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3년 1월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
△전동화 전환에 투자 확대, 2032년까지 109조 원 투자
정의선이 현대차의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
현대차는 2023년 6월20일 ‘2023 CEO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현대차의 중장기 전동화 전환 전략인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번 발표를 통해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모두 109조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2022~2030년 9년 동안 95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데서 13조9천억 원 늘어난 규모이다.
이 가운데 전동화 관련 투자에만 2032년까지 35조8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2022년 CEO 인베스터데이 때 연평균 2조2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매년 1조4천억 원 더 많아졌다.
특히 전동화 전환 투자가 집중되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12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전기차 판매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2030년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200만 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2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했던 187만 대보다 13만 대 늘어난 수준이다.
기아도 2023년 CEO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60만 대로 제시해 2022년 목표치 대비 40만 대 끌어올렸다.
투자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3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미래사업 투자 비중을 45%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포니 쿠페 복원으로 브랜드 헤리티지 강화
정의선이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역사의 헤리티지를 강화하기 위해 '포니 쿠페'를 복원했다.
정의선은 2023년 6월8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번 전시회는 현대자동차의 대표작인 포니를 둘러싼 각종 자료를 전시하고 현대차의 역사를 관람객들에게 알렸다. 현대 포니는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생산 모델(고유모델)이자 한국산 자동차 최초의 독자생산 모델이다. 1975년부터 15년 동안 생산됐다. 정세형 현대차 초대 사장의 별명도 '포니 정'이다.
포니는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했으며, 당시 기술적 한계로 '포니 쿠페'는 콘셉트카로만 남았다. 포니 쿠페는 미국 영화 '백투더퓨처'에 등장하는 자동차형 타임머신과 흡사해 마니아층의 관심과 애정을 끌어 왔다.
정의선은 이날 개막식 행사에서 “인공 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다른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과 비교해 역사가 짧지만 과거 의미있는 차를 재탄생시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정의선은 정주영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오는 사람 중심의 혁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비전인 ‘인류를 위한 진보’를 위해 복원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선은 “모빌리티에 특화된 현대자동차의 창립 및 성장사는 전세계 자동차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대차만의 고유한 DNA가 됐다”며 “선대 회장님의 인본주의 정신은 오늘날의 현대차가 국가와 국민을 넘어 전 인류의 진보라는 더 큰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오른쪽)이 2023년 5월18일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리유니온' 행사에 참여해 주르제토 주지아로 GFG스타일 대표와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해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
△본격적 전동화 추진 위한 조직개편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전동화 중심으로 완전히 바꿨다.
현대자동차·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같은 유연하고 혁신적인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 6월12일 전동화 체제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가속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독립적 조직들간의 연합체 방식(ATO)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과 함께 기존 연구개발본부장이었던 김용화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연구개발조직을 총괄하는 CTO(최고기술책임자)에 임명됐다.
이번 조직 개편은 연구개발(R&D) 부문을 총괄하는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에 △TVD(통합 자동차 개발)본부 △차량SW담당 △META(Mobility Engineering & Tech Acceleration)담당 △독립형 개발조직(배터리, 로보틱스, 수소연료전지, 상용)·디자인센터 등 각 부문을 독자적인 개발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구성됐다.
재편된 R&D 체계에서는 관련 업무별로 구성된 각 본부 및 담당, 센터가 독립적으로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각 조직들이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면서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게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2023년 2월 연구개발본부 전 부문에 걸쳐 세자릿수 규모의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특히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현대차는 이를 놓고 “이번 채용은 미래 신사업 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개발체제(SDV)로 변화를 이끌 인재를 선점하려는 취지다”고 말했다.
2022년 연말에는 글로벌전략조직(GSO)를 신설해 미래 모빌리티 컨트롤타워 조직도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2월20일 신규선임 176명을 포함해 총 224명을 승진시키는 2022년 하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규선임 인원 3명 중 1명은 40대를 발탁해 성과 중심의 인사 기조를 이어갔다.
전동화 및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전환과 연계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문에서 임원으로 발탁한 인원은 모두 156명으로 이번 전체 승진 인사의 70%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신설한 글로벌전략조직을 이끌 적임자로 김흥수 부사장을 임명했다.
