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2023년 11월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82조 원 규모의 ‘브로드컴·VM웨어’ 합병 조건부 승인
한기정은 미국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과 클라우딩 컴퓨팅업체 브이엠웨어(VMware)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10월23일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의 기업결합 신고 건에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브로드컴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2022년 10월 이래 1년 만에 나왔다.
브로드컴은 미국에 본사를 둔 통신용 반도체 중심의 하드웨어 업체로 전 세계 ‘파이버채널(FC) HBA(Host Bus Adapter)’ 1위 사업자다. 브이엠웨어도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부문 1위 사업자다.
브로드컴이 브이엠웨어를 인수하면 서버 가상화 생태계에서 사실상 표준의 입지를 지닌 브이엠웨어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브로드컴의 경쟁·신규사업자 부품에 대해 호환성 인증을 지연 및 방해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두 기업 간 합병으로 시장독점화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10년간 경쟁사 제품에 대한 호환성을 현재보다 낮추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시정 조치를 부과했다.
또 경쟁사 요청이 있으면 브로드컴의 관련 부품 드라이버 소스코드와 라이선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브로드컴은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의결일로부터 60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무조건 승인을 받았고 유럽연합에서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특허청과 기업 기술탈취 범죄 조사 협력체계 강화
한기정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술탈취 범죄 조사 역량을 높이기 위해 특허청과 손을 잡았다.
공정위는 2023년 10월5일 특허청과 '기술탈취 및 지적재산권 분야 조사·수사 역량 강화와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공정위는 기술탈취 사건 조사 과정에서 특허청 기술전문가의 기술적 판단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공정위가 특정 사건에 관해 지원을 요청하면 특허청은 관련 부서(기술경찰과)에서 기술자료의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기술 동일성 등 전문적 판단을 담은 의견서를 보낸다.
공정위는 이번 협약을 통해 현재 자체적으로 기술범죄 조사를 위해 운용하고 있는 민간 전문가 인재 풀(Pool)인 기술심사자문위원회에 특허청 특허심사관 경력을 지닌 수사관의 지원까지 받게됨으로써 기술유용 사건 조사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협약에서 두 기관은 기술탈취 피해자가 특허청과 공정위 가운데 어느 한 기관에 신고했더라도 다른 기관의 조사·수사와 지원이 적절한 피해구제를 받는 데 적합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다른 기관의 제도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초 상담 단계부터 안내하기로 했다.
한기정은 특허청과의 업무협약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23년 9월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등 4개 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제재와 관련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에 갑질'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191억 과징금 부과
한기정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스마트폰 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를 압박해 자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장기계약(LTA)을 강요한 것과 관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기정은 2023년 9월21일 브리핑을 열고 “삼성전자가 경쟁사업자로 이탈하지 못하게 하고 장기간 매출을 보장받고자 브로드컴은 사전에 치밀한 검토를 거쳐 독점적 부품공급 상황을 이용한 LTA(장기계약) 체결 전략을 수립했다”며 191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매년 브로드컴의 부품을 최소 7억6천만 달러어치를 구매하고, 실제 구매금액이 미달할 경우 차액을 배상하는 내용의 LTA에 서명했다.
공정위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브로드컴이 구매 주문 승인 중단, 제품 선적 및 생산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삼성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계약 체결 당시 브로드컴은 RFFE(통신 주파수 품질을 향상하는 부품) 등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세계 1위 사업자였고 삼성전자는 막 출시한 갤럭시 S20 등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브로드컴의 일방적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브로트컴과의 LTA 때문에 부품 선택권이 제한되고 필요 이상의 부품을 구매해야 했고 더 저렴한 경쟁사 부품을 사용하지 못해 최소 1억6천만 달러(약 2137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의 발표 이후 브로드컴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적다는 평가도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를 2016년 공정위가 '역대 최고 과징금'(1조300억 원)을 부과한 퀄컴 사건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기정은 이와 관련해 “당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이 2% 상환율”이라며 "현재 법 개정으로 상환율이 4%지만 당시 기준에 따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기정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했다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이 사건 행위로 인해 경쟁 제한성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거래 상대방이 삼성전자 한 곳에 한정돼 있었고 애플 등 시장 참여자에게는 영향을 미친 바가 없다고 봐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을 적용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 판단기준 명문화
한기정은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을 명문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6월29일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번 제정안은 기업집단 정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 5가지를 마련하고 동일인 확인 결과에 대해 기업집단의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지정자료 제출 의무 등을 부과한다.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집단에는 상호출자제한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때 기업집단 즉 계열사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동일인이다.
