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가 2023년 12월12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개발 센터 설립 양해각서를 맺고 있다. 이날 체결식에는 네덜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 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
△네덜란드 ASML과 한국 연구개발 센터 구축 합의
이재용은 2023년 12월12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함께 하면서 ASML과 한국에 1조 원을 투입해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네덜란드 ASML은 인공지능, 스마트폰 등에 활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번 삼성전자와 ASML의 연구개발센터 관련 업무협약은 네덜란드와 한국 정상 및 반도체 기업 대표들이 함께 참석한 간담회 직후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ASML과 함께 1조 원을 투자해 차세대 EUV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연구개발 센터’를 한국에 설립한다.
장비기업인 ASML이 반도체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초미세 반도체공정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도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ASML과 공동연구시설 설립을 두고 “경기도 동탄에 공동연구소를 짓고 하이 NA EUV 노광장비를 들여와 AMSL 엔지니어와 삼성전자의 엔지니어가 같이 기술 개발을 하게 된다”며 “삼성전자가 하이 NA EUV에 대한 우선권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 추격 고삐
이재용은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서 ASML과 협력을 강화할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2023년말 기준으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대만 경쟁사 TSMC를 추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MC는 57.9%, 삼성전자는 12.4%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2023년 1분기 50.3%포인트에서 2분기 44.7%포인트로 좁혀졌다가 2023년 3분기 45.5%로 다시 벌어지게 됐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TSMC보다 먼저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상용화하고 처음으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신기술을 적용했지만 고객사 확보에서는 여전히 뒤처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이트올어라운드는 반도체 기본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통제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반도체가 동작하는 전압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3나노 공정에 처음 적용된 GAA 기술이 충분한 생산수율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어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는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에 GAA 신기술이 적용된 것을 큰 리스크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알파웨이브와 텐스토렌트 등의 기업은 EE타임스를 통해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 안정화에 성공했지만 3나노에서 다소 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TSMC 역시 GAA 기술을 2나노 공정에 처음 도입하기 때문에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이 2나노 공정에서 ‘공급망 다변화(멀티 벤더) 전략’을 계획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이재용은 앞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사업분야를 삼성전자의 새 비전으로 제시하고 유례없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재용은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연구개발 73조 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 60조 원 등 모두 133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시스템반도체 관련 전문인력 1만5천 명을 채용하겠다고도 했다. 단일 사업 투자로는 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2021년 하반기에 평택 2공장 내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의 가동을 본격화했다. 평택 3공장 파운드리 장비 발주는 2022년 6~7월에 시작됐으며 2022년 하반기에는 평택 3공장 라인이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에도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는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해 약 500만㎡(150만 평) 규모로 조성되며 2024년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신사업 발굴 위한 조직 강화
이재용은 2023년 삼성전자 연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월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3명 등 모두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임원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신사업 발굴을 위한 부회장급 전담조직 구축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고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은 이처럼 미래 신사업을 위한 조직을 강화하면서도 기존 주요 사업을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을 유임하면서 ‘안정 속 변화’를 선택했다.
용석우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김원경 DX부문 경영지원실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실장 단 두 명만이 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진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자도 143명으로 2022년보다 44명 줄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의 투톱체제도 그대로 유지되고 주요 사업부장들도 대부분 유임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신구 인력이 조화롭게 구성된 모습도 나타난다.
특히 용석우 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한종희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던 무거운 짐을 나눠지게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부회장은 1년 가까이 DX부문장뿐 아니라 VD사업부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어 가전사업부문의 부진을 타개하는 데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용석우 사장의 승진으로 한 부회장은 생활가전사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삼성전자 2023년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손실 줄여
삼성전자는 2024년 1월 현재 사업부문인 DX부문과 DS부문 2곳과 사업지원TF라는 지원부서로 크게 나뉘어 있다.
사업부문에서 DS부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DX부문은 IT와 모바일 및 소비자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7조4천억 원, 영업이익 2조4300억 원을 거뒀다. 2023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2.2%, 영업이익은 77.6% 줄었다.
삼성전자는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191조1555억 원, 영업이익 3조7422억 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3분기 누적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17.5%, 영업이익은 90.4%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몰고온 최악의 반도체 불황이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23년 들어 3분기까지 반도체 사업부문의 누적 적자는 12조 원에 달했다.
