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권 따내
정지선이 인천공항 출국장 DF5 구역 운영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DF5는 부티크를 취급하는 구역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23년 3월17일 발표한 새 면세사업권 입찰 결과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부티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역인 DF5의 후보자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당시 가격으로만 따지면 세 후보 가운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낙찰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입찰 시 제안한 금액이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입찰 공고를 낼 때 DF3·4·5구역의 중복 낙찰을 금지하도록 규정한 덕분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같은 해 4월27일 신라면세점에게 DF3 구역을, 신세계면세점에게 DF4 구역을 주는 새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내놨다. 이에 DF5 구역은 자연스럽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몫이 됐다 .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23년 7월1일부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DF5 구역에서 새 면세점 운영에 들어간다. 최대 10년 동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5 구역을 운영하게 된다.
이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23년 5월25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을 위해 투자금을 마련하려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진행할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천억 원 규모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도, 절반의 성공
정지선은 현대백화점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2022년 9월16일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공시를 통해 인적분할로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안건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2월1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백화점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최종 부결됐다. 현대그린푸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최종 가결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과 현대백화점홀딩스(가칭)로, 현대그린푸드는 현대그린푸드(가칭) 현대지에프홀딩스(가칭)로 각각 쪼개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37.0%, 현대면세점 100%, 현대쇼핑 100%, 한무쇼핑 46.3%, 현대홈쇼핑 15.8%, 현대퓨처넷 11.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리바트 41.2%, 현대에버다임 45.2%, 현대이지웰 28.3%, 현대드림투어 100%, 현대아이티앤이 95%, 현대홈쇼핑 25.0%를 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은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인적분할 후 2023년 4월10일 재상장됐다.
△‘유통업계의 볼모지’ 광주에 ‘더현대광주’ 설립 추진
광주광역시가 대형쇼핑몰 유치에 나서자 정지선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광주는 호남지역 최대 도시이지만 ‘유통업계의 불모지’로 불려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 11월21일 광주광역시 북구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약 31만㎡)에 대지면적 약 3만3천㎡(1만 평), 연면적 30만㎡(9만 평) 규모의 문화복합몰 ‘더현대광주’ 건립 계획을 담은 사업제안서를 광주광역시에 제출했다.
정지선이 광주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소비도시로서 광주가 지닌 잠재력에 비해 쇼핑 인프라가 덜 갖춰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에는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NC백화점 광주역점 등 백화점 3곳이 있으나 창고형할인매장이나 프리미엄아울렛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은 없다.
광주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소상공인의 생존을 우려해 대형쇼핑몰 유치에 반대했고, 행정기관도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며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가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바뀌었다. 이후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 빅3가 광주에 대형쇼핑몰 설립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는 광주에 따로 법인을 두고 광주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해왔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22년 12월28일 광주광역시 서부 어등산 부지 42만㎡(약 13만 평)에, 연면적 54만㎡(약 16만 평) 규모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건립 제안서를 광주광역시에 제출했다.
롯데그룹 역시 광주에 대형쇼핑몰이나 롯데월드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선이 광주에서 ‘더현대’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백화점 입지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져 온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개장해 성공한 전례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더현대광주 설립 추진을 두고 그동안 신중한 경영 행보를 보여온 정지선이 자신만의 색깔 내기에 들어갔다고 보기도 한다. 광주시가 대형쇼핑몰 유치를 위해 후보 기업들을 저울질할 때 가장 먼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며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더현대서울 성공
정지선은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열어 MZ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뒀다.
정지선은 더현대서울의 성공 사례를 더현대대구, 더현대광주 등으로 이어가기 위해 대구에서는 리모델링, 광주에서는 신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2022년 매출 9509억 원을 기록하며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이후 5년4개월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현대서울은 개점 2년 만인 2022년 이미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해 2023년에는 판교점이 들고 있는 타이틀을 곧 가져올 것이 확실시된다.