한기정은 동일인 판단 기준을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로 정했다.
다만 5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런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한다. 기준에 부합하는 자연인이 없으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동일인 변경사유에 관해서는 동일인이 사망했을 때 동일인을 변경해야 하고 의식불명 등 일신상의 사유, 상당한 지분의 매각, 의결권 행사의 포괄 위임, 재직 중이던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 동일인이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볼만한 사정이 발생하면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동일인을 변경하고자 하는 기업집단은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해야 하며 기업집단 측이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동일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집단에 직권으로 협의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기업집단의 절차적 권리를 제고하기 위해 공정위의 동일인 확인 결과에 이의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공정위에 재협의(이의제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한기정은 “이번 제정안을 통해 동일인 판단의 투명성 및 객관성이 제고되어 수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면서 “동일인 확인 과정에서 기업집단이 공정위와 협의 및 재협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기업집단의 절차적 권리가 두텁게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23년 5월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와 관련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동통신 3사 과장 광고에 과징금 336억 원 부과
한기정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데이터 전송 속도를 약 25배 부풀려 광고했던 것과 관련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5월24일 이동통신 3사가 5G 속도를 기만적으로 광고하고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36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표시광고 사건 가운데 역대 2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SKT 168억3천만 원, KT 139억3천만 원, LG유플러스 28억5천만 원이다.
통신 3사는 2019년 4월 5G 서비스 상용화 전후에 ‘최고 속도 20Gbps(초당 기가비트)’,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라며 5G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인 20Gbps를 소비자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조사 결과 통신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 및 대역폭으로는 20Gbps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광고 기간 통신 3사의 5G 평균 속도도 20Gbps의 약 3~4% 수준인 0.65~0.8Gbps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1대의 기지국에 1개의 단말기만 접속하는 것을 가정한 실험 환경에서의 최대 지원 속도인 2.1~2.7Gbps를 실제 속도인 것처럼 광고했다고 바라봤다.
공정위는 광고의 거짓·과장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광고상 속도는 실제 사용 환경과 상당히 다른 상황을 전제할 때만 도출될 수 있는 결과라는 사실을 은폐·누락했다는 점에서 기만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기정은 “이론상 수치가 도출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기해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속도와 얼마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속도에 대한 근사치, 평균치 또는 최소와 최대로 구성되는 대략적인 속도의 범위 등 실질적인 제한 사항을 부기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통신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론상 최고 속도’, ‘실제 속도가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제한 사항을 광고에 기재했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기정은 통신 3사의 이런 주장을 두고 “통신 3사가 행정지도에 따랐다고 하더라도 표시광고법상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당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은 공정위에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조사받는 피조사인의 절차적 권리 강화
한기정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기업이 공정위의 과도한 자료 수집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미 제출된 자료의 반환도 요청할 수 있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2023년 4월14일부터 피조사인의 절차적 권리가 강화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에 관한 규칙',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 '현장조사 수집·제출 자료에 대한 이의제기 업무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시행된 규칙에 따라 공정위는 현장조사 공문에 법 위반 혐의 관련 법 조항뿐 아니라 조사 기간과 조사 대상이 되는 거래도 담아야 한다. 또 기업 법무팀이나 컴플라이언스(준법지원부서)팀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해당부서가 법 위반이나 증거인멸 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 등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현장조사에서 수집·제출되는 자료와 조사 목적의 관련성을 검토할 수 있는 절차도 강화했다. 피조사인은 현장조사에서 제출한 자료가 조사공문에 기재된 조사목적과 관련 있는 자료인지를 재차 검토한 뒤 공정위에 조사목적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자료의 반환 및 폐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
조사단계에서 법 위반 혐의 관련 기초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때 피조사인이 사건 담당 국·과장에게 직접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예비의견 청취 절차를 신설하는 등 조사·심의 과정에서 피조사인의 의견 개진 기회도 확대했다.
△공정위 조직 33년 만에 대수술
한기정은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뒤 대재적 조직개편에 나섰다.