주목할 대목은 삼성전자가 2023년 3분기 반도체 사업(DS부문)에서 3조75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이는 2023년 2분기와 비교해 6100억 원 영업손실 규모를 줄인 수치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D램 등 고부가 제품 확대와 일부 메모리 반도체의 판가 상승으로 2023년 2분기와 비교해 적자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도체업황 저점에 대한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의 구매 문의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2024년 삼성전자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DX부문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단단한 판매 지속과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세에 올라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토대로 만든 ‘삼성 가우스’를 공개하면서 온디바이스AI 기기를 판매하기 위한 밑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2024년 반도체 전체 응용처 중심으로 메모리 채용량 증가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져 긍정적이다”며 “메모리 공급업체들의 감산으로 2023년 4분기부터 재고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어 가격 상승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기나긴 반도체 적자 터널을 조만간 끝낼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에는 매출 312조1천억 원, 영업이익 39조4천억 원을 거두며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신호탄을 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02조2300억 원, 영업이익 43조3800억 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보다 매출은 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26% 줄었다.
삼성전자는 특히 2022년 4분기 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침체된 상황에서 메모리 수익성 악화가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경기 불확실성 고조에 인수합병 속도 조절
이재용은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당초 예상됐던 대규모 인수합병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대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중형 인수합병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하만)이 오디오 플랫폼 ‘룬’을 인수한 것과 삼성디스플레이가 확장현실 관련 디스플레이 기업 ‘이매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만은 2023년 11월 음악 애호가를 위한 음악관리 및 검색, 스트리밍 오디오 플랫폼 룬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룬은 음악재생 플랫폼으로 원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풍부한 인터페이스, 다양한 오디오 기기와 호환성, 최상의 사운드를 재공하도록 설계된 재생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하만은 카오디오, 블루투스 스피커, 파티·공연용 스피커 등 다양한 오디오 분야 글로벌 1위 업체다. 이번 룬 인수로 계기로 홈오디오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5월 미국 마이크로 올레드 기업 이매진을 약 2억1800만 달러(약 2900억 원)로 최종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매진은 마이크로 올레드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매진이 보유한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기존 백색 올레드 디스플레이보다 낮은 전력에 더 밝은 휘도를 제공해 IT기기의 부피는 줄이고 배터리 수명은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확장현실(XR), 가상현실(VR)을 구현하는 기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6년째 대형 인수합병 소식이 없다. 하지만 현금 보유량이 2023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80조 원에 육박해 언제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모색
이재용은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전문경영인들에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2나노 전장솔루션 양산 준비를 2026년 마무리 짓고 차세대 내장형 M램(eMRAM)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eMRAM은 빠른 읽기와 쓰기 속도를 기반으로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이 가능한 메모리반도체이다. 자동차 전장분야 시스템반도체에서 쓰임새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 반도체업계 최초로 28나노 eMRAM을 양산한 바 있다.
2024년 1월 현재 자동차부품협회의 신뢰성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핀펫(FinFET)공정에 기반한 14나노 eMRAM을 개발하고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2023년 10월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최적화된 공정을 적기에 개발해 자율주행 단계별 인공지능 반도체부터 전력반도체, MCU(마이크로 컨틀롤러 유닛) 등을 고객의 요구에 맞춰 양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은 자율주행 관련 이슈에서 비전 제시뿐 아니라 잠재적 고객사를 직접 만나면서 전문경영인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재용은 2023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직접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이재용은 머스크와 만남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도 함께 배석하도록 했다.
그는 2016년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시작으로 전장사업에 삼성그룹의 역량을 모으고 있는데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까지 키운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11월 미국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본사를 찾아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써
이재용은 2023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 크게 힘을 썼다.
프랑스 파리, 멕시코와 파나마, 남태평양 쿡제도 등 전 세계 다양한 국가를 방문해 지지 확보에 힘썼다.
이재용은 2023년 11월27일 오후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을 비롯한 일주일가량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재용은 당시 감기에 걸렸음에도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재용을 비롯한 국내 대표 대기업 총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30년 세계 박람회 개최지 선정투표 결과 개최지의 영광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돌아갔다. 대한민국 부산은 29표를 얻는 데 거쳐 여론의 거센 역풍이 불었다.
이재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6일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실망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부산 국제시장을 방문할 때 동행해 시민들과 아쉬움을 달랬다. 당시 부산 국제시장에서 떡볶기를 먹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러 뒷말이 나왔다.