더현대서울의 빠른 성장에는 적극적인 팝업스토어 유치가 도움이 됐다. 자동차, 아이돌 신작앨범, 주류 등 다양한 상품의 팝업스토어 행사를 열면서 MZ세대의 발길을 붙잡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23년 2월 더현대서울 개장 2년을 기념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누적 방문자 수 8천만 명 가운데 2030세대가 5200만 명으로 65%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MZ세대 매출 비중은 55%로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에서의 MZ세대 매출 평균(24.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더현대서울에서는 2023년 1월부터 5월까지 팝업스토어가 50여 회 운영됐다. 2022년에는 250여 회 운영됐다. 신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려면 기본적으로 2~3개월은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현대서울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문화공간이 됐다.
자연친화적 미래형 백화점인 '더현대서울'은 2023년 2월26일 개장 2주년을 맞았다. 더현대서울은 ‘정지선의 야심작’이라는 평가에 어울리는 성장을 거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은 지하 7층, 지상 8층 규모이며 영업면적만 8만9100㎡에 이른다.
더현대서울의 탄생은 정지선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정지선은 서울 여의도 파크원이 조성될 때 백화점 건축 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며 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룹 안에서 업무지구라는 여의도의 특성에 비추어 고객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정지선은 “여의도점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자연채광이 되도록 했고, 고객 휴식 공간을 매장 공간보다 더 많이 설정했다. 백화점 업계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깨트리며 더현대서울을 꾸민 것이다.
정지선은 점포 이름도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 아닌 '더현대서울'로 지었다. 점포 이름에 ‘서울’을 넣은 것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이다.
더현대서울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개장 후 첫 주말에 100만 명이 다녀갔고, 2021년 2월28일 하루 매출이 102억 원에 이르러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후 단일 매장의 하루 최고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지선은 더현대서울의 지속 성장을 위해 명품 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3년 3월21일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이 더현대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2023년 6월 현재 더현대서울에는 루이비통 매장이 없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8월31일 목동점 루이비통 매장을 폐점했다. 이를 두고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루이비통이 새로운 매장을 열기 위해 기존 현대백화점 목동점 매장을 폐점시킨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양한 신사업 모색
정지선은 와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현대백화점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만한 신사업을 적극 물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6월9일 ‘블루베리NFT’라는 기업과 디지털 콘텐츠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백화점은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디지털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2022년 7월18일부터 블루베리NFT와 '스포츠 NFT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열고 한국프로농구(KBL), 한국배구연맹(KOVO), 한국프로축구(K리그) 소속 선수들의 데뷔 시즌 영상을 담은 대체불가토큰을 판매했다. 2주 동안 운영된 이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인원은 4천여 명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1월27일 'META HYUNDAI DEPARTMNET STORE(메타 현대백화점)'의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메타버스 사업도 타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23년 3월10일 한국조폐공사, 스마스월드, 올림플래닛, 앤에프티코리아와 함께 NFT 아트 작품 제작과 유통에 협력하는 ‘NFT 커머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림플래닛은 메타버스 전문기업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엘리펙스’를 통해 각종 전시와 박람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지선은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국내 와인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와인 수입 규모는 2022년 5억8127만 달러로 2021년보다 3.8%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 3월 와인 수입·유통 전담 회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비노에이치의 대표이사에는 현대그린푸드 와인사업부를 맡아온 송기범 소믈리에를 앉혔다.