한기정은 2023년 2월16일 공정위의 조직개편 내용을 담은 ‘법 집행 시스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한기정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조사와 정책 업무를 함께 수행하던 사무처 산하 9개 ‘국’을 조사 부서와 정책 부서로 완벽히 분리하고 1급 조사관리관 직위를 신설했다. 공정위는 1990년 4월부터 사무처 산하에 업무 분야별 정책·조사 부서를 두는 체제를 유지했는데 33년 만에 조직의 틀을 바꾼 것이다.
한기정은 조사와 정책 부서가 분리되면 조사 전담 부서는 시의성이 높은 정책 이슈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 처리에 전념하게 돼 신속성·책임성·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조사와 심판 부서 구분도 더욱 강화했다. 조사 직원은 정책 부서를 거쳐야 심판 부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조사 부서와 심판 부서의 업무 공간도 각기 다른 층으로 배치한다.
또 피심인(법 위반 혐의 사업자)이 심사관(조사 공무원)과 위원들(심판부)에 동등한 보고 기회를 얻도록 의견 청취 절차를 활성화하고 심사보고서가 상정된 뒤에는 조사 공무원이 위원에 혼자 보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기정은 조직개편을 두고 “조사와 정책을 담당하는 국의 수는 동일하게 구성할 계획이고 하위 과의 수와 인력 규모는 조사 분야 비중이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개편 이후에도 기존에 수행하던 모든 기능은 그대로 유지되고 특정 기능이나 역할이 축소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사익편취 규제·공시의무 대상 대기업집단 기준 완화 추진
한기정은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높여 규제 적용 대상을 줄이는 제도 개편을 추진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023년 1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5조원 이상'보다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했다.
대기업집단은 일부 대기업 규제를 적용받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과 상호출자 금지 등 전체 규제를 적용받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으로 나뉜다.
한기정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하거나 기준금액을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요건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2024부터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에서 GDP의 0.5% 이상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성장했음에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이 14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공시대상 기업집단 범위가 좁아지면 기업집단에 대한 자율 감시 기능과 사익 편취 차단 효과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계열사 간 주식 소유현황,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순환출자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 ‘5조 원’에서 ‘7조 원’으로 높이면 2022년 5월 기준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20개(76개→56개) 줄어든다.
|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이인실 특허청장이 2023년 10월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술탈취 및 지재권분야 협력강화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특허청 간 업무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글로벌 기업결합 심사 전담조직 신설
한기정은 공정거래위원회 안에 글로벌 기업결합(M&A) 심사를 전담할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했다.
공정위는 2022년 12월27일 대형 글로벌 기업 간 인수·합병(M&A), 플랫폼·빅테크 기업 간 M&A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심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기업결합과를 만들고 인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담당 인력은 기존 기업결합과 9명에서 기업결합과 8명와 국제기업결합과 7명을 합친 15명으로 늘었다.
공정위가 국제기업결합과를 신설한 배경에는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인수·합병이 공정위 결정과 관계없이 미국이나 EU(유럽연합) 등의 불허로 무산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고도의 경제분석과 법리 검토가 요구되는 플랫폼·빅테크 기업의 M&A가 증가하는 등 기업결합 심사 난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항공·반도체·조선 등 국내 기업 주도의 대형·글로벌 M&A도 증가해 글로벌 경쟁당국과 공조할 필요성도 한층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불허하자 기업 측이 신고를 철회하면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무산됐다.
한기정은 "국제기업결합과 신설을 통해 글로벌 M&A 심사 품질을 한층 높이고 미국·EU 등 해외 경쟁당국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며 "심사 인력 확충을 바탕으로 심사가 더 신속하고 면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전반 공정거래 현황 실태조사에 나서
한기정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한기정은 2022년 12월22일 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 전후방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경쟁 제약 요인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구글이 게임사들에게 경쟁 앱 마켓에 앱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사건에 대한 공정위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
구글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가 토종 경쟁 앱 마켓인 ‘원 스토어’ 등에 앱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사건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기정은 디지털 경제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와 운영체제(OS), 앱 마켓 등 세 가지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디지털 분야 정책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기정은 “디지털 생태계는 1계층에 해당하는 반도체·OS·앱 마켓 인프라 위에 2계층의 거래 중개, 광고 등 각종 플랫폼 서비스가, 그리고 제일 상단에는 입점업체, 창작자, 플랫폼 종사자가 자리하는 중층적 구조”라며 “가장 최하단 기저에 있는 인프라 분야에서의 경쟁 구도가 디지털 경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바라봤다.