△인공지능 관련 사업 육성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강조하는 이재용의 비전에 맞춰 인공지능 관련 사업 육성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월 유럽에서 ‘AI스마트폰’ 및 ‘AI폰’ 상표권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IT전문지 갤럭시클럽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과 영국 지식재산청에 각각 두 건의 상표권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상표권들은 스마트폰 및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AI스마트폰 및 AI폰 명칭에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24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해당 상표권을 신청한 것은 이 명칭을 신형 스마트폰의 홍보 등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갤럭시클럽은 “삼성전자는 전 세계를 휩쓴 인공지능 열풍에 올라타려 하고 있다”며 “상표권을 등록하려 시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클럽의 보도에 앞서 2023년 11월8일 ‘삼성 AI 포럼 2023’ 행사를 열고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삼성 가우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 행사에서 삼성 가우스를 활용해 IT제품에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도 적극적으로 알렸다.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인공지능 서버에 개인정보를 전송할 필요 없이 △기기 제어 △문장 요약 △문법 교정 등을 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이러한 생성형 AI 모델들을 다양한 제품에 단계적으로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대현 삼성리서치 글로벌AI센터 부센터장 부사장은 이 행사의 환영사를 통해 "생성형 AI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업계와 학계 리더들과 협력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것뿐 아니라 반도체 사업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역량을 키우는 데 속도를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부터 인공지능 반도체에 구동을 돕는 D램인 고대역폭 메모리 5세대 제품(HBM3E)를 양산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큰폭으로 향상시킨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HBM은 세대별로 HBM(1세대), HBM2(2세대), HBM2E(3세대), HBM3(4세대)로 나뉘는데 세대가 높아질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다.
삼성전자는 2024년 인공지능 서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12월3일 HBM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 사업장 내 부지를 약 105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 HBM생산능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차원에서 공급능력을 2023년보다 2.5배 이상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브랜드가치 글로벌 톱5 지켜
삼성전자는 2023년 이재용 체제에서 브랜드 가치 글로벌 톱5를 지켜냈다.
2023년 11월21일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914억 달러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TV, 가전, 네트워크, 반도체 등 모든 사업 부문의 브랜드가치가 골고루 상승했다.
이번 평가에서 1위는 애플,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 3위는 아마존, 4위는 구글이 차지했다.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오른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 3곳 뿐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1년 17위에서 2012년 9위로 도약하며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뒤 2017년 6위, 2020년 5위 등 브랜드가치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2022년 조사에서는 877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2년 연속 글로벌 10대 브랜드에 포함됐으며 미국 이외 기업으로 유일하게 2020년부터 글로벌 5대 브랜드 업체로 자리잡았다.
인터브랜드는 △기업의 재무성과 △고객의 제품 구매에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 △브랜드 경쟁력(전략, 공감력, 차별성, 고객참여, 일관성, 신뢰 등) 등을 종합 분석해 매년 브랜드가치를 평가한다.
인터브랜드는 전 세계 브랜드가치 평가 가운데 가장 역사가 길고 평가방법에서도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의 △전사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원삼성' 기반 고객경험 강화 전략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차별화된 '스마트싱스' 연결 경험과 게이밍 경험 제공을 높이 평가했다.
또 6G 차세대 통신, AI(인공지능), 전장, AR·VR(증강현실·가상현실) 등 미래 혁신 기술 선도 역량, 모든 제품군에 걸친 친환경 활동을 통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리더십 강화 등이 이번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반도체 사업 육성 위해 유동성 확보 힘써
이재용은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힘썼다.
삼성전자는 2023년 2분기와 3분기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삼성전자의 2023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분기 삼성전자는 ASML 주식 116만9665주를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약 1조3천억 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2023년 2분기에도 ASML 지분매각을 통해 3조 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일련의 지분매각이 반도체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3분기까지 누적으로 36조6997억 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시설투자비 가운데 91%에 해당하는 33조4408억 원이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신·증설 및 보완투자에 쓰였다. 연구개발비로도 20조7997억 원을 들였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2023년 12월1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크라스나폴스키 호텔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 비즈니스포럼에서 피터베닝크 ASML 회장(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꾸준한 기술력 강화 행보
이재용은 삼성전자 경영에서 꾸준히 기술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재용은 2023년 10월19일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이재용은 이 자리에서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열린 경영진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모든 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진행된 경영진 간담회에는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DS부문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해외 출장 중인 일부 경영진은 화상 회의로 참석했으며 △첨단 공정 개발 현황 △기술력 확보 방안 △공급망 대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재용은 2023년 3월 반도체연구소 신입 박사 연구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반도체 연구소를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며 연구개발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2월에는 천안·온양 캠퍼스를 방문해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세라믹 특수유리 기업 코닝과 협력 관계 고도화에 힘써
이재용은 2023년 9월1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코닝정밀소재 2단지에서 열린 ‘코닝, 한국투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을 만나 세상에 없는 기술을 함께 개발하자는 뜻을 모았다.