김흥수 부사장은 미래성장기획실장과 EV사업부장을 겸직하며 미래사업 구체화, 상품전략 고도화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앞으로 그룹 차원의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이끄는 임무를 맡게 된다.
글로벌전략조직은 △신기술 센싱 및 조사 분석 △모빌리티 전략 △반도체 전략 △전기차(EV) 전략 △스마트시티 추진 등을 담당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전동화, 서비스, 전략투자 부문으로 구성된 '미래성장위원회'를 구성해 모빌리티 전략을 수립하고 신속한 이행을 추진한다.
앞서 현대차는 2021년에도 연구개발본부의 파워트레인 담당 조직을 전동화개발 담당 조직으로 개편하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했다.
파워트레인은 엔진에서 나오는 출력을 바퀴까지 전달하는 동력장치인데 파워트레인 관련 조직을 전동화 담당 조직으로 개편한 것은 사실상 연구개발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 파워트레인시스템개발센터는 전동화시험센터, 파워트레인성능개발센터는 전동화성능개발센터, 파워트레인지원담당은 전동화지원팀으로 각각 변경됐다. 엔진개발센터는 폐지됐고, 관련 조직은 전동화설계센터 등 다른 센터 아래로 이동했다.
연구개발본부의 조직 체계는 기존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설계, 전자, 차량성능, 파워트레인 등 5개 담당 병렬 구조에서 △제품통합개발담당 △시스템부문담당 △PM담당 등으로 단순화했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동차 품질과 신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수익성을 높여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려 한다”며 “차량 개발의 복잡성을 줄이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판매조직에서도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의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세계 시장을 3개 권역으로 통합했다. 정의선이 2018년 도입한 현대차그룹의 권역 체제가 3년 만에 대권역 체제로 변경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북미권역과 중남미권역을 통합한 미주대권역, 유럽권역과 러시아권역을 통합한 유럽러시아대권역, 그 밖의 인도아중동대권역으로 재편됐다.
△미국 전기차 생산거점 구축
정의선이 세계 주요 시장에 전기차 현지 생산시설을 지으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은 2022년 10월25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시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HMGMA는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다. 2023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장 건설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부터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1월29일 SK그룹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으며 현지 배터리 조달 체계도 마련한다.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과 SK온이 2025년까지 합작공장을 지어 전기차 전용공장은 물론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에 배터리를 납품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도 미국에서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5월21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투자 협약식’을 열었다.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모두 6조3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에도 50억 달러(약 6조365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
정의선은 이날 행사에 공개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미국 고객을 위한 혁신적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며 “제조 혁신기술 도입,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으로 미국 내 첫 스마트 공장으로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정의선은 미국 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책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미국 현지를 찾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8월16일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업 증세 등을 뼈대로 한 IRA에 서명했다.
같은 달 정의선은 뉴욕, 보스턴, LA, 조지아 등을 돌며 약 2주간 미국에 머물렀다.
사업 전반을 살펴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당시 IRA 발효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서 제외될 상황에 놓이자 현지에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2022년 9월에는 LA 현대차 판매법인 등을 방문해 판매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고 10월에는 조지아주에서 열리는 전기차 공장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에 나섰다.
△KT와 미래 모빌리티 협력 위한 지분 교환
현대차그룹은 KT와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이 다른 기업과 지분을 교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과 KT는 2022년 9월 KT 자사주 7.7%를 현대차 지분 1.04%, 현대모비스 지분 1.46%와 맞교환한다고 발표했다. 교환 대상 지분 규모는 약 7500억 원 수준이다.
두 회사는 차세대 6G 통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위성 기반의 미래 항공모빌리티 통신 인프라를 마련한다. 현대차그룹이 기체 개발, 수직이착륙장 건설 등을 맡고 KT는 통신위성과 연계해 관제 통신망을 구축한다. 커넥티드카 시대의 데이터 수요에 맞춰 스트리밍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검토한다.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두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지분 교환으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10.9%)에 이어 KT의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오너가 없는 KT에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우군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정의선의 지배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자연스럽게 KT를 우호지분으로 편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이전부터 KT 지분을 적게나마 보유해왔다. 2009년 6월 KT 지분 0.09%를 취득해 계속 들고 있었다.
