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024년 6월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 R&D센터에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포스에스엠, 미국선급협회(ABS) 등과 '선내안전관리·탄소배출감축 위한 인공지능(AI) 솔루션 적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동균 포스에스엠 대표이사,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안중호 사장,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김성훈 ABS 한국영업대표. <팬오션> |
△주력 벌크선사업 부진에도 탱커 시황 강세로 실적 방어
팬오션은 2024년 상반기 벌크선사업의 부진 탓에 부진한 영업실적을 냈다.
다만 안중호가 추진한 사업 다변화가 주력인 벌크선사업의 실적이 부진할 때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팬오션은 2024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089억 원, 영업이익 2334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상반기(매출 2조2212억 원, 영업이익 2377억 원)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6%, 1.8% 줄었다.
실적이 소폭이나마 악화한 가장 주된 이유는 벌크선사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건화물 물동량이 감소한 탓에 2024년 1분기에는 벌크선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3%나 감소했다.
다만 2분기에는 벌크선 영업이익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 상반기 내내 탱커선 등의 실적 호조가 이어져 실적 악화 폭은 크지 않았다.
팬오션의 탱커선 부문은 2024년 상반기 매출 1899억 원, 영업이익 765억 원을 거뒀다. 2023년 상반기(매출 1694억 원, 영업이익 616억 원)와 비교해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24.2% 각각 늘어났다.
안중호는 팬오션에서 그동안 비주력사업으로 여겨졌던 탱커선과 컨테이너선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여 사업을 다각화했다.
탱커선부문은 기존 고객을 향한 서비스 강화와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한편 컨테이너선부문에서는 한일, 한중 항로에 이어 동남아 항로까지 노선을 확장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HMM 인수 시도와 협상 결렬
팬오션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이자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수준인 HMM 인수를 시도했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의 HMM 인수 추진을 위한 주체로 나서 HMM 인수를 타진했다.
팬오션은 사모펀드 J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2023년 8월 마감된 HMM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HMM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같은 해 9월 팬오션-JK파트너스 컨소시엄을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과 함께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12월 팬오션-J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HMM 인수를 거의 눈앞에 두게 됐다.
팬오션-J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전 진행된 본입찰 과정에서 HMM 인수 희망가로 약 6조4천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산업보다 높은 인수가를 제출해 정량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 이후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팬오션-J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HMM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이듬해인 2024년 1월 1차 협상이 결렬되고 주주 간 계약 협상 시한을 2월6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2차 협상 때까지도 양 쪽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사업 본격화
안중호는 팬오션의 사업포트폴리오 확대의 일환으로 LNG운반선·LNG벙커링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취임 이후 팬오션은 본격적으로 LNG 관련 계약을 체결했는데 2023년 들어 인도받은 선박을 장기계약에 투입하고 있다.
팬오션은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LNG 관련 선박 총 4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같은 해 8월 HD현대중공업에서 LNG운반선 1척을 인수했다. 배 이름은 '뉴브레이브(NEW BRAVE)'호다.
팬오션이 인수한 선박은 길이 299m, 너비 46.4m, 깊이 26.3m로 우리나라 하루 소비량 약 절반에 이르는 규모의 액화천연가스를 운반할 수 있는 17만4천 CBM급이다.
팬오션은 이 선박이 이중연료(듀얼퓨얼)엔진을 장착해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과 같은 유해가스 배출량은 줄이고 연료 비용 절감이 가능한 친환경 고효율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팬오션은 같은해 9월 '뉴네이쳐(NEW NATURE)'호도 인도받을 예정이며, LNG운반선을 10월에 1척, 12월에 3척 더 인도받는다. 2025년에도 3척 인도받는다.
팬오션의 LNG 운반사업은 다수의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하며 순항하고 있다.
팬오션의 LNG 운반사업 계약 체결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쉘(Shell) 및 갈프(GALP)와 174K CBM LNG선 총 3척, 2021년 쉴과 LNG벙커링선 2척 및 174K CBM(입방미터,㎥) LNG선 2척, 2022년 코리아그린LNG와 174K CBM LNG선 5척의 계약을 맺었다.
주요 계약조건을 살펴보면 미국의 쉘과 체결한 장기대선계약의 기본 계약기간은 2024년 9월부터 2031년 10월까지 7년이다. 포르투갈의 갈프 쪽은 계약기간이 5년이다. 계약금은 각각 3억625만 달러(한화 3318억 원), 1억1500만 달러(약 1256억 원)다.
두 장기대선계약 각각에 3년씩 2차례 기간연장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따라서 팬오션은 두 계약에서 각각 최장 13년과 11년 동안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쉘과 맺은 계약에는 LNG선 1척을 추가하는 옵션도 포함됐다.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최대 4척의 장기계약이 확보된다.
팬오션은 LNG 운반사업을 위해 다수의 LNG운반선을 발주했다.
2020년 12월에 6107억 원을 들여 LNG운반선을 3척을 발주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7월에는 4571억 원을 들여 2척을, 2022년에는 4차례에 걸쳐 총 1조3666억 원을 투자해 5척을 각각 발주했다.