비노에이치는 프리미엄 와인과 유기농 와인을 수입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10여 곳과 와인 100여 종을 수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복합주류 매장 와인웍스는 2023년 6월 현재 5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와인 사업은 유통업계 라이벌들보다 다소 늦은 편이다. 롯데그룹은 2021년 말 초대형 와인 매장 보틀벙커를 선보였고, 신세계그룹은 2022년 초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빈야드를 인수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밖에 고객층 확보에 유리한 신규 브랜드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5월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에 30억 원을 투자했고, 2022년 6월 맞춤형 천연가죽 액세서리 제조 기업 스미스앤레더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2023년 2월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뉴온과 전략적 사업 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약 1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도 진행했다. 2023년 5월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디지털 전환에 속도
정지선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미래가 디지털 전환에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그는 2022년 신년사에서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업종과 업태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생기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며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내외부 협력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3월28일 현대백화점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 ‘H.포인트페이’가 출범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1곳의 계열사별 전문몰을 중심으로 온라인 영역을 확장해왔는데 각 계열사 전문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도입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2017년 통합 멤버십 서비스 H포인트를 론칭한 데 이어 고객에게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H.포인트페이’가 적용되는 계열사 전문몰을 늘려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정지선이 그리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은 더현대서울의 6층에 자리한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다.
언커먼 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IT 전문 계열사 현대아이티앤이(현대IT&E)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협업해 만든 무인매장이다. 고객이 QR코드 인식을 거쳐 매장에 입장한 뒤 상품을 들고 나가면 사전에 등록된 결제수단으로 3분 안에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언커먼 스토어는 2022년 3월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방문객 가운데 85%가 30대 이하여서 MZ세대가 주된 고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선은 2021년 말 현대백화점의 디지털 관련 조직을 개편하며 온라인 전환의 고삐를 죄었다.
조직개편으로 디지털 사업과 온라인몰 사이 시너지 창출, 신사업 검토, 빅테이터와 데이터 마케팅 업무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사업본부가 출범했다.
디지털사업본부는 100여 명 규모의 조직으로 아래에 커머스사업팀, 온라인식품사업부, 디지털전략담당을 두고 있다. 초대 본부장에는 권태진 상무가 임명됐다. 그는 대구점 점장, 중동점 점장을 거쳐 본사 E커머스 사업부 부장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1년 만인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디지털사업본부 본부장으로 김영균 상무를 발탁했다. 그는 판매기획팀 팀장, 고객서비스팀 팀장, 마케팅부 부장, 신촌점 점장 등 여러 분야를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정지선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외부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1년 8월26일 KT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홈쇼핑에 인공지능 기반 콜센터 ‘인공지능 콘택트센터(AICC)’를 구축하고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물류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정지선은 이러한 디지털 전환을 기술적으로 지원할 계열사 현대아이티앤이를 2018년에 설립했다. 현대아이티앤이는 그룹 계열사들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클라우드 인프라 등 디지털 기술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의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 현대백화점의 VIP라운지 얼굴인식 출입시스템과 VR스테이션도 현대아이티앤이의 작품이다.
△지누스에 그룹 역사상 최대 베팅
정지선은 온라인 가구업체 지누스를 인수하고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짐나 지누스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뒤 주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누스 주가는 2023년 6월1일 종가 2만9600원까지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5595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누스는 2023년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291억 원, 영업이익 83억 원을 냈다. 2022년 1분기보다 매출은 21.2%, 영업이익은 70.6% 감소했다.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지누스의 1분기 실적 부진은 주요 영업국가인 미국에서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심재형 지누스 대표이사 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때 CEO레터를 보내기도 했다.
심 대표는 CEO레터에서 “최근 많은 경쟁사들이 파산하거나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글로벌 온라인 판매 1위 가구기업’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2022년 3월22일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지누스를 약 897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지누스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윤재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지누스 인수는 현대백화점그룹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로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통업계의 평가는 양분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4대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리빙 사업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인수합병”이라는 평가와 “지누스는 중저가 매트리스 전문 기업일 뿐인데 무리한 투자”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현대L&C 액면분할과 무상증자
정지선은 현대L&C의 주식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에 나서며 기업공개의 포석을 깔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건축자재 계열사인 현대L&C는 2021년 8월17일 주식을 1주당 5천 원에서 500원으로 액면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L&C 주식 수는 54만 주에서 540만 주로 늘어났다. 무상증자까지 더하면 1620만 주로 30배가 됐다.