△글로벌 매체의 혁신상 잇따라 수상
정의선이 기존 자동차 산업을 넘어 모빌리티 영역을 재정의한 혁신의 성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22년 4월12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2022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을 열고 정의선 회장에게 ‘올해의 비저너리(선지자)’ 상을 수여했다.
뉴스위크는 2021년 말 처음으로 ‘미국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 50인’을 발표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자동차산업에서 인류에 획기적이고 창의적 변화를 촉진한 인물과 단체를 중심으로 6개 부문에 걸쳐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을 선정했다. 그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의 비저너리’ 부문은 앞으로 30년 이상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미칠 업계 리더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정의선이 최초 수상자가 됐다.
2021년 6월에는 영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카에서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는 최고 영예의 상인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받았다.
이 상의 역대 수상자 명단에는 론 데니스 맥라렌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정의선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오토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1895년에 발간된 자동차 전문지로 영미권 독자가 많을 뿐 아니라 온라인판, 국제판 등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도 가진 매체다. 해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인물과 제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정의선이 이번에 받은 이시고니스 트로피는 오토카 어워즈 가운데 최고 영예의 상으로 전설적 자동차 디자이너 겸 엔지니어인 알렉 이시고니스의 이름을 붙인 상이다.
알렉 이시고니스는 1959년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BMC)이 처음 선보인 미니 모델 개발자로 1969년에 미니의 성공을 인정받아 영국 여왕으로부터 ‘경’ 칭호를 수여받았다.
오토카는 정의선의 수상 이유를 놓고 “현대차그룹이 현재 세계 굴지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정의선 회장이 있다”며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흥미로운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으로 주요 선두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코카는 이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N 브랜드와 제네시스 브랜드 등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면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며 “더 이상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선보다 앞서 이 상을 받은 인물로는 론 데니스 맥라렌 회장(2014년)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2018년),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2019년), 하칸 사무엘손 볼보 CEO(2020년) 등이 있다.
정의선은 뛰어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견인하는 글로벌 리더로서 입지를 쌓아왔다.
기아 사장 시절에 성공적으로 ‘디자인 경영’을 추진했고, 현대차 부회장으로 일할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면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켜 안착시켰다.
정의선은 자동차산업과 모빌리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과감한 선제적 투자와 제휴, 적극적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시키려 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 위상 높아져
현대자동차 브랜드 차량들이 유럽과 미국 등 자동차 선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켈리블루북은 2022년 12월 '2023년 최고의 신차'로 현대 아이오닉5를 선정했다. 이 외에 현대 싼타페, 기아 셀토스·텔루라이드·스포티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제네시스 GV70·GV80이 각 부문에서 최고의 차로 뽑혀 19개 부문 중 8개 부문을 석권했다.
아이오닉5는 심지어 일본에서도 '올해의 차 2022~23'에서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아 스포티지는 스페인 ABC가 주최하는 2023 올해의 차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앞서 아이오닉5는 2022년 4월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 3개 부문의 수상하기도 했다.
월드카 어워즈는 '유럽 올해의 차'와 '북미 올해의 차'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상으로 꼽힌다. 유럽 올해의 차와 북미 올해의 차와 달리 특정 지역이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상인 만큼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월드카 어워즈 심사위원단은 아이오닉5의 세계 올해의 차 선정을 두고 "복고풍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유연한 실내공간의 적절한 조화를 앞세워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며 현대차의 완벽한 주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아이오닉5는 월드카 어워즈뿐 아니라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아우토빌트 선정 최고의 수입차’, ‘오토익스프레스 선정 올해의 차’, ‘2021 IDEA 디자인 금상’ 등 여러 상을 휩쓸었다.
기아의 전용플랫폼 전기차 EV6은 2022년 2월 말 ‘2022 유럽 올해의 차’에 뽑혔다.
앞서 2021년에도 현대차는 북미와 유럽의 주요 자동차단체 등의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국가 및 지역 단위 5개 상과 자동차 전문 미디어가 선정하는 5개 상 등 모두 10개 상 가운데 6개 상에서 최고의 상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국가 및 지역별로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의 평가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는 북미, 유럽, 캐나다, 전세계, 독일 등의 5개 지역단위별 상 가운데서는 3개를 수상했다.
북미 올해의 차에는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에는 제네시스 GV80, 독일 올해의 차에는 아이오닉5가 선정됐다.
