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를 인공지능 시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꼽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개화하면서 D램의 일종으로 인공지능 반도체의 구동을 돕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에 불이 붙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높은 실적을 통해 HBM의 수요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글로벌 IT매체 파겐 와사니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인공지능(AI)의 중추적 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HBM 분야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1순위 기업으로 SK하이닉스를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가 최근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것은 인공지능 공급망에 ‘핵심적 순간’이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만 TSMC, 한국 SK하이닉스, 일본 디스코코퍼레이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AMD와 공동연구를 거쳐 HBM을 최초로 개발해 2015년 양산에 들어가면서 일찌감치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려왔다. 그 뒤 3세대 HBM2E와 4세대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장점유율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는 50%를 나타내며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을 앞섰다.
올해에는 삼성전자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수주 증가에 힘받아 SK하이닉스와 점유율 차이를 좁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엔비디아의 최대 HBM 공급처인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선두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개화에 따라 수요가 급등하는 HBM 시장을 주목하고 관련 사업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을 더욱 고도화해 고객사들에게 속도와 방열부문의 강점을 부각하면서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치려 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 총회에서도 고성능 HBM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시대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박 부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기술혁신이 요구된다”며 “SK하이닉스는 적합한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HBM 분야에서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개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속도와 방열부문 강점의 기반이 되는 특화 패키징 기술 ‘MR-MUF(매스 리플로우 모델드 언더 필)에 기술우위를 갖고 있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방식 대비 공정 효율성이 높고 방열에 장점을 지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A100에 들어가는 3세대 HBM 제품인 HBM2E부터 MR-MUF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와 같은 고도화된 패키징 기술을 갖춘 공장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가 높은 미국에 건설해 고객사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15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과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과거부터 아낌없는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패키징 사업에 힘을 실어왔다"며 "앞으로도 HBM 경쟁력에 토대가 되는 차세대 패키징 공정에 힘을 기울여 HBM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