이에 대해 현대L&C의 모회사인 현대홈쇼핑은 자본금 확충과 중장기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식 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려놔야 상장 후 거래량이 유지되고 주가가 안정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대L&C는 2014년도부터 2020년도까지의 감사보고서를 재작성하기도 해 액면분할이 기업공개 준비 작업이라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렸다.
현대L&C는 회계감사 과정에서 B2B 부문의 수익인식 방식 변경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회계법인으로부터 받아 감사보고서를 재작성했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 재작성으로 현대L&C의 2020년도 연결기준 매출이 9318억 원으로 1586억 원 줄어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L&C 인수는 한동안 ‘실패한 인수합병(M&A)’의 사례로 꼽혔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현대L&C(당시 한화L&C) 지분 100%를 3680억 원에 인수했는데 현대L&C는 2018년에 순손실 89억 원을 내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순이익이 28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L&C는 2020년에 코로나19에 따른 인테리어 수요 급증으로 영업이익 379억 원, 순이익 178억 원을 거두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 104억 원, 순이익 67억 원으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흑자 기조는 이어졌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 21억 원, 순손실 3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실적이 악화했다.
현대홈쇼핑의 본업인 홈쇼핑 사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이 정체했다.
현대홈쇼핑은 별도기준으로 2017년에 처음으로 연매출 1조 원을 넘었는데 2022년에도 매출이 1조1016억 원에 머무르고 영업이익이 1천억 원대 초반에서 정체됐다. 이에 현대홈쇼핑은 자회사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렌털 사업에 진출하는 등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현대홈쇼핑이 완전 자회사인 현대L&C를 상장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힘을 더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리바트의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지누스를 인수하며 종합 인테리어 사업을 키우고 있어 현대L&C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식품전문관 투홈의 기능 강화
정지선은 식품전문관 투홈의 기능을 강화하며 현대백화점의 이커머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8월 말 온라인 식품전문관 ‘투홈’에 ‘브랜드 직송관’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신선식품, 주방생활가전, 건강기능식품, 전통주, 와인, 리빙 카테고리의 오픈마켓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투홈의 오픈마켓 서비스를 두고 컬리의 ‘큐레이티드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지선은 유통업계에서 치열해지는 즉시배송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6월28일 신선식품 온라인 플랫폼 ‘e슈퍼마켓’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종료하고 이튿날 e슈퍼마켓을 ‘투홈’에 통합시켰다.
e슈퍼마켓은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을 구매자에게 당일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서비스 지역이 압구정본점, 대구점, 울산점 인근 지역으로 제한돼 이용자 수가 적었다.
이에 비해 2020년 출범한 투홈은 압구정본점을 비롯한 9개 매장에서 즉시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위한 전용 물류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투홈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즉시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현대글로비스와 배송업무 위탁 계약을 맺어 물류비용을 효율화했다. 또한 카테고리 다양화 등으로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식품관으로서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7월 국내 백화점 가운데 처음으로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던 새벽배송(다음날 배송)을 즉시배송으로 한 단계 더 진화시킨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전기트럭 기반의 ‘이동형 MFC(소형 물류총괄대행 시설)’를 활용해 고객이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 투홈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30분 안에 집으로 배송해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즉시배송을 서울 압구정본점 반경 3km 이내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뒤 다른 점포들에도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신세계그룹이나 롯데그룹 등 경쟁사와 비교해 온라인 사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현대백화점그룹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정지선은 이베이코리아 등을 인수하는 데 많은 돈을 쓰기보다는 현대백화점이 강점을 갖춘 신선식품 분야에서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정확히 맞춰 상품을 배송하는 ‘적시배송’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만이 확보할 수 있는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신선식품 강자인 마켓컬리 등으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떼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권 30~40대 주부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신선식품 수요가 증가하는 데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투홈은 2020년 7월 출범한 뒤 1년 만에 회원수 50만 명을 달성했다. 투홈의 새벽배송 월 매출은 1년 사이에 184%, 즉시배달 서비스 매출은 같은 기간에 287% 늘었다.