유럽 자동차 전문매체가 주관하는 상 5개 가운데서는 3개에서 현대차그룹의 차종이 올해의 차로 이름을 올렸다.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올해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는 제네시스 GV70, 탑기어가 선정한 올해의 차는 현대차 I20N, 오토익스프레스가 선정한 올해의 차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뽑혔다.
이런 잇따른 수상은 판매량 증가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에 현대차 389만981대, 기아 277만7056대를 합쳐 모두 666만8037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2020년보다 4.98% 늘어났다.
BBC 탑기어는 2022년 9월 "2020년대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의 시대"라며 "현대차가 업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챕터가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4월13일 뉴욕 국제 오토쇼에 참석한 후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지배구조 개편
정의선은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2년 1월5일 정의선과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가디언홀딩스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정의선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23.29%에서 19.99%로 낮아졌다.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면서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춰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12월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오너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로 규정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의선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것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정의선이 지분 11.72%를 보유해 2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가 진행되면서 이런 분석에 힘이 실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12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수요 부진으로 2022년 1월 기업공개 일정을 한 차례 연기했고, 같은 해 4월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상장 작업이 중단됐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이 2022년 6월28일 현재 각각 19.99%와 7.33%의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로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지분 80%를 인수한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도 그룹 재편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와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4~5년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장하지 못하면 소프트뱅크가 쥔 나머지 지분 20%까지 현대차그룹이 사주는 풋옵션 조건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국 증시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정의선은 개인 사재를 출연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에 참여한 만큼 상장이 되면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정의선이 들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20%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까지도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깨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3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구체적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려면 수조 원의 자금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현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의선은 지배구조 개편에 계속 힘을 기울여왔다.
정의선은 2020년 3월19일부터 25일까지 현대차 주식 58만1333주, 현대모비스 주식 30만3759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현대차 주식은 405억7천만 원어치, 현대모비스 주식은 411억 원어치다. 모두 합쳐 817억 원가량을 매수했지만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의선은 2022년 9월 말 기준으로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2.62%와 1.74%, 0.32% 쥐고 있을 뿐이다.
다만 정의선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사업구조 변화 추이를 보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선은 2022년 4월14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정답이나 모범답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업적으로 많이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신사업이 들어가고 또 줄어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면서 진행하는 게 내부적으로 좋다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런 페이스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에 승진했을 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적이 있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은 2018년 10월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다이모스가 현대파워텍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5월 말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식으로 철회했는데 이후 약 5개월 만에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에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사업을 하는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두 회사의 합병을 놓고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하는 현대위아가 추가로 합병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정의선은 2018년 11월22일 현대오토에버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정의선의 개인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된 회사다.
현대오토에버는 2019년 3월28일 코스피에 정식으로 상장됐다. 정의선은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 보유지분의 절반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처분해 965억 원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생산해 동남아 공략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의선은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4년여 동안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6번 만났다. 위도도 대통령은 2022년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정의선과 단독으로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의선이 힘을 주고 있는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의선은 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2022년 3월16일 준공식을 가진 뒤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KINDO) 자료를 보면 현대차는 2022년 5월 인도네시아에서 모두 19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아이오닉5 195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1대를 팔았다.
아이오닉5는 2022년 4월22일 인도네시아에서 공식적으로 출시됐는데 한 달여 만에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97.5%의 점유율을 기록한 셈이다.
정의선은 2021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인터내셔널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 전기자동차 생태계’ 행사에 참석해 “현지 파트너 업체와의 협력, 기술 육성 지원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함께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은 2019년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는 2019년 11월26일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했다.
정의선은 “현대차의 현지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짓는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의 77만6천㎡ 부지에 들어서며 연간 25만 대의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비는 총 15억5천만 달러로 2030년까지 집행된다.
정의선은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을 대체할 지역으로 동남아시아를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을 주도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일본 완성차 기업이 90% 이상 점유하고 있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의 규모와 성장세를 고려할 때 현지 전진기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아세안을 공략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고 3년에 걸쳐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한국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하면서 인도네시아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현대차의 투자 결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대응
현대차그룹은 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2022년 6월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에 반도체전략 태스크포스(TF)팀이 신설됐다. 태스크포스팀은 그룹 내 반도체 사업전략과 반도체 수급방안 수립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를 동원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TF팀 설치는 반도체 수급 대응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현대자동차가 정부 주도 아래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구체적으로 협력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2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6대 그룹 총수와의 오찬 자리에서 "차량과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더 긴밀히 협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2021년 3월 차량용 반도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2021년 5월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사이 연대·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가졌다.
