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인수한 지누스가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의욕적으로 인수한 지누스가 아픈 손가락이 될 가능성도 있다. |
7일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누스를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지누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아니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단계이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3월 8947억 원 규모로 가구·매트리스 계열사 지누스를 인수했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다.
지누스가 현대백화점의 아픈 손가락 아니냐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이후 아쉬운 실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3월 인수될 때만 해도 지누스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지누스는 지난해 1분기 매출 2908억 원, 영업이익 283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지누스는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이후 지난해 4분기만 제외하고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영업이익이 각각 지난해와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22년 2분기 31.3%, 3분기 46.3%, 올해 1분기 70.6%, 2분기 44.1%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21년 4분기보다 7.2%가 늘었다.
올해 3분기에는 매출 2215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2.6%, 영업이익은 70.1%가 줄었다.
지누스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 3분기에는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적이 있어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8월 한화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의 최근 경영현황과 앞으로 경영전략 등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현대백화점은 하반기에 지누스의 영업이익이 늘어갈 것으로 봤다.
그동안 추가 발주가 없어 매출이 부진했지만 하반기에는 신규 발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였다.
올해 7월에는 아마존 프라임데이 행사에서 매출 560억 원(4400만 달러)를 내며 단일 행사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2년 행사 때보다 매출이 56.3%나 늘었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도 지누스는 ‘아픈 손가락’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는 데 실패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누스 매출 구조는 매트리스가 60%, 일반 가구가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매트리스 매출은 5.1%가 늘었지만 일반 가구 매출이 40%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 지누스는 전체 매출의 97%를 해외에서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의 거대 유통기업인 아마존과 월마트에서 나오고 있다. <지누스> |
지누스는 전체 매출의 97%를 해외에서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의 거대 유통기업인 아마존과 월마트에서 나오고 있다.
일반 가구 매출이 크게 줄어든 이유든 미국 시장에서 위축된 소비 심리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매트리스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매출이 줄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이 일반 가구 구매를 미루면서 매출이 줄었단 얘기다.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11월 기준으로 연 5.25~5.5%다. 1년 사이에 1.5%포인트 인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기준금리가 최근에 급등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상승해 온 만큼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실적 반등에 대해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비 자체를 줄이는 상황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지누스에 대한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난건 아니고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대백화점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을 위한 투자금이 지난해보다 100억 원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누스가 올해 영업이익 260억 원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올해 9월 내놨다. 지난해 영업이익 656억 원과 비교해 60.4%가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0월 지누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3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