△ESG경영 강화
정지선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힘을 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기획조정본부를 두고 그룹 차원의 ESG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들의 ESG경영을 관리하기 위해 분기별로 실무 협의체도 운영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 4월17일 통합 ESG 브랜드 ‘리그린’(Re;Green)’과 ‘위드림’(We;Dream)을 선보였다. 환경 부문에서 리그린 브랜드, 사회 부문에서 위드림 브랜드를 앞세워 통일되고 일관된 브랜드 운영으로 ESG경영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표이사 직속의 ESG 전담 조직인 ESG추진협의체도 신설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3월 전국 16개 점포에서 폐지와 폐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폐지는 현대백화점 친환경 쇼핑백으로, 폐페트병은 현대식품관의 농산물 재생페트용기 원료로 재활용한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4월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쇼핑백을 친환경 쇼핑백으로 바꾸었다.
백화점 쇼핑백은 고객이 직접 들고 다니면서 외부에 백화점의 고급 이미지를 알리게 하는 수단이다. 이런 쇼핑백을 친환경 종이로 만든 ‘황색’ 봉투로 대체한 것은 꽤나 파격적 조치로 여겨졌다.
한섬의 의류 폐기 방식 전환도 정지선이 추진하는 ESG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은 그동안 재고 의류 처리를 불태워 없애는 방식으로 했다. 그러나 의류 생산 업체가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재고 의류를 고온·고압으로 성형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활용되도록 처리 방식을 바꿨다.
현대백화점의 가구·인테리어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는 재생종이로 만든 완충재를 사용할 뿐 아니라 완충재의 재사용·재활용까지 하고 있다. 가구 배송에 사용한 완충재를 수거해 이상이 없는 것은 재사용하고 파손된 것은 재활용한다.
또 다른 계열사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을 통해 7만 명의 고객에게서 124만 개의 아이스팩을 수거해 신선식품 배송에 재활용했다. 현대홈쇼핑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9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지누스도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지 6개월 만에 ESG경영에 나섰다.
지누스는 2022년 9월19일 ESG경영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 청사진을 내놨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사업장 차량의 전기차 전환 등을 통해 실질 탄소배출량 0을 달성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지선은 2021년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50돌을 맞아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ESG경영 강화 의지를 재천명했다.
정지선은 ‘디지털 비전 선포식’에서 “앞으로 50년은 미래 세대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의 경제적 확장보다는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ESG를 경영활동에 적극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선은 ESG 항목 가운데 지배구조(G) 부문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정지선은 2019년 계열사의 배당을 늘리고 투명경영을 확립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발표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한국ESG기준원(옛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2018년 종합 B 등급에서 2020년 종합 A 등급으로 올랐다. 2022년에도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를 얻어 종합 A 등급을 유지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최단 기간에 연간 거래금액 1조 원 매장으로 키워내
정지선은 2015년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백화점 업계에서 최단 기간에 연간 거래금액 1조 원을 달성하도록 이끌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이후 5년4개월 만인 2020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줬다. 2022년에는 매출 1조4532억 원을 기록하며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5위에 올랐다.