정부는 2022년까지 차량용 반도체의 자립화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이 2.3%에 그쳐 미국(31.4%)이나 일본(22.4%), 독일(17.7%) 등에 비해 크게 취약하다.
특히 2021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부각되자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적극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보다 피해가 적었지만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2021년 6월에는 2일, 5월에는 일부 공장 라인의 생산 중단까지 포함해 6일, 4월에는 11일 등 모두 19일에 걸쳐 생산 차질을 겪었다.
기아는 2021년 5월17일부터 18일까지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 2공장을 휴업했다. 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을 멈춘 것은 처음이었다.
△부회장 자리 없애 직할체제 강화
정의선은 2022년 연말 인사에서 루크 동커볼케 최고운영책임자(CCO)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이규복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2020년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는데 정의선이 다시 불러올 만큼 신뢰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규복 부사장 역시 정의선이 낙점한 인사로 알려졌다.
이 외에 2020년이나 2021년처럼 큰 폭의 인사쇄신은 없었으며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지영조 이노베이션담당 사장,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2021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사실상 그룹 부회장직을 없애면서 직할체제를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12월17일 임원인사를 통해 윤여철 현대차 정책개발담당 부회장을 고문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는 총수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만 남게 됐다. 2017년 말 9명이었던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2021년 말 1명으로 줄었다.
정의선이 이 인사를 통해 사실상 전문경영인 부회장을 모두 없애고 친정체제를 완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의선은 2018년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해마다 연말 임원인사에서 1명 이상의 부회장을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직할체제를 강화해 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는 완전히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온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만61세인 1999년에 현대차 회장에 오른 뒤 200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시킨 뒤로 전문경영인 부회장인 ‘가신’들에게 경영을 많이 의지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만 봐도 2000년 말 1명이었던 부회장이 2010년 8명까지 늘어났다. 그룹 전체로 보면 2010년에 부회장 수가 14명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선은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직할체제를 강화해온 것으로 보인다. 직할체제는 기본적으로 각 계열사 대표나 사업 담당자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의견을 나누고 논의할 수 있어 전문경영인 체제에 비해 대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조직을 탈바꿈시키는 데도 공을 들였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2월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2019년 3월에는 모든 계열사에 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 실시해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다.
정의선은 그동안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던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에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DNA를 이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4월에는 임원 직급체계를 개편했다. 기존 ‘이사대우, 이사, 상무’ 등으로 세분화돼 있던 상무 이하 임원의 직급을 상무로 통일했다. 2019년 9월에는 일반직 직급을 직위와 연공 중심의 6단계에서 역할에 따른 4단계로 줄였다. 5급사원과 4급사원은 G1, 대리는 G2, 과장은 G3, 차장과 부장은 G4로 각각 통합했다.
직급체계 변경과 함께 호칭체계도 바꿨다. G1~G2는 ‘매니저’, G3~G4는 ‘책임매니저’로 불린다. 팀장과 파트장 등 보직자는 기존대로 직책을 호칭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수소기업협의체 공동의장 맡아 수소사회 구축에 속도
정의선은 수소에너지의 국내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수소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수소기업협의체를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에너지를 미래 친환경 에너지의 하나로 보고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정의선은 2021년 9월8일 수소기업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의 창립총회를 열고 협의체를 공식 출범시켰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는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GS그룹, HD현대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등 10개 그룹이 참여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1년 9월7일 현대차그룹의 미래 수소사업 비전을 발표하는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열었다.
정의선은 이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은 2021년 6월1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함께 경기도 화성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2021년 초에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이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민간기업 주도의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고 CEO 협의체로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은 데 따른 행보였다.
수소기업협의체는 CEO 협의체 형태로 운영되며 정기총회 및 포럼 개최를 통해 국내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유도하고 수소산업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소사회 구현 및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정의선은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들과 수소사업 관련 협력을 지속하겠다”며 “수소 에너지의 확산 및 수소사회 조기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2022년 7월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5천억 원 규모의 수소펀드를 출범시켰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산업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정의선은 문재인 정부와 손을 잡고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았다.
