과 함께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할 것"이라며 "저들(MBK)과는 절대 함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