팬오션은 2005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수송 사업자로 선정돼 2009년부터 LNG 물량을 수송한 이력이 있다.
LNG운반선 사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운임이 폭등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탱커선으로 사업 확대
안중호는 석탄, 철광석 등 건화물의 수송수요 감소에 대비해 탱커선 사업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탱커선은 원유를 운반하는 크루드 오일 캐리어(Crude Oil Carrier), 정제를 거친 석유제품을 운송하는 프로덕트 캐리어(Product Carrier), 석유화학 제품 및 동식물유를 운송하는 케미컬 탱커(Chemical Tanker) 등으로 나뉜다.
팬오션은 2024년 상반기 기준 탱커선 18척(사선 17대, 용선 1대)을 운영하고 있다. 2026년과 2027년 중형(MR) 탱커 각각 4척과 2척, 모두 6척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팬오션의 탱커선은 액손, 쉘, BP, 쉐브론, 토탈, 에쓰오일, SK에너지 등 정유기업과 계약을 맺고 원유 및 가솔린, 디젤, 나프타, 중유 등의 석유제품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운송하고 있다.
케미컬 탱커 선대 7척(사선 6척, 용선 1척)은 중동~아시아, 극동~동남아 항로를 위주로 벤젠, 툴루엔, 자일렌, 베이스오일, 가성소다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을 운송한다.
팬오션의 탱커선 부문은 2024년 상반기 매출 1899억 원, 영업이익 765억 원을 거뒀다. 2023년 상반기(매출 1694억 원, 영업이익 616억 원)와 비교해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24.2% 각각 늘어났다.
탱커선 시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중호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으로 탱커선 사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팬오션은 2020년 10월 ‘그랜드앰비션호’, 2021년 11월 ‘그랜드보난자호’ 등의 인도를 시작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확보했다.
이렇게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인도 받음으로써 팬오션은 원유 운송 능력 및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 서비스 항로 또한 중동, 아시아, 오세아니아를 넘어 미국 서부와 남미 지역까지 확장을 추진했다.
팬오션은 그동안 드라이 벌크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드라이 벌크 물동량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전체 벌크선 물동량 가운데 철강 생산의 원재료인 철광석과 제철용 석탄 비중이 35%에 이르는 데다 세계 철광석 물동량의 70%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환경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탈석탄 움직임이 일고 있어 석탄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벌크선 업황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중호는 드라이 벌크 수요 악화에 포트폴리오 확대로 대응하며 향후 실적을 떠받쳐줄 버팀목을 만들고 있다.
| ▲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11월14일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팬오션> |
△곡물트레이딩 사업 박차
안중호는 팬오션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팬오션은 미국,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팬오션은 2024년 상반기 곡물 트레이딩 사업에서 물동량 85만 톤을 소화하며 매출 2805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물동량 52만 톤, 매출 2308억 원)보다 확대됐다.
앞서 팬오션은 2023년 수익성 개선을 위해 판매 곡종을 다변화하고 고가의 곡물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실제 팬오션과 미국 ‘번지’의 합작법인 EGT는 2023년 7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위치한 EGT곡물터미널의 저장 용량을 3배로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GT곡물터미널은 저장 설비, 육상 레인, 부두, 하역 설비 등을 갖춘 수출시설이다. 저장 용량은 56만㎡로 옥수수, 대두, 소맥 등 연간 90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롱뷰항 터미널의 대두박 저장 용량은 3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대두박은 바이오디젤의 원료이다.
안중호의 취임 직후인 2020년 9월 팬오션 미국법인은 EGT의 지분 36.25%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올랐다. 2023년 상반기 말 기준 EGT 지분율은 33%로 낮아졌다. EGT는 워싱턴주 롱뷰항 곡물터미널과 몬테나 주에 위치한 내륙공급시설 4곳을 운영하고 있다.
팬오션의 곡물사업은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한 2015년 전담조직이 꾸려지며 시작됐다. 2022년 154만 톤의 물동량을 처리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팬오션 관계자는 “곡물유통 사업이 진입장벽이 높아 실적증가 속도는 느리지만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려 계획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곡물운송 영업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5년 팬오션 인수가 결정됐을 때 언론 인터뷰에서 “하림은 해외 곡물유통사를 통해 사료용 곡물을 사들이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유통비용을 전부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곡물 운송능력을 갖춘 팬오션이 매물로 나왔으니 인수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팬오션 대표이사 연임과 사장 승진
안중호는 팬오션의 최대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2023년 3월29일 팬오션 주주총회에서 안중호의 연임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됐다. 안중호의 대표이사 재직 3년 동안 팬오션은 매출이 2.6배, 영업이익이 3.7배나 증가했으며 최대실적 기록도 갈아치웠다.