그린뉴딜의 한 축으로 수소산업 집중 육성에 나선 문재인 정부와 ‘수소차’라는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려는 현대차그룹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정의선은 수소차 시장을 선도해 글로벌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쥔다는 큰 그림을 그려두고 있다.
정의선은 2020년 10월30일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첫 현장 행보로 울산공장을 찾아 그린뉴딜의 세부전략을 발표하러 온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했다.
정의선은 직접 공장 내부를 안내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의견을 나눴다. 정의선이 앞서 2020년 7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에 그린뉴딜 분야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2021년 1차 총회에 이어 2023년 6월14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서울에서 2차 총회를 열렸다.
이날 2차 총회에는 정의선을 비롯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정기선 HD현대 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리 부상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 ▲ (왼쪽부터)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테스 대표이사 사장 등이 2023년 6월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H2비즈니스서밋 2차 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
△현대차그룹 총수(동일인)에 지정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4월29일 ‘2021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현대차그룹 동일인(그룹 총수)을
정몽구에서 정의선으로 바꿔 지정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 또는 자연인으로 본인과 친인척이 회사와 거래할 때 관련 사항을 공시하고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진다.
정의선이 2018년 9월14일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하고 2020년 그룹 회장직을 맡은 데 이어 공식으로 총수로 지정됨으로써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동일인을 중심으로 친인척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동일인이 바뀌면 그룹 계열사 구성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도 바뀔 수 있다.
공정위는 “2021년 처음으로 각 그룹으로부터 지정자료를 받기 전 동일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고,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1년 3월1일 공정위 조사 이전에 선제적으로 ‘동일인 변경 신청’ 내용이 담긴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주력회사(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의 의결권을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의
정몽구 회장이 건강상태에 비춰볼 때 경영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정몽구 회장은 2020년 3월 현대자동차에 이어 2021년 3월 현대모비스에서도 사내이사를 내려놓으며 현대차그룹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앞서 정의선은 2020년 10월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정의선은 이미 2008년부터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서 사실상 현대차그룹 경영을 총괄해왔지만 회장으로 선임되어 역할이 더욱 커졌다.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이 수석부회장으로 선임될 때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과 주요 사안을
정몽구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되며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정 회장 보좌”라면서 '3세경영 본격화'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2017년부터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정의선의 대외적 움직임은 갈수록 활발해졌다.
정의선은 2009년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동안 다른 계열사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현대차 경영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른 뒤에는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카드,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이노션 등 모든 계열사의 경영을 관장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사업 확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안착해 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11월 제네시스 글로벌 누적판매량이 8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브랜드 출범 이후 8년 만이다. 2023년에는 누적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시스는 정의선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하며 개발한 야심작으로 평가받는다.
정의선은 2021년 9월 발표한 '퓨처링 제네시스' 영상에 직접 등장해 2025년부터 제네시스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80·GV70 전동화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친환경차에 관심이 높아지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2021년 연간판매량이 20만 대를 넘어섰고, 2022년에도 2년 연속 판매량 20만 대 돌파가 예상된다. 특히 2021년 미국 판매량이 4만9621대였는데 2022년 들어 11월까지 5만238대를 판매해 전년도 기록을 넘어섰다. 미국 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앨러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모델 생산을 시작하면 미국 내 제네시스 판매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까지 유럽과 중국에서는 성과가 크지 않다. 제네시스는 2021년 유럽과 미국에 진출했다.
제네시스는 2022년 상반기에 중국에서 370대 판매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유럽에서는 2022년 10월까지 1869대를 판매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연말인사에서 제네시스 최고브랜드경영자(CBO)로 밴틀리 출신인 그레이엄 러셀(Graeme Russell) 상무를 영입했다. 2022년 연말인사에선 송민규 제네시스 최고운영책임자 전무를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며 제네시스 사업에 더욱 힘을 실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에 속도
정의선은 발빠르게 인재를 영입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과거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나온 성과에 바탕해 성장을 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변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9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카카오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서울 강남지역에서 운영하는 자율주행 시범서비스 로보라이드의 확대 운영에 나섰다.