정지선은 “코로나19 장기화 등 어려운 영업환경에서도 판교점이 총매출 1조 원을 달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직원들 노고에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판교점의 거래금액 1조 원 달성은 국내 백화점 업계 최고 수준의 상품기획자(MD) 경쟁력, 새로운 쇼핑 경험과 문화 콘텐츠 제공, 구매력 있는 핵심 고객층 보유 및 광역상권 고객 증가, 지역상권과의 동반성장 노력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고객에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쇼핑 경험과 문화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특히 주효했다. 정지선은 판교점의 콘셉트를 ‘경험을 팔아라’로 잡고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경쟁력인 ‘체험’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판교점의 대표적 체험공간은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다. 이는 의류매장 40~50개가 입점할 수 있는 면적(2736㎡)에 2개의 전시실을 조성하고 그림책 6500여 권으로 채운 공간으로 개장 이후 2020년까지 75만 명이 다녀갔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2층은 9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2023년 3월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관으로 탈바꿈했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하반기 이후 판교점에서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 등 10여 개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2022년 3월 말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에서 영업을 종료한 롤렉스도 현대백화점과 판교점 입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선은 에르메스 국내 11번째 매장을 2022년 10월 판교점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가운데 샤넬의 입점만 남았다. 루이비통 매장은 경기권 최대 규모로 들어서있다.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오른쪽)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2021년1월31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인수합병(M&A) 통한 신사업 발굴
정지선은 현대백화점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대백화점그룹의 신사업을 개척해왔다.
정지선의 인수합병 행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그룹의 비전인 ‘토탈 라이프케어 기업’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지선이 회장에 오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합병한 기업은 한섬과 리바트, 에버다임 3건뿐이었다. 2011년 말에 리바트(현 현대리바트), 2012년에 한섬, 2015년에 건설기계 업체 에버다임(현 현대에버다임)을 인수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거의 1년에 1번 꼴로 인수합병 속도가 빨라졌다. 정지선이 이전까지는 젊은 나이에 현대백화점그룹을 맡아서 신중한 경영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과감한 전략으로 돌아섰다.
2016년 말 한섬이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3천억 원에 인수했고, 2018년 3월 현대HCN이 딜라이브의 서초권역 사업을 335억 원에 사들였다. 현대홈쇼핑은 2018년 한화L&C(현 현대L&C)를 3666억 원에 인수해 현대리바트와 연계해 인테리어 부문의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정지선은 2020년 5월 패션 계열사 한섬을 통해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을 인수했다. 2020년 8월에는 국내 천연 화장품원료 시장 1위 기업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의 지분 27.9%를 1209억 원에 인수했다.
2021년에는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복지몰 위탁운영 서비스 업계 1위인 이지웰(현 현대이지웰)의 지분 28.26%와 경영권을 125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사업 역량 강화 및 사기업 복지몰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 3월에는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지누스의 지분 약 30%를 7747억 원에 인수하고 12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합병 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정지선은 지누스 인수로 가구 계열사인 현대리바트, 현대L&C와 함께 제품 개발, 원자재 조달, 판매채널 확보 등에서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정지선은 인수한 회사에 현대백화점 출신을 재무책임자로 보내 재무적 안정성을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1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 KT스카이라이프에 현대HCN과 자회사 현대미디어를 5201억 원에 매각했다.
정지선은 지누스를 인수한 뒤에 추가 기업 인수합병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지선은 본업인 백화점 사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만큼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그동안 사들인 회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점도 추가 인수합병 의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사업 출범
정지선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면세점 사업을 키우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23년 5월 기준으로 인천공항점과 무역센터점, 동대문점 등 3곳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2분기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5.6%의 시장점유율(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 기준)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22년 8월8일 역직구 전문 온라인 면세점 H글로벌몰을 만들었다. 역직구란 해외 소비자가 국내 상품을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백화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기조 장기화로 한국 방문이 어려워진 중국인들이 H글로벌몰을 방문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의 봉쇄 정책은 현대백화점의 면세사업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22년에 매출 2조2571억 원, 영업손실 661억 원을 냈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41.8%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62.0%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면세점 사업은 2018년 출범했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닥쳐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출범 후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2018년 419억 원, 2019년 741억 원, 2020년 654억 원, 2021년 408억 원, 2022년 66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지선은 2020년까지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다가 2021년 기조를 바꿔 하반기에 실시된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후발주자인 만큼 정지선이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 안정적 흑자 기반을 만든 뒤에 사업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0년까지만 해도 정지선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공격적 투자로 글로벌 면세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20년 9월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서편 DF7 구역에 패션잡화 매장을 열었다.