코닝은 세라믹, 특수유리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1973년 삼성전자와 합작사 '삼성코닝'을 설립한 뒤 50년 동안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TV브라운관의 핵심 소재인 벌브 유리 생산을 위해 코닝과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그 뒤에도 코닝과 함께 디스플레이 및 커버 글라스 기술력을 높였으며 이를 통해 액정표시장치(LCD), 올레드(OLED) TV, 모니터, 노트북, 스마트폰에서 기술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코닝은 2024년 1월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Z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접히는 유리' 벤더블 글라스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닝 지분 9.45%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코닝의 우정어린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며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5년 만에 매출 200억 달러 달성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출범 5년 만에 매출 200억 달러를 넘겼다.
첨단반도체 위탁생산 수율도 눈에 띄게 개선하면서 본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2022년 매출이 208억 달러에 이르러 2017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고 2023년 5월 전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첨단공정 수율도 경쟁사인 대만 TSMC를 따라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4나노 2세대와 3세대의 안정적 수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IT정보유출자(팁스터) 레베그너스도 최근 애플 경영진의 회의록을 인용하면서 “4나노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수율은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국내 첨단산업 발전 위해 용인 파운드리에 300조 원 투자 계획
삼성전자가 2023년 3월15일 국내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국가 첨단산업 육성전략에 발맞춰 용인 파운드리에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계획한 300조 원이 투자되면 약 160만 명의 고용창출효과와 함께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용인 클러스터에 파운드리 위주로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기도 평택과 미국의 오스틴, 테일러에 건설 중인 공장에 이어 새 생산시설을 추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3년 3월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경기도 용인에 710만㎡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단일 단지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한국을 찾은 유럽, 베트남 등의 주요 정부인사들로부터 반도체 공장을 유치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의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 발표로 해외 대신 국내 투자를 확정지었다.
용인 클러스터가 조성돼 삼성전자가 투자를 집행하게 되면 경기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지가 확대되게 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같은 날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새롭게 만들어질 용인 클러스터 신규 단지를 기존 생산거점들과 통합적으로 운영해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대한민국 미래 첨단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와 같은 투자를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회사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대책이자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부지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에서 TSMC의 4분의 1, 설비투자 규모에서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용인 투자는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묘책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입지를 통해 기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 원 차입
삼성전자는 2023년 2월14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 원을 차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당시 현금성 자산으로 128조 원을 쥐고 있음에도 새로 차입에 나선 것이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자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대규모 차입을 두고 ①대만 TSMC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경쟁 본격화 ②인수합병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 등을 이유로 꼽는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세계 최강자 TSMC를 추격해 따돌리는 일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만 TSMC는 2023년 330억 달러 규모의 공격적 시설투자를 집행해 세계 파운드리 1위 입지를 공고히 다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3년 260억 달러 규모를 반도체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투자금액과 구체적 용도를 밝히지는 않았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도 설비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투자가 분산되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을 한 이유가 인수합병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3년 1월 세계 전자박람회 CES2023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사업 발전을 위해 인수합병에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며 “조만간 좋은 (인수합병)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3년 말까지 삼성전자는 이렇다할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았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1월27일 유럽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재용은 2022년 10월27일 삼성전자 이사회 의결에 따라 회장에 취임했다.
이재용의 회장 승진 안건은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으며 이사회 의결로 확정됐다.
회장은 법률(상법)상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회장을 선임하는 데 이사회 의결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내부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를 공식으로 밟은 것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재용의 회장 승진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재용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이미 총수로서 삼성그룹을 이끌어왔지만 공식으로 ‘삼성 회장’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며, 본인이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이재용는 회장 직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2022년 9월 영국 출장 후 귀국길에 회장 승진 여부를 두고 "회사가 잘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오너십이 필요하다는 그룹 안팎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재용은 회장 취임과 함께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삼성그룹 앞에 놓인 현실은 매우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인재와 기술을 통해 도전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장 취임 뒤 첫 행보로 2022년 10월28일 협력회사 디케이(DK)를 방문해 상생 의지를 다졌다.
디케이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28년을 함께해온 협력회사다. 1993년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디케이는 1994년 삼성전자와 거래를 시작한 뒤 생활가전사업부에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에 들어가는 철판 가공품을 공급해왔다.
이재용은 디케이의 생산현장을 둘러보면서 “협력회사가 잘돼야 우리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상생을 강조했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
이재용은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법무부는 2022년 8월12일 이재용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을 8월15일자 특별사면 및 복권 조치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경제 활성화와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들었다.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2022년 7월 형기가 종료됐으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됐다.