2022년 8월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4200억 원을 들여 자율주행 전문업체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포티투닷은 2022년 11월부터 서울 상암동에 이어 청계천에서 자율주행 셔틀 운행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12월17일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진은숙 NHN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해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같은 해 4월
송창현 사장에 이어 진은숙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네이버와 NHN의 CTO 출신을 모두 품에 안게 됐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2021년 4월16일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새로 설립하고 초대 본부장으로
송창현 포티투닷 사장을 영입했다. TaaS는 포괄적 수송서비스를 뜻하며 차량 또는 이동수단을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하는 ‘LaaS’와 ‘MaaS’의 상위 개념이다.
정의선은 줄곧 현대차와 기아가 단순한 완성차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그동안 동남아 차량호출서비스 업체 ‘그랩’, 인도 차량공유 업체 ‘레브’, 미국 자율주행 업체 ‘모셔널’, 국내 스타트업 ‘포티투닷’ 등에 투자하며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송 사장 영입은 수송서비스를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의선이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시절에 송 사장을 현대차 내부 기술개발부문에 직접 영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외부의 포티투닷 대표도 겸직하는 형태로 영입했다.
이는 정의선이 송 사장에게 보내는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국내외 유력인사를 영입할 때 보통 부사장 직급으로 데려오고 난 뒤 성과를 보고 1~2년 안에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식을 보여준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TaaS본부에서 우선 기존의 모빌리티서비스를 고객 관점에서 통합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모델을 도입해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정의선은 2019년 4월15일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포티투닷(옛 코드42)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여러 방면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코드42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자동배달 로봇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하나로 통합해 차량호출과 차량공유, 로보택시, 스마트 물류, 음식배달 등 다양한 모빌리티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세대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정의선은 과거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나온 성과에 기대어 성장하는 것을 추구했던 그룹 전략을 과감하게 수정했다.
외부의 다양한 조직과 손을 잡는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일컫는다.
현대차가 2017년 말부터 최근까지 협업하기로 한 회사를 살펴보면 차세대 전기차 개발과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자동차의 이동성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됐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까지 파트너 기업의 규모도 가리지 않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기업 ‘리막오토모빌리’에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고성능 전기차 개발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9월 미국 자율주행 기업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2020년 1월7일에는 공유차량 기업 우버와 ‘도심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2월11일에는 미국 전기차 전문기업 카누와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정의선이 외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의선은 2019년 5월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리더십 측면에서 도전 과제를 묻는 질문에 “미래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특히 연구개발부문 투자 확대, 그리고 연구개발의 효율성 증대가 중요하다”며 “파트너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도모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미래 성공요소”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17년 ‘현대크래들’을 출범시켰다. 한국과 미국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등에도 현대크래들을 설립했다.
△계열사 통합으로 효율성 제고
정의선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오토론,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하기로 한 것도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의선의 미래 모빌리티 역량 강화 노력과 연결된다.
현대오토에버는 2021년 4월1일자로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의 통합을 마쳤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3월12일 서정식 현대자동차 ICT본부장 전무를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내용이 담긴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서 신임 대표는 현대오토에버를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시킬 경륜과 전문성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는 2020년 12월1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세 회사는 모두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로 이번 합병을 통해 앞으로 차량 소프트웨어 표준을 수립해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인프라를 통합하고 모빌리티 데이터를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토론의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양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12월11일 현대오토론과 반도체사업부문 개발인력 및 자산에 대한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인수가격은 1332억 원이었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2022년 6월16일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현대차 품질 논란에 적극 대응
정의선은 본격적으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기에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문제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품질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리더로 도약한다는 정의선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21년 2월24일 선제적으로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코나EV(7만5680대)와 아이오닉EV(5716대), 일렉시티 버스(305대) 등 8만1701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이들 차량은 잇따른 배터리 화재 사건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현대차는 리콜에서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는데 전체 리콜 비용은 1조 4천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해 3월4일 코나EV를 포함한 8만2천 대의 리콜 비용을 3대7의 비율로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현대차는 2020년 10월 전 세계에서 코나EV와 관련해 자발적 리콜 조치를 실시했다. 한국에서 같은 해 10월8일부터 코나EV 리콜을 실시했는데 리콜 범위를 세계로 넓혔다.
