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제철이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우량한 신용등급을 앞세워 흥행한 반면 현대차는 최우량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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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10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300억 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만기별로 5년 2300억 원, 7년 1000억 원의 주문이 몰렸다.
현대제철은 애초 5년물 1500억 원, 7년물 500억 원을 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5년물 2천억 원, 7년물 1천억 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금리는 최종적으로 2%대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전부 내년 1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을 차환하는 데 쓰기로 했다.
내년 1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3년물 3.219%, 5년물 4.06%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자비용을 아끼고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는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이 회사채 발행의 공동주관을 맡았으며 회사채 발행일은 18일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올해 연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단기물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현대제철의 신용등급이 AA로 우량채인데다 회사 부실 위험도 낮아 장기물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로템은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5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400억 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애초 3천억 원을 발행하려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요였다.
하지만 현대차 신용등급이 최우량등급인데다 현대차가 5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점 등을 감안하면 흥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봤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회사채 발생에 나서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단기물을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 탓에 수요예측이 발행규모를 다소 웃도는 수준에 그친 것”이며 “게다가 현대차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과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쓴맛을 봐야했다.
현대로템이 지난달 29일 진행한 1천억 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400억 원을 채우지 못했다. 현대로템은 애초 2년물과 3년물을 500억 원씩 발행하려 했으나 계획을 수정하여 이달 7일 2년물 700억 원, 3년물 300억 원을 발행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 실적이 올해 들어 개선되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적자가 컸고 신용등급도 ‘A+’에서 ‘A0’로 하락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이라며 “내년에도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그때까지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