이 때문에 경영활동이 제약돼 재계와 정치권 등에서 이재용의 복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재용은 복권이 발표된 뒤 입장문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복권 이후 이재용은 삼성전자 기흥R&D센터 착공식에 참석하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특사로 멕시코·파나마 대통령을 만나는 등 안팎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한국을 찾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RM 인수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2023년 12월12일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내외 네덜란드 국빈 방문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럽 출장에서 위기 돌파 모색
이재용은 2022년 6월7일부터 18일까지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이재용은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유럽으로 떠났는데 구체적 출장 일정과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그는 이번 출장에서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3개국을 방문했다. 6월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났다.
ASML은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기업으로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이재용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번 ASML 경영진과의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배석했다.
이재용은 ASML 경영진과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도 만나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했다.
이재용과 뤼터 총리가 만난 것은 6년 만이다. 이재용은 2016년 9월 한국을 방문한 뤼터 총리를 맞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했다.
이재용은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도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imec는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 반도체 연구소로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동 기술개발을 위해 설립했다.
이재용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외에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첨단분야 연구과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이재용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찾았으며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고객사인 BMW 경영진과도 만났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전장 기업 하만의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 부문인 하만 카돈도 방문했다.
이재용이 12일 동안의 유럽 출장 후 귀국해 꺼내든 화두는 ‘기술’이다.
이재용은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해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장의 혼동과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대답했다.
이재용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삼성전자 경영진은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삼성그룹은 이재용의 귀국 후 이틀 만인 2022년 6월20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 관계사 경영자 25명이 참석했다.
사장단은 이 회의에서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의는 8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더 빠르고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주문하자 경영진이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부문 임원 대폭 교체
삼성전자는 2022년 6월2일 DS부문 임원 20명 이상을 교체했다. 여기엔 부사장급이 10명 이상 포함됐다.
삼성전자가 보통 12월 말 정기인사를 통해 고위 임원을 교체해왔음에 비추어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22년 상반기에 논란이 됐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의 성능, 4나노 파운드리 수율 등의 문제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반도체연구소장에는 송재혁 플래시개발실장 부사장이 선임됐다.
송 부사장은 1967년 태어나 카이스트(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반도체공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메모리 차세대연구2팀, 메모리플래시개발실 플래시PA팀 등을 거쳐 메모리플래시개발실 플래시PA팀장과 플래시개발실장을 지냈고, 2020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도체 공정 및 소자 개발 분야 전문가로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으로 이끌며 V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 조직도 일부 바꿨다.
기존 메모리TD(Technology Development, 기술개발)실을 ‘D램TD실’과 ‘플래시TD실’로 나누고 D램TD실장에 박제민 부사장, 플래시TD실장에 장재훈 부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임원진에도 변화를 줬다.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 남석우 부사장,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인프라기술센터장에 장성대 부사장을 각각 앉혔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3년 3월24일 삼성전기 중국 텐진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그룹,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 원 투자계획
삼성그룹은 2022년 5월24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으로 45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450조 원 가운데 80%가량을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중심으로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 동안 8만 명을 새롭게 채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
삼성그룹이 지난 5년간 330조 원을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450조 원 투자계획은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가량 늘린 것이다.
삼성그룹은 우선 반도체 분야에서 신소재와 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첨단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해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고성능·저전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6G 등 초고속 통신 반도체 등에 필요한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차세대 생산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에 양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바이오 시밀러(복제약)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에 대한 집중 투자는 삼성이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면서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고 밝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5월20일 오후 6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첫 인사를 나누고 함께 공장을 시찰했다. 이재용이 직접 공장 안내를 맡았다.
이재용은 이미 가동하고 있는 평택공장 1라인(P1)과 건설 중인 3라인(P3) 등 주요 시설을 소개했다. 평택공장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우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의 모델이기도 하다.
공장 내부 설명은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맡았다. 평택공장에 설치된 미국 반도체장비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차례로 나서 설비의 운영 원리와 기능을 설명했다.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했다. 2022년 상반기 3나노 양산을 앞두고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였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대부분의 팹리스(반도체설계 업체)가 위치한 미국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최대 거래대상 국가다.
삼성전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3나노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기술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자신감이 표현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용은 이어진 환영 행사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반도체 협력을 강조했다.
