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차량 에너지 효율 표준(NVES) 홍보 이미지. <호주 교통부> |
[비즈니스포스트] 그동안 차량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없었던 호주가 허용 기준을 도입하며 자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연료 효율도 높인다.
이는 한국의 차량 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과 유사한 형태의 규제로, 호주에 차량을 수출하는 자동차메이커들은 앞으로 연료소모량 등 기준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호주 정부가 ‘신규 차량 에너지 효율 표준(NVES)’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정부가 제안한 규제에 따르면 차량 유형별로 배출할 수 있는 최대 온실가스를 설정하고 이를 어긴다면 과징금을 물게 한다.
호주 교통부를 통해 공개된 신규 차량 에너지 효율 표준 A안에 따르면 호주에서 운영되는 승용차(PV)는 2025년부터 1킬로미터당 이산화탄소 141그램 배출이 허용된다. 2029년에는 99그램으로 줄어든다.
A안은 한국보다 규제 강도가 약하다. 한국은 2024년 기준 10인 이하 승용차 배출량을 92그램, 2029년 75그램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논의안 가운데 B안과 C안은 2029년 승용차 배출량이 각각 58그램과 34그램으로 한국 규제보다 강하다. 두 안 모두 2025년 배출량은 A안과 같은 141그램이다.
캐서링 킹 호주 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호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차량 제조사들은 앞으로 차량별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목표를 설정하고 정부가 허용한 기준을 준수했거나 이를 초과달성했다면 혜택을 받는다”며 “반대로 어긴다면 패널티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규 차량들은 유럽연합(EU)과 비교하면 40%, 미국과 비교하면 20%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이미 이번과 같은 규제를 1970년대부터 운용해오면서 연료 소모를 크게 줄였다”고 덧붙였다.
호주로 수출되는 한국차 물량도 상당한 만큼 이번 규제는 한국 제조사들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국내 차량 보험사 RACV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호주 전역에서 신규 등록된 차량은 약 121만 대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MMA)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호주에 수출된 한국차는 16만9205대로 신규 차량 가운데 한국차가 약 14%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교통부 분석에 따르면 이번 규제를 통해 호주 차주들은 2050년까지 누적 6510억 달러(약 871조 원)가 넘는 연료값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동시에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1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구체적으로는 2050년까지 합계 3억6900만 톤이 넘는 이산화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1년 기준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절반에 달한다.
매튜 홉스 호주 자동차무역협회(MTAA) 최고경영자는 공식성명을 통해 “자동차 업계도 이번 에너지 효율 표준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정권이 3번 바뀌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논쟁거리가 된 표준이 마침내 제안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호주 교통부는 신규 차량에너지 효율 표준 도입에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3월4일까지 관련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한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