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 기관들이 기후 관련 규정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말 대선으로 정권이 바뀐다해도 현재 발효된 기후 규정들이 일방적으로 철회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23일(현지시각)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에서 내려 백악관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 기관들이 최근 기후 관련 규정들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말에 있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만약 패배한다면 새로 들어설 트럼프 정부가 의회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기후 관련 규정들을 무효화할 가능성을 사전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정부가 올해 연말 대선에서 공화당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기후 관련 규정들이 철회되지 않도록 '대못'을 박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해 상원에서 공화당의 우위를 활용해 자신들의 소신과 다른 기후 관련 규정을 손 대지 못하게 하도록 의회검토법(Congressional Review Act)이 규정하는 시한에 걸리지 않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검토법은 의회가 연방 기관이 확정한 규정을 검토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세부적으로 재검토 기간(review period)이 규정돼 있는데 현행 의회 말기와 신임 의회 초기를 합쳐 60일 동안 전 의회 회기 동안 확정된 연방 기관 규정을 재검토한다. 그 뒤 필요하다면 ‘불승인 결의(RD)’를 통해 무효화할 수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상원은 상원의원 30인의 동의를 받아 특정 규정과 관련된 불승인 결의를 신속안건처리(패스트 트랙) 절차를 통해 할 수 있다. 패스트 트랙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상원의원들은 최대 10시간으로 제한된 논의 후 반드시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한번 내려진 불승인 결의는 철회되지 않으며 항소의 대상이 되지도 않고 연방 기관은 불승인 결의를 받은 규정과 유사한 규정을 다시 제정할 수 없다.
1996년 CRA가 처음 제정된 이래 재검토 기간 동안 불승인 결의를 받은 연방 기관 규정은 모두 20건이다. 이 가운데 19건이 정권 교체가 이뤄진 시기에 단행됐으며 16건은 트럼프 정부 시절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만약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본인 임기 동안 자신의 정치 철학에 따라 제정된 연방 기관의 기후 관련 규정들이 무효화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 23일(현지시각) 뉴욕시 법원을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연방 기관들이 CRA 재검토 기간에 걸리지 않도록 규정을 확정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올해 5월22일이다. 이에 기후 관련 규정들을 확정짓거나 확정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샐리 캇잔 전 미국 정보 및 규제 사무국(OIRA) 사무관은 폴리티코 산하 E&E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연방 기관들은 재검토 기간에 걸리기 전에 규정을 발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며 “기간 내에 규정을 발효하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효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이번 달 나온 미국 내무부의 '공공부지법'도 CRA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나온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2032년까지 미국 국내 차량 비중의 35%를 전기차로 대체할 것을 명시하는 규정이다. 또 전체 차량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2032년까지 2026년 대비 49% 감축하도록 규제한다.
이번 달 18일(현지시각) 확정된 공공부지법은 미국 국토와 영해 면적 30%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도록 규제한다.
여기에 더해 환경보호청은 25일(현지시각) 미국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을 2032년까지 90% 줄이도록 명시한 규제를 발표했다. 석탄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하거나 충분한 탄소포집 능력을 갖추고 가동을 이어가야 한다.
그 외에는 해상풍력 사업 자금 대출 규정,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강화한 국가환경정책법(NEPA Phase 2) 등이 각 기관에서 확정 절차를 거쳐 5월 안으로 발표된다.
미국 언론 코빙턴은 "이들 신규 규정의 운명은 현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계획을 수립해 의회 승인을 받고 발효될 수 있냐에 달려 있다"며 "시간 내에 발효되지 못한다면 2024년 대선이 이들의 앞날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