이재용은 영어로 “삼성전자는 75년 전 반도체를 생산하는 최초의 한국 기업으로 시작했다”며 “미국과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는 우리 세상의 엔진으로서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세계의 많은 사람이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방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반도체 비즈니스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의지와 미국 출장
이재용은 2021년 10월25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인재개발원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1주기를 맞아 열린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재용은 이 자리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새로운 삼성’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단순한 수사로 보기에는 삼성이 마주한 사업 현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파운드리 사업 분야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천명한 미국 인텔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인수합병도 쉽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탓에 세계 각국이 인수합병과 관련해 장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 거래들이 각 나라 경쟁당국의 심사를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삼성SDI는 2021년 10월22일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에 진출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GM과 손잡은 LG에너지솔루션, 포드와 손잡은 SK온(옛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문) 등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미국 진출이다.
이재용은 2021년 11월14일 김포공항에서 전세기 편으로 캐나다와 미국을 돌아보는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사업 파트너들을 만날 것”이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 출국했다.
미국 출장에서 이재용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IT기업뿐 아니라 통신기업 버라이즌, 제약기업 모더나 등 다양한 기업의 CEO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정치권 인사들과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 등 반도체 관련 현안들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의 연구기관인 DS부문 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 아메리카를 방문해 연구개발 현황도 점검했다.
이재용은 2021년 11월24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가 귀국하기 하루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공장 투자처를 텍사스주 테일러로 확정하고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에 양산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재용은 귀국 뒤 미국 투자와 관련해 앞으로의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과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듣고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대답했다.
새로운 삼성을 향한 절박한 의지는 2021년 12월 삼성전자 연말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겸 부문장을 모두 교체하고 CE부문과 IM부문을 통합해 3부문 체제에서 2부문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한종희 부회장이 승진해 완제품(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장 대표이사를 맡았고,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있던
경계현 사장이 DS부문장 대표이사를 맡았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2월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2021년 가석방 뒤 삼성전자 서초사옥부터 찾아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돼 있다가 2021년 8월13일 가석방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그는 기자들에게 “저를 향한 걱정과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구치소를 떠났다.
가석방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자택이 아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이었다.
이재용이 삼성전자 서초사옥부터 찾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그가 서초사옥에서 삼성의 경영 현황을 보고받고 사업전략을 가다듬는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에는 오너 이재용의 결단을 기다리는 현안들이 쌓여 있었다.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가 대표적이었다.
앞서 2021년 5월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공식 경제인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170억 달러(20조 원가량)를 들여 새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워낙 큰 규모의 투자인 만큼 오너의 결정 없이 전문경영인이 투자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투자 계획은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2021년 11월에야 확정됐다.
삼성SDI가 LG이노베이션이나 SK온 등 경쟁사와 비교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이재용의 부재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SDI는 오래전부터 미국에 배터리 생산설비를 짓고 현지 전기차배터리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전문경영인의 결단만으로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규 설비투자 및 미국 모더나와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협력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용은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난 만큼 이전 직종으로의 재취업이 5년 동안 불가능하고 거주지 이전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운신에 제약을 받았다.
다만 2주 이내의 해외출장은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신고만 하면 가능한 만큼 국내에서 일정 조율 등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한다면 미국에 가서 삼성의 다양한 현안들을 매듭짓고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2021년 상속과 경영권 승계
2021년 4월30일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보유 주식을 포함한 재산 상속안이 확정 발표됐다. 상속세만 12조 원 이상으로 추정돼 ‘세기의 상속’으로 불렸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20년 10월25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재계는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부친인 이건희 선대회장의 주식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느냐를 상속의 핵심으로 봤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4.18%, 삼성생명 지분 20.76%, 삼성물산 지분 2.88%, 삼성SDS 지분 0.01%, 삼성전자 우선주 0.08%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법정 상속비율에 따른다면 이건희 선대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아들인 이재용,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3 대 2 대 2 대 2로 이 전 회장의 재산을 나눠 상속받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 오너가족은 법정 상속비율에 따르기보다 이재용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은 법정비율대로 상속됐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홍라희 전 관장이 상속을 포기해 이재용이 절반을 상속했다.
상속 결과 이재용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0.06%에서 10.44%로 크게 높아졌다.
상속 후 삼성그룹 지분구조를 보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보통주 기준) 5.01%,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1%를 각각 들고 있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의 지분 18.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재용도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들고 있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분도 1.63% 소유하고 있다.
이번 상속으로 이재용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도가 강화됐다.
주식재산 상속안이 발표되자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에 시선이 쏠렸다. 삼성 오너들은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2021년 4월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첫 납부분 2조 원을 냈다. 나머지 10조 원가량은 연이율 1.2%에 해당하는 이자를 더해 2026년까지 나눠 내게 된다.
