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섬이 뷰티에 이어 주류판매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인 한섬 김민덕 대표이사 사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이 주류판매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
9일 유통업계에서는 한섬이 사업 다각화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결국에는 본업을 통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3월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했다. ‘주류판매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이다. 당장 주류판매업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신사업 기반을 마련해 놓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섬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의류 편집숍 ‘EQL그로브’에서 음료를 판매하면서 식음료(F&B)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섬이 EQL그로브에 주류를 도입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제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취임 이후 외형성장을 이뤄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섬은 2022년 매출 1조5422억 원, 영업이익 1683억 원을 냈다. 김 대표가 한섬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2019년 이후 매출은 22.4%, 영업이익은 58%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엔 성장성은 정체됐고, 수익성은 크게 후퇴했다.
한섬은 2023년 매출 1조5289억 원, 영업이익 1005억 원을 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0.9%, 영업이익은 40.3% 감소한 것이다.
한섬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3년만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주총에서 ‘주류판매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도 실적 악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21년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을 통해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하며 패션에서 뷰티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자사 패션 브랜드인 ‘타임’, ‘마인’ 등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한섬앤라이프는 한섬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섬앤라이프 순손실은 2021년 62억 원, 2022년 47억 원, 2023년 59억 원을 기록했다.
▲ 한섬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진은 오에라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트리트먼트 로션' <한섬> |
심지어 한섬은 자회사 한섬앤라이프에 2022년 말 대여금 90억 원에 대한 만기를 1년 연장한 데 이어 30억 원을 추가로 빌려준 상황이다.
현재 한섬은 재고자산 부담으로 현금사정이 좋지 않다. 2023년 말 기준으로 한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1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70.8%가 줄었다.
오에라 브랜드 경쟁력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회의적이다.
오에라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로 평균 가격대가 20만~50만 원에 형성돼 있다. 최고가 제품은 120만 원에 육박한다. 해외 명품 뷰티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임에도 인지도는 낮다.
한섬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은 적자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며 "영업적자지만 매출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섬이 주류판매와 패션사업을 결합하려는 것은 MZ세대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류를 판매해 MZ세대 고객 방문을 늘려보겠다는 전략이다
주류판매업과 패션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수익성도 크게 악화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1분기 영업이익이 4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9%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52억 원으로 35.2% 감소, 순이익은 257억 원으로 42.9%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섬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주력사업인 패션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실제 한샘은 패션사업의 해외 확장 의지가 강하다. 한섬은 올해 프랑스 파리에 자체 브랜드 ‘시스템’의 첫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내년에는 유럽과 북미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 계획도 세웠다.
김 대표는 1967년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기획조정본부 경영관리팀장과 경영전략 및 지원담당을 거쳤다. 2017년 한섬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뒤 2019년 11월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