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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정의길  egil@hani.co.kr 2024-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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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준에서 금리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준은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실업률, 금리 등에 대한 최근 전망치도 발표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금리인하 전망에 들떠왔던 금융시장에 갑자기 냉기가 돌고 있다. 금리인하의 조건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의 척도인 미국 10년 국채 이자율은 4월2일 4.363%로 지난 1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0년 국채 이자율은 지난해 말 3.860%로 기록했는데, 최근 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시사에도 불구하고 내리지 않고 오히려 0.5%포인트 가량이나 상승한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는 다우 지수와 나스닥이 1% 하락하는 등 최근 상승세를 접고 냉기에 휩쌓였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결정의 칼자루를 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를 직접 주도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9일 “우리가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한다면, 인플레이션이 튀어오르고 우리가 이를 다시 되돌려야 하는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경제에)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인하 시작을 너무 오래 끌면 고금리로 미국인이 고통받고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경제가 현 금리수준으로 고통받지 않는다”며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시 올해 상반기 내로 금리가 인하될지 의구심이 돌고, 더 나아가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의 미국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2% 올랐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3.1%보다도 높다. 지난해 하반기 서방 선진국들은 평균 3% 인플레이션을 보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3.5%라고 제이피모건은 평가했다.

지난 3월29일 상무부가 발표한 연준의 인플레이션 척도인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지난 1월까지 12개월 동안 2.4%였는데, 2월 들어서는 2.5%로 올랐다. 이 지수는 가격 등락이 심한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했는데, 지난 2월까지 3개월 동안은 연율로 3.5%였다. 지난해 말에는 2%였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2022년 선진국 전반에서 9~1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 급속히 진정되기는 했으나, 금리인하로 가는 ‘마지막 1 마일’이 험난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갈 수 있을지, 시장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에 기대되던 세 차례의 금리인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연준 쪽은 지난해 12월 올해 3차례의 금리인하를 시사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아직은 유효하기는 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6차례 금리인하를 해서 정책금리를 3.75~4%로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인플레이션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수치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금리가 4.5~4.75%로 수준으로밖에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연준은 금리를 궁극적으로 코로나 팬더믹 이전인 2.5% 이하로 회귀시키려 하나, 이제 그런 수준의 중립금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난주 연준의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금리가 궁극적으로는 2.6%에서 정착할 것이라는 중간치 전망이 나왔다. 경제분석가들은 이런 중립금리 예상치가 앞으로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기대와는 달리 잡히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경제성장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도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에서 그 근거로 “경제성장이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 간의 급격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의 경제성장은 견고했다.

애틀랜타 연준은 지난 29일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을 2.1%에서 2.3%로 올렸다. 미국과 유럽에서 일자리 창출도 견고하고, 이에 따라 임금 인상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임금은 유로존에서 서비스 분야 인플레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11월 이후 연율 4%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값 등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접어든 것도 원인이다. 원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의 상품 수출 가격이 오르고도 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상쇄하려고 제조업 가동과 수출을 극적으로 높여왔다. 최근 들어서 중국의 상품 수출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제이피모건은 지적했다.

올해 6월부터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실망감이 퍼진다. 최근 금리인하를 배경으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하던 증시도 큰 부담이다. 거품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로 폭등한 증시 앞에 금리인하라는 말을 꺼내기도 힘들게 됐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증시폭등을 불러서 오히려 금리인하를 가로막는 형국이다.

미 연준 등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가을부터 금리인하에 대한 신호를 줌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자산가격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 전반에서 경제성장이 견고하다는 사실에 시장이 풀이 죽는 모순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이 그동안 저금리에 오랫동안 중독돼서, 최근 2년간의 고금리에 견딜 수 없어 하는 저체력이 된 것이다.

요아킴 나겔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최근의 인플레이션 퇴치 기대감이 성급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970년대 이후 10차례의 인플레이션에서 4차례가 5년이 넘게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금리를 너무 이르거나 급격히 인하한다면, 우리의 목표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을 특징지웠던 인플레이션 2차 파동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금리인하 기대보다는 오히려 증시의 추락을 먼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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