이재용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담보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삼성전자 주식 4202만 주(0.7%), 삼성SDS 주식 711만655주(9.2%), 삼성물산 주식 3267만4500주(17.49%)를 각각 공탁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은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 되므로 이재용이 이를 매각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삼성SDS의 1, 2대 주주가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에 이어서 삼성SDS 경영권이 든든한 만큼 이재용을 포함한 삼성그룹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부터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경영 포기 선언
이재용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오너로서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재용은 2020년 5월6일 대국민 사과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총수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당시 이재용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문제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또한 무노조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이재용이 이렇게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방침을 철회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에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고 해고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중단되는 등 삼성그룹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재용이 삼성의 변화를 이끌면서 그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앞서 이재용을 상대로 사회적 압력이 계속 높아졌다.
이재용 관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첫 공판에서 “심리기간 중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언급하며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도 2019년 5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드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이라며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0년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는 이에 대한 호응으로 보였다.
이와 별도로 이재용은 삼성그룹 총수로서 정부와 관계 개선에 앞장서고 대외행사 보폭도 넓혔다.
이재용은 2018년 9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평양에 가서 남북 경제협력 추진 가능성을 북측과 논의했다.
2018년 8월 삼성그룹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정부 정책에 맞춰 3년 동안 1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데에도 이재용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그룹 총수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삼성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며 민간 경제외교관 역할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군사시설이 아닌 삼성전자를 찾은 것은 의미가 컸다.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인 만큼 삼성전자는 앞선 반도체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 ▲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023년 12월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게 빈대떡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의 외교관' 역할로 바쁜 행보
이재용은 글로벌 기업 CEO와 정치인 등 세계 유명인사와 폭넓게 교류하면서 삼성전자 및 다른 계열사의 외부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삼성의 외교관 역할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은 2022년 11월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 왕세자를 만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5천억 달러(약 660조 원)를 투입해 미래도시 네옴시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SK그룹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2022년 10월4일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한 가운데 손정의(마사요시 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면담했다.
이재용과 손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삼성전자와 ARM의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초 일각에서 기대했던 ARM 지분 매각 등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5월30일에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시스템반도체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과 겔싱어 CEO가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반도체설계),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등이 배석했다.
이재용은 2022년 6월7일부터 18일까지 12일 동안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로 출장을 다녀왔다. 반도체 핵심장비 제조사인 ASML과 유럽 최대 종합 반도체연구소 imec 경영진을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2020년에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위축됐지만 이재용은 같은 해 5월 국내 글로벌 경영인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안 반도체공장이 위치한 산시성에서 후허핑 당서기를 만나는 등 대외 현장활동을 펼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네덜란드를 방문해 반도체 미세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는 ASML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이어 베트남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2019년 하반기에는 달마다 외부 인사와 만날 정도로 이재용의 발걸음이 빨랐다.
2019년 12월에는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만났고, 11월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찾았다. 10월에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을, 9월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투자와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시작하자 이재용은 곧바로 일본을 방문해 현지 기업과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재용은 일본 방문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일본 정부의 제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따로 만나 무역분쟁 등으로 불안한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12월 열린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딸의 결혼식에 퀄컴과 노키아,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해외 주요 기업 CEO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글로벌 정재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재용도 이 행사에 초청받아 결혼식 사전행사에 참석하면서 삼성과 릴라이언스그룹 사이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글로벌 주요 인사들과 만났다.
이재용은 다양한 글로벌 인맥을 갖추고 있어 삼성의 외교관 역할을 도맡아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2021년 대국민 사과
이재용은 삼성그룹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 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썼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2021년 12월23일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2기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지형 1기 위원장은 2022년 2월 퇴임했다.
이재용은 2022년 초 이찬희 위원장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집무실에서 만나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만남을 정례화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은 2020년 5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무노조경영 포기를 선언하고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다짐했다.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이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약속한 준법감시위원회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제안에 따라 설치됐다. 재판부는 총수도 따를 수 있는 실효적 준법감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이재용에게 요구했다.
삼성그룹은 이전부터 인연이 깊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재용이 김 전 대법관을 직접 만나 준법감시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관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조정위원회와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그 전에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판결에서 무죄 의견을 내기도 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김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2020년 2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와 준법감시 협약을 맺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삼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행위와 관련된 신고와 제보를 받아 처리해왔다.
7개 계열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20년 6월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치 등 구체적 준법경영 이행 방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1월16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콘래드 아부다비 예티하드타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경제인과 만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 문제
이재용은 삼성전자 회장에 올랐지만 2024년 1월 현재 아직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았다.
이재용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친 뒤 재선임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2년 10월 회장에 취임했으나 2024년 1월 현재까지 미등기 임원이며 보수도 받지 않고 있다.
