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5-02 13: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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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겸 티와이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워크아웃 절차 돌입에 9부 능선을 넘었다.
태영건설 채권단이 기업개선계획을 의결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한다. 단 태영건설이 순조롭게 약정을 맺어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윤 창업회장이 남아 있는 실타래를 풀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겸 티와이홀딩스 이사회 의장.
금융 및 건설업계 따르면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이 가결되면서 1개월 안에 채권단 협의회와 태영건설은 특별약정(MOU)을 체결하고 워크아웃을 개시하게 된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4월30일 19일 제3차 금융채권자 협의회에 부의한 기업개선계획이 75%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은 대주주 100대1 감자, 대여금 4천억 원 100% 출자전환, 계열사 매각자금 3349억 원 영구채 전환 방안 등이다.
본PF 40곳, 브리지론 20곳으로 총 60개 PF사업장과 관련해서는 태영건설이 33곳을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
본PF 사업장은 32개를 준공·정산하고 7곳은 시행사를 교체한다. 나머지 1곳은 청산된다. 브리지론 단계 사업장은 태영건설 진행 예정인 1곳 외에 10곳이 시공사를 교체하고 9곳은 경·공매 대상으로 분류됐다.
채권단은 정상 공사를 진행하는 PF사업장이 계획대로 준공된다면 공사대금 회수 등으로 태영건설이 2025년 말에 안정적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이 올해 198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2025년에는 599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내년 3715억 원으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해 기말 현금도 올해 267억 원에서 4551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 창업회장이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채권단 마음을 움직여 기업개선계획 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도 남아 있다.
우선 태영건설의 PF 규모가 가장 큰 서울 강서구 마곡 CP4 블록사업장은 3700억 원 추가 출자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설립한 시행사인 마곡 CP4 PFV(프로젝트금융회사) 지분이 가장 큰 IRDV가 3700억 원에 대한 이자를 모두 태영건설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약정체결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IRDV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돌입 등으로 공사가 지연돼 손실 180억 원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사는 목표 공정률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데다 180억 원 손실은 추가 출자에 따른 이자로 파악된다.
태영건설은 시행사 지분만큼 이자를 나눠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마곡CP4 PFV 지분은 IRDV 45.2%, 태영건설 29.9%, 이지스자산운용 19.9%, 메리츠증권 5% 등으로 구성됐다.
마곡CP4 PFV는 1주일 정도 뒤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이후 주주총회 일정이 잡히고 안건이 표대결로 갈 수 있어 윤 창업회장이 이를 원만하게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태영건설의 의견을 수용해 중재안을 마련하려고 하는 만큼 메리츠증권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미 사업장(구미 그랑포레데시앙)을 두고는 태영건설과 채권단이 사업성을 보는 시각이 달라 설득 필요성이 제기된다. 구미 그랑포레데시앙은 본PF 사업장 가운데 유일하게 청산 대상이 된 곳이다.
이 사업은 구미 도량동 꽃동산공원에 3개 단지(2643세대)를 건설하는 것으로 태영건설이 지분 49.9%를 출자해 추진하고 있다.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으로부터 지난해 1900억 원을 대출해 사업이 시작됐지만 1단지 1327세대 분양에 분양률이 17% 수준으로 집계됐다.
태영건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구미 사업장을 두고 특별약정을 체결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PF 보증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6개월 정도 사업장 처리를 미루고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을 그만하기로 결정해도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이 있어 수분양자들은 대출금 이자를 제외한 분양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진행하기로 한 성수동 오피스사업장은 정상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4월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PF정상화 펀드를 통해 브리지론 600억 원가량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장은 성동구 성수동2가 268-2번지 일원에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의 연면적 2만1420㎡의 업무시설을 짓는 것이다. 홍콩계 시행사 스타프라퍼티코리아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장에는 티와이홀딩스가 350억 원을 대출했다. 본PF로 전환되면 태영건설은 PFV 지분을 출자전환하거나 매각 이후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윤 창업회장은 태영건설뿐 아니라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와 우리은행의 갈등도 풀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티와이홀딩스에 360억 원 규모의 연대채권과 440억 원가량의 무담보채권 등 800억 원가량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채권자조정위원회에서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청구를 3년 유예한다’는 안건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티와이홀딩스가 정상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태영건설이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라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도 유예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
우리은행의 요구가 법적으로는 가능한 상황이지만 채권상환이 이뤄지면 다른 채권단도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자금을 투입하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채권단 대부분이 티와이홀딩스 연대채권 유예 안건에 찬성표를 준 상태에서 6월 중순 열리는 조정위원회에서 다시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업개선계획이 포함된 자본확충 방안 이행을 두고 삼정회계법인이 재감사를 하게 된다. 기업개선계획이 이행돼 출자전환이 이뤄지고 자본잠식이 해소되면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이 나올 공산이 크다.
적정 의견이 나오면 지난 3월14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던 태영건설의 주식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기업개선계획안에 동의한 채권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특별약정 체결을 성실히 준비하고 원활한 공사진행과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조속히 경영정상화를 이뤄가겠다”며 “또한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빠른 시일 내에 주식거래가 재개돼 일반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