주력인 벌크선 사업에서는 단기 용선 위주의 탄력적인 선대 운용을 통해 해운산업의 호황기 동안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LNG운반선 및 컨테이너선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결실을 맺기도 했다. 포르투갈의 종합 에너지기업 갈프(GALP), 영국의 쉘(Shell), 카타르 등이 팬오션과 잇따라 장기대선계약을 체결했다. 팬오션은 2023년 LNG선박을 인도받으며 이렇게 맺은 장기대선계약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앞서 안중호는 2021년 말 하림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은 바 있다.
팬오션은 2022년 1월1일자로 안중호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냈다.
안중호가 1989년 범양상선에 입사한 지 33년 만으로 사업의 성장과 혁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부사장 승진 후 3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팬오션은 “이번 승진 인사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사업 효율성 극대화 및 인적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안중호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30일 팬오션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안중호는 취임사에서 “임직원의 잠재 역량을 이끌어 내는 것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의 핵심일 것이다”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와 자신감으로 무장하여 다시 한번 새롭게 변화하여 성장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실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하고 건전한 조직문화 구축을 통해 임직원, 고객, 주주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투명 경영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임 추성엽 대표이사는 모든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팬오션의 요청에 따라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남은 임기 동안 자문역할을 수행한다.
안중호는 1989년 범양상선(현 팬오션)에 입사한 뒤로 줄곧 팬오션에 몸담아 왔다. 그는 해운영업 분야를 두루거친 국제영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 ▲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맨 오른쪽)가 2023년 1월5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174만4천CBM급 LNG운반선 '뉴에이펙스'호의 명명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 애나 마르가리다 리마 갈프 비즈니스서비스 총괄, 호드리고 빌라노바 갈프 부사장이 보인다. <팬오션> |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자발적 상장폐지
팬오션은 자발적으로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했다.
팬오션은 2022년 3월17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3월21일자로 상장폐지를 실행하고 3월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련 정관을 개정함으로써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했다.
팬오션은 2005년 국내 기업 최초로 싱가포르 증시에 입성했는데 16년 만에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팬오션이 상장폐지를 결행하는 것은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자사 주식 수는 극히 적은데 상장을 유지하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팬오션이 발행한 주식 5억3456만9512주 가운데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은 17만597주로 전체의 0.03%에 그쳤다.
팬오션은 STX그룹 계열사였던 2005년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판단에 따라 싱가포르 증시에 먼저 상장했다. 한국거래소 상장은2007년 이뤄졌다.
△코로나19 위기 극복노력과 2022년 하림그룹 편입 뒤 최대 실적
안중호는 2020년 팬오션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나, 당시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산업 생산이 둔화하면서 해운시황이 바빠졌다.
안중호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영업을 강화하고 장기화물운송계약과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을 병행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직원들에게 시황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국제영업부문에서 기민하게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국제영업 담당 부서와 재무관리 담당 부서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공유 강화를 주문하는 등 조직개편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협력경영을 강조했다.
안중호는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이른바 스팟 영업)은 화물운송계약에 따라 1항차(화물을 한번 실어나르는 것) 단위로 화물을 수송해 요금을 받는 영업활동을 말한다.
안중호가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에 힘을 기울인 것은 화주가 급하게 물량 운송을 요구하는 만큼 운임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안중호는 팬오션에서 그동안 비주력사업으로 여겨졌던 컨테이너선부문과 석유화학제품을 실어 나르는 탱커선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여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컨테이너선부문은 동남아시아 항로의 선복(배에 짐을 싣는 용량)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해 수익성을 개선했고 탱커선 부문은 기존 고객을 향한 서비스 강화와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내실을 다졌다.
팬오션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4203억 원, 영업이익 7896억 원, 순이익 6324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매출은 39.1%, 영업이익은 37.8%, 순이익은 23.3% 늘어난 것으로 하림그룹 인수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팬오션이 걸어온 길
팬오션은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로 벌크선 건화물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탱커선 LNG운반 및 벙커링,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팬오션은 고 박건식 범양상선 회장이 1966년 설립한 범양전용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4년 범양상선, 2004년 STX팬오션, 2013년 팬오션 등으로 사명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범양상선은 선박 84척, 선복량 201만 톤을 보유하는 등 한때 국내 최대 해운회사였으나 1986년 기업 부실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1987년에는 박건석 회장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발생한 내분 등을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범양상선은 이후 17년 동안 법정관리 기간을 거치며 뼈를 깎는 노력 끝에 2004년 경영정상화에 성공하고 4152억 원에 STX그룹에 매각됐다.
STX팬오션은 2008년 매출 10조2310억 원, 영업이익 6790억 원을 거두는 등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다. 이후 대침체의 여파로 해운시황이 악화되며 손실이 지속됐다.
STX팬오션은 2013년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BDI 지수의 급락 및 시황 회복 지연 △중국 조선소의 생산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장기용선계약 부실화 △유류비 부담 △용대선 거래처 부실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와 손실발생 △신규선박 도입 등에 따른 부채 및 상환원리금 증가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림지주는 2015년 7월 1조80억 원을 들여 팬오션 지분 약 58%를 매입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하림그룹의 품에 안긴 팬오션은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뤄냄은 물론 코로나19로 해운업황이 역사적인 고점을 찍자 그룹의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계열사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