이재용의 등기이사 복귀는 삼성물산 합병 재판 등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2022년 3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머로우소달리에서 근무한 오 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배구조와 경영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내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주도했다. 이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세계 선진기업과 같은 문화를 도입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웠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 2020년 3월에는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25조 원을 현금배당하는 등 배당을 대폭 확대하고 2018년 보통주 4851만 주, 우선주 896만 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했다.
2021년부터는 더욱 강화된 내용의 3개년 주주환원 정책 시행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21~23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고 정규 배당을 연간 9조8천억 원 규모로 실시하기로 했다. 잔여 재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추가 환원도 하기로 했다.
앞서 2018~20년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고 정규 배당을 연간 9조6천억 원 수준으로 실시했다.
△하만 인수합병으로 전장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확보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부품 업체 하만 인수를 주도했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6년 매출 약 9조2386억 원, 영업이익 6800억 원을 올렸으나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회복하기 시작해 2022년 매출 13조2100억원, 영업이익 8800억 원을 거뒀다. 이는 하만이 삼성전자로 인수되기 전 실적을 뛰어넘은 것이다. 2023년 사상 첫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열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3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 오디오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화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며 ”특히 하만을 통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장 분야 수주로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만은 2020년 12월 자동차부품 업체 로버트보쉬 오토모티브스티어링의 크리스천 소보트카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를 전장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장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 바 있다.
하만은 2022년 독일 자동차기술 스타트업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했다.
아포스테라는 자동차 증강현실(AR)과 혼합현실(MR)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2017년 설립됐다. 아포스테라는 자동차 앞 유리에 위치정보와 각종 신호, 교차로 등 교통정보를 표시해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에 하만 인수 합의를 발표한 지 약 4개월 만에 하만 주주들의 동의와 각국 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금액은 80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사상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재용은 미국에서 하만 경영진과 직접 만나 인수 협상을 담판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얼마 되지 않아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경영능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재임한 기간 전략적 대형 인수합병을 성공하는 등 경영역량을 발휘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사업팀을 새로 출범시키며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는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전장사업은 특성상 완성차 고객사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 경험이 거의 없어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낼수 있을지와 관련해 부정적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재용의 주도 아래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둔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하만은 전장사업뿐 아니라 음향기술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뒤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제품에 하만의 음향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에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 CES에서 하만과 함께 만든 첫 작품인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와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차량 디지털 계기판에 적용한 제품이다.
2018년 8월에는 첫 공동 브랜드로 삼성전자-하만카돈 사운드바를 출시했다. 2019년 10월에는 프리미엄 오디오 하만카돈 사이테이션을 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2015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 확립
이재용은 2015년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를 거의 완성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지분 지배력을 갖췄고 이건희 전 회장 대신 전면에 나서 경영을 이끌었다.
2014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잇달아 상장됐다. 2015년 9월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재용은 이 과정에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4%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 19.4%, 삼성전자 4.1%의 지분을 통한 간접 지배력을 갖췄다.
이재용은 이건희 전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룹의 경영을 총괄해왔다.
이재용이 경영을 총괄한 뒤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가 달라졌다.
과거 삼성그룹은 상사, 제당, 모직의 3대 축을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이재용은 IT, 금융, 바이오 등 새로운 3대 축을 중심으로 그룹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적극적 사업재편과 인수합병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4년 방산사업과 화학사업 일부를 한화그룹에, 2015년 남은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빅딜’이 대표적이다.
이재용은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 및 방산 부분을 팔았다. 2015년 하반기에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이재용은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프린팅 사업과 해외업체 지분 등을 모두 매각하고 각 계열사의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는 강도 높은 사업재편을 이어갔다. 2016년 말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수는 2015년 말보다 1만 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전에도 꾸준히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미국 신생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모바일결제 ‘삼성페이’를 출시했고,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와 디스플레이 업체 차이나스타의 지분 등을 사들였다.
인공지능 업체 ‘비브’와 클라우드 기업 ‘조이언트’, 메시지 서비스 기업 ‘뉴넷캐나다’ 등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인수합병도 계속 이어갔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 사자’와 ‘삼성 팔자’로 나눠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일각에서 나올 정도로 활발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비주력 사업을 매각한 뒤 전장사업과 바이오사업 등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신사업에서 성과가 본격화되면 이재용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e삼성 실패
삼성그룹이 2000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e삼성’은 사실상 이재용의 경영활동 데뷔 무대였다.
e삼성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보안과 전자결제 등 IT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로 이재용이 500억 원 정도 사재를 출연해 최대주주로서 설립한 기업이다.
e삼성의 성공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e삼성은 대규모 적자를 내다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정리해 실패의 역사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