앞서 정지선은 2020년 2월27일 ‘인천공항 T1 제4기 면세사업권 입찰’에 응찰해 같은 해 3월9일 DF7 사업권을 최종 낙찰받았다.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인천공항공사와 최장 10년 동안 유지되는 면세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지 1년3개월 만에 공항 면세점에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인천공항점은 2021년 10월 사넬 매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샤넬이 인천공항 T1 구역에 들어선 것은 2015년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에서 철수한 뒤 6년 만이었다.
2020년 2월20일 두산그룹의 면세점이 있었던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에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을 열었다.
앞서 정지선은 2018년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처음으로 면세점 문을 열면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지선은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해왔지만 무역센터점 면세점 개장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이 2018년 11월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면세점 무역센터점 개장 기념행사에서 윤이근 서울세관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격적 매장 확대와 범현대가와 협력관계 구축
정지선은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면서 범현대가와 맺고 있는 협력관계를 활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5년까지 충북 청주에 150억 원을 투자해 현대시티아울렛 청주점을 개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시티아울렛 청주점은 청주고속터미널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2025년 완공될 예정인 청주고속터미널 쇼핑센터에 입점하게 된다.
현대시티아울렛 청주점이 개설되면 충북권 최대 도시인 청주의 85만 명 인구가 느껴온 대형 유통매장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지선은 2020년 11월에 경기 남양주에 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 2021년 2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백화점 '더현대서울'을 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6월에는 대전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했다.
현대백화점은 대전 프리미엄 아울렛의 연간 매출 목표를 3천억 원으로 잡았는데 첫해인 2020년 매출 1933억 원에 이어 이듬해인 2021년 매출 3602억 원을 내며 목표를 넘어섰다.
정지선은 2019년 10월 현대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대건설이 ‘현대백화점이 입점하는 재개발 아파트단지 추진’을 내세워 시공 입찰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서울 한남3구역 상가에 현대백화점 계열사 점포와 계열사 보유 브랜드를 입점한다는 것이었다.
2020년 6월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남동은 서울에서도 노른자위 땅으로 불려왔으나 별다른 백화점 시설이 들어서지 않았다. 2023년 5월 현재까지 한남3구역에는 확정된 백화점 입점 계획이 없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차그룹이 짓고 있는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내 상업시설에 입점할 수도 있어 앞으로 범현대가와의 협력 범위를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 대치동 사옥 시대 개막
정지선은 2020년 4월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교차로 인근의 지상 14층, 지하 6층 건물로 현대백화점 본사를 옮겼다.
현대백화점은 창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 소유 건물을 본사 사무실로 쓰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7년 동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금강쇼핑센터라는 건물을 본사 사무실로 이용해왔는데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공간이 부족해 업무 비효율성이 컸다. 2021년 말 기준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수는 21개다.
신사옥의 연면적은 2만8714㎡(8686평)에 이른다.
정지선은 이곳에서 근무할 1천여 명의 임직원을 위해 어린이집과 도서관, 피트니스센터를 설치했다.
△제조업 부문 강화해 유통과 시너지 낼 채비
정지선은 유통사업 중심이었던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영역을 식품, 패션, 가구 등의 분야까지 넓혔다.
정지선은 우선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썼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업체인 현대리바트는 2021년 11월 경기 용인시 스마트워크센터(SWC) 안에 가구 제조 스마트팩토리를 신설해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스마트워크센터는 현대리바트가 2017년부터 4년 동안 모두 1475억 원을 투자해 만든 첨단 복합 제조‧물류시설이다.
스마트팩토리 가동으로 용인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이 리바트키친(주방 가구) 기준으로 기존보다 5배가량 많은 최대 30만 세트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는 2020년 3월부터 ‘스마트푸드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식품 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스마트푸드센터는 현대그린푸드의 첫 번째 식품 제조 시설(2개 층)로 연면적 2만㎡(약 6050평) 규모다.