이에 따라 리콜 물량은 국내 2만5564대를 포함해 북미 1만1137대, 유럽 3만7366대 등 모두 7만7천 대에 이르게 됐다.
코나EV는 2018년 출시된 뒤 2021년 6월까지 국내외에서 모두 17건의 화재사고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2021년 6월 기준으로 모두 14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20년 '세타2' 엔진과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20년 10월19일 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 추가 설정과 선제적 고객보호 조치를 위해 각각 2조1300억 원, 1조2600억 원 규모의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공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타2 엔진 리콜과 관련한 충당금을 반영한 뒤에 엔진교환 사례가 예상보다 많았고 지난해부터 새로 평생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추가적 충당금 반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9년 10월 세타2 엔진을 적용한 국내외 차량 400만 대가량에 대해 평생보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같은 해 10월21일 품질문제를 다루는 유관 부서를 통폐합해 조직을 정비하면서 유기적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월 출시한 제네시스 GV80 디젤모델 일부에서 간헐적 진동 현상이 발견되자 6월5일 출고를 중단하고 품질 점검에 들어갔다. 이미 차량을 출고한 고객에게는 보증을 기존 5년/10만km에서 10년/20만km로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GV80은 2020년 6월 기준 대기물량만 1만 대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출고 중단으로 소비자들의 기다림이 더욱 길어져 판매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음에도 현대차가 품질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GV80이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6천만 원을 훌쩍 넘는 고급차라는 점, 스마트스트림 3.0리터 디젤엔진 등 현대차의 최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는 점 등에서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정의선이 이례적으로 이상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을 만난 것을 두고 '노사화합을 통한 품질경영'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선은 2020년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이상수 지부장과 만나 현대차 노사관계와 관련해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가 품질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새 쏘나타의 품질 논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2019년 3월 쏘나타를 출시한 뒤 차량의 소음과 진동 등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자 쏘나타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기아차가 2020년 2월 쏘렌토 하이브리드모델의 친환경차 미인증 사실을 확인하고 하루 만에 사전계약을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기아차는 당시 사전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친환경차 기준 미달에 따라 받지 못하게 된 모든 세제혜택을 회사가 모두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 논란에 대한 대응이 빨라진 것은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정의선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는 2018년 9월 정의선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을 총괄하게 되면서부터 무리한 외형성장을 지양하고 고객 중심으로 판매 체질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을 추구했다.
△삼성, LG, 롯데 등과 미래차 협력 논의
정의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을 차례로 만나 미래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은 2020년 11월2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 사업장에서 비공개로 만나 미래차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왕 사업장은 과거 롯데첨단소재 본사가 있던 곳으로 현재 롯데케미칼은 이곳에서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는 고부가합성수지(ABS)를 포함한 고기능 소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에서는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자동차 소재의 경량화가 필수요소로 꼽히는 만큼 내외장재에 쓰이는 소재도 차량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정의선은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인 배터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LG와 SK, 삼성 등의 그룹 총수를 만나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은 각각 계열사인 삼성SDI, LG화학(나중에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할), SK이노베이션 등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정의선은 2020년 5월13일 충남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정의선과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 논의를 목적으로 단둘이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뒤이어 2020년 6월22일에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 전기차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화학은 이미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공급사로 선정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2020년 7월7일 만나 전기차배터리를 포함해 신기술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차와 기아차의 니로, 쏘울 전기차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정의선은 전기차 사업 강화를 위해 4대 그룹뿐 아니라 전기화물차 분야에서 롯데그룹 및 CJ그룹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4월24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동남권물류단지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CJ대한통운 등과 환경부 주관 아래 ‘전기화물차 보급 확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활용 분야에서는 한화그룹 등과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한화큐셀은 2020년 5월29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에서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 공동개발 및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아차 디자인경영 성과
정의선이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경영’을 추진하면서 기아차가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에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고안해 중구난방이던 기아차 디자인을 통일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K시리즈, 쏘울, 모하비 등 기아차 대표차종은 디자인 경영의 결실로 꼽힌다.
슈라이어 사장은 2007년 “(정의선은) 매우 열려 있고 긍정적”이라며 “디자인의 차별화를 매우 강조하는 편이고 자주 대화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은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