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풍력타워 분야의 독보적 지위와 생산능력을 토대로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방산업인 풍력터빈 업황의 부진과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환경 속도조절론 등 부정적 변수들도 있지만 씨에스윈드는 글로벌 상위권 터빈사들을 대부분 고객으로 확보하며 일감을 쌓고 있다. 그런 만큼 성장의 방향성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전방산업 부진과 정책적 변동성등 산업 불확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풍력타워 분야의 독보적 지위와 생산능력을 토대로 가파른 실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6일 풍력발전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씨에스윈드는 해외법인에서 수주가 지속해서 나오며 실적기반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베스타스로부터 연일 일감을 따냈다. 씨에스윈드는 4일 1325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5일에도 407억 원 규모를 수주했다. 둘 다 미국법인에서 풍력타워를 생산해 현지에 납품하는 계약이다.
미국에 납품하는 풍력타워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도 주어지는 만큼 씨에스윈드가 미국에서 수주를 늘렸을 때 수익성 향상과 더불어 이익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씨에스윈드가 확보한 미국 지역 일감은 공시로 확인된 것만 합산했을 때 약 5200억 원 규모다. 여기에는 베스타스뿐 아니라 GE리뉴어블에너지, 지멘스가메사 등 글로벌 주요 풍력터빈업체들과 맺은 계약도 포함돼 있다.
올해 들어 수주한 풍력타워 물량 생산을 마무리하고 최종 공급이 이뤄지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통해 900억 원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공급하는 풍력타워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통해 매출의 15~20%가량을 지원받게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풍력타워 매출의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인데 그보다 많은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씨에스윈드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일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지멘스가메사와 2024~2030년 글로벌 모든 지역에 걸쳐 해상풍력타워를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계약은 지멘스가메사의 발주계획에 따라 발주 시점의 공급규모가 변동될 수 있지만 씨에스윈드 측은 이 계약을 통해 총 3조9758억 원 규모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씨에스윈드가 다루는 풍력타워 등 기자재산업의 전방 업황 분위기가 단기적으로 밝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풍력타워의 1차 고객사인 풍력터빈업체들이 실적과 수주 측면에서 고전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 풍력 가치사슬(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여파로 씨에스윈드를 비롯한 국내 풍력 관련 주식 가격도 최근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씨에스윈드 주가는 6월에 8만9400원을 찍은 뒤 10월 들어 5만 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4개월도 안 돼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친환경산업과 관련된 경제·금융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돌아선 데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산업 육성정책도 속도조절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은 주식시장에서 풍력산업 전반에 걸친 우려가 나오는 배경으로 꼽힌다.
예전보다 금리 수준이 높아진 탓에 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풍력터빈업체들도 풍력 기자재와 관련한 공급망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건비와 기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친환경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친환경산업 육성을 전면 내세웠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집권에 실패하면 미국의 정책기조가 전면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기라도 하면 북미는 물론 전세계 친환경산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입지가 탄탄한 풍력발전 기자재 업체들은 현재 상황에서 오히려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씨에스윈드도 전방 업황 부진이나 거시경제 등 외부 요인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풍력터빈사들보다는 오히려 안정적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안주원 DS증권 연구원은 “풍력발전은 주요 부품들의 생산지가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는데 내년부터 신규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요 부품들의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풍력터빈사들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인 만큼 상위권 공급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미리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씨에스윈드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풍력타워 시장에서 점유율 15% 안팎을 차지하는 1위 기업으로 평가된다. 전방산업인 풍력터빈 분야의 상위권 업체 대부분을 고객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씨에스윈드와 고객사의 공급계약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고객사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터빈업체들이 업황 부침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영업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씨에스윈드는 수익성 방어에 오히려 유리한 환경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김성권 회장은 미국, 베트남, 튀르키예, 포르투갈,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한 뒤 공격적 증설도 추진해 왔다. 고객사들이 세계 어느 곳에 풍력터빈을 공급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구축해 놓은 셈이다.
김 회장의 공격적 증설 전략으로 씨에스윈드는 일시적으로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증설에 따른 비용은 늘어나는 데 반해 신규 공장의 수율 정상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실제 씨에스윈드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씨에스윈드는 2022년 매출 1조3749억 원, 영업이익 431억 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보다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나 후퇴한 것이다.
▲ 해상풍력발전 장치. <씨에스윈드>
다만 최근에는 해외 생산시설의 수율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져 수익성도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씨에스윈드의 실적도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씨에스윈드 실적 추정치 평균(컨센서스)를 보면 올해 매출 1조7570억 원, 영업이익 1558억 원을 내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에는 매출 2조5977억 원, 영업이익 2667억 원, 2025년에는 매출 3조2520억 원, 영업이익 3777억 원으로 매년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실적기반이 될 수주 성과도 내년부터 급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불안한 업황에도 2023년 상반기 풍력터빈 주문 수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며 “일반적으로 터빈 수주에서 타워 수주의 시차가 6~9개월임을 고려한다면 2024년 상반기부터 대량 수주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