현대그린푸드는 그동안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 사업을 펼쳤는데 생산시설을 갖춰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현대그린푸드는 스마트푸드센터에 ‘하이브리드형 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기존 계획(761억 원)보다 10%가량 늘린 833억 원을 투자했다. 하이브리드형 팩토리 시스템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와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를 번갈아가며 가동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B2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푸드센터에서 생산 가능 품목 가운데 70%를 완전 조리된 가정간편식과 반조리된 밀키트 등 B2C 제품으로 채우고 2017년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연화식 제품도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연화식을 명절용 차별화된 선물세트로 출시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화식은 대표적 케어푸드 제품으로 일반 음식의 맛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 씹거나 삼키기에 좋은 음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순환출자 해소
정지선과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2018년 4월 계열사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투자사업)→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 등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었는데 이를 모두 해소한 것이다.
정지선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사들여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두 개의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되면서 나머지 하나의 순환출자 고리도 자동으로 해소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한 것은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정지선과
정교선 부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비전 2030
정지선은 2021년 1월4일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열고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 전략과 그룹 사업 다각화 전략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전 2030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을 위해 신규투자와 인수합병을 전략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지선은 비전 2030을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의 매출을 2030년까지 40조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통·패션·리빙·식품 등 현대백화점의 핵심 분야 매출 목표와 계열사별 사업역량 강화 방안, 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계획 등도 제시됐다.
정지선은 10년 전인 2010년 6월에는 ‘현대백화점그룹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정지선은 당시 2020년까지 매출 20조 원, 현금성자산 8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3년 정지선 체제가 출범한 뒤 지켜온 ‘선안정 후성장’ 전략에서 방향을 바꿔 재도약 기반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정지선은 적극적 인수합병 전략을 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지선은 “대규모 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환경, 에너지 등 미래산업뿐 아니라 금융, 건설 등 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사업도 적극 발굴하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의 2020년 유통부문 총매출은 13조2천억 원대에 그쳐 목표인 20조 원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2010년 이후 유통시장에 변수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사이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등 중국 변수 등장, 온라인 쇼핑몰의 유통시장 잠식,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코로나19 확산 등 대형 악재가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이 걸어온 길
1971년에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이 현대백화점의 모태다.
금강개발산업은 현대건설로부터 금강휴게소를 넘겨받은 뒤 강원도 강릉에서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 1977년에는 울산에 ‘현대쇼핑센터’를 열어 본격적으로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985년에 서울 압구정동에 ‘현대백화점’ 1호점을 내면서 백화점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1987년 한국무역협회와 합작법인 ‘한무쇼핑’을 세워 이듬해 현대백화점의 핵심 점포 가운데 하나가 되는 무역센터점을 개장했다.
1999년에 정몽근 당시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추진했고, 2000년에 회사 이름이 금강개발산업에서 현대백화점으로 바뀌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01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2006년 정몽근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당시 35세였던 정지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요 계열사로는 현대백화점 외에 한무쇼핑(백화점, 면세점, 아울렛), 현대그린푸드(단체급식, 식자재유통), 현대리바트·지누스(가구), 현대홈쇼핑(홈쇼핑), 한섬(패션), 현대L&C(건자재), 현대퓨처넷(홍보), 현대아이앤아이(투자회사), 현대에버다임(건설기계), 현대렌탈케어(렌털), 현대바이오랜드(화장품소재) 등이 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정지선으로 2023년 1분기 말 기준으로 17.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지분율은 36.08%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현대백화점의 점포는 모두 16개다.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천호점, 신촌점, 미아점, 목동점, 디큐브시티점, 판교점, 중동점, 킨텍스점, 울산점, 울산동구점, 부산점, 대구점, 충청점, 더현대서울 등이다. 2022년 기준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은 연간 매출이 1조 원을 넘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무역센터점, 동대문점, 인천공항점 등 3곳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울렛은 8곳 두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에 연결기준 매출 10조5225억 원, 영업이익 3209억 원을 냈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21.4%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