그는 이어 “인앱 결제와 수수료를 둘러싼 앱 마켓과 앱 개발사 간 갈등에서 보듯 인프라 성격 플랫폼의 공정거래 확립은 국내 디지털 경제의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먹통’ 사태 뒤 플랫폼 독과점에 칼 빼들어
한기정은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독과점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10월21일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경쟁 촉진 방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2년 10월15일 오후 3시19분경 SK 판교데이터센터 지하 3층에 있는 전기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에서 화재가 발생해 8시간이 지난 오후 11시46분경 진압됐다.
이 화재로 판교데이터센터 내 카카오 서버 대부분에 장애가 발생해 다음날 오전 7시24분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발신 기능 일부만 복구되고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먹통인 상태가 약 5일 동안 지속됐다.
한기정은 2022년 10월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가 카카오 사태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며 “경쟁 압력이 적은 독과점 상태에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독과점 지위 남용과 관련한 심사지침을 매출액뿐 아니라 이용자 수, 트래픽을 모두 고려하는 내용으로 마련하고 있고, 2022년 안에 제정을 마칠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제정될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시장 획정,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등을 제시하고 대표적 위반행위 유형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예시하게 된다.
공정위는 또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준’도 개정한다. 그동안 대부분 ‘간이심사’로 처리되던 플랫폼 기업 이종혼합형 기업결합을 원칙적 ‘일반심사’ 대상으로 전환해 심사를 강화한다.
여러 서비스를 상호 연계해 복합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플랫폼 고유 특성 등을 경쟁제한성 판단의 고려요소에 추가한다.
이 밖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반칙 행위, 편법적 지배력 유지·강화 행위 등에는 법을 엄정히 집행해 플랫폼 시장의 유효경쟁을 높여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시장지배력을 남용함으로써 자사 서비스를 경쟁사업자와 비교해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대기업집단 시책 위반 행위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은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됐다.
한기정은 2022년 9월16일 취임사에서 “혁신 경쟁을 촉진하는 경쟁 주창자이자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의 규칙을 지키는 엄정한 법 집행자 등 공정위에 부여된 역할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선난후획(어려운 일에는 앞장서고 성과는 나중에 나눈다)의 마음으로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기정의 취임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130일 만에 수장 공백 상태에서 벗어났다.
전임자인
조성욱 위원장은 2022년 9월8일 3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부터 사의를 표명하고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한기정은 취임 뒤 40일 만인 2022년 10월26일 처음으로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한국타이어 그룹 계열회사들의 부당지원 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제공 행위 관련 사건을 심의했다.
공정위는 9명의 위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회의 또는 위원 3인으로 구성되는 소회의에서 공정거래 법규 위반 사건에 대해 심의·의결한다.
앞서 한기정은 2022년 8월18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사유에서 한기정을 두고 “교수 재직 중 상법, 경제법, 보험계약법, 금융소비자법 등 기업 활동과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분야를 강의하며 시장 생태계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등 학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 등 법치행정 전문가로서의 경험이 공정위 법 집행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위에 대한 시장 신뢰를 제고하는 데 공헌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기자 2022년 9월15일까지를 기한으로 다시 송부 요청을 했다. 그러나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자 윤 대통령은 한기정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상법과 보험업 전문 법학자
한기정은 학계에서 상법, 경제법, 보험계약법, 금융소비자법 등 기업 활동과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전문성을 지닌 법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해당 분야를 강의하면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는 등 시장 생태계를 연구했다. 한국상사법학회, 한국비교사법학회, 한국보험법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정부 기관 위원으로도 여러 차례 일한 경험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법률자문단,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할 때는 금융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원활한 시장진입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정부에 제언하기도 했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및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법치행정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보험연구원장 시절에는 보험부채시가평가 연착륙 방안, 비급여의료비 관리, 보험업법 개정, 자율주행 시대 보험제도, 사적연금 활성화, 해외진출·핀테크·헬스케어·신종위험 등 6대 핵심 사안에 연구원의 역량을 집중하면서 연구원의 위상을 금융연구원(은행)과 자본시장연구원(증권)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힘을 썼다.
2021년부터 제10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맡아 변호사 다양성 확대와 시험 합격률 제고를 주장했다. 20대 대선 국면에서 사법시험 부활 얘기가 나오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