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10차례 기준금리 인상 행진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치인 1.7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빼낼 수 있다는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바라보고 있어 최대치로 벌어진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격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바라보고 있어 최대치로 벌어진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5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다시 한번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은 3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웃돌게 됐다.
이는 2000년 5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대 최대치 1.5%포인트를 넘어서 역대 최대 폭을 새로 쓴 것이다.
이같은 금리 격차 확대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 총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자금을 회수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원화가치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재가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며 미국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게 하는 부분이다.
이 총재는 4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통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환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1999년 6월에서 2001년 3월까지, 2006년 8월에서 2007년 9월까지, 2018년 3월에서 2020년 2월까지 모두 세 차례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이들 시기에 두 나라 사이 기준금리 역전 폭은 87.5~150bp(1bp=0.01%)에 이르렀으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같은 기간 중 169억~403억 달러 순유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열린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32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도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게다가 연준이 5월 FOMC를 끝으로 통화긴축 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점도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관망적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연준은 이번 금리인상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일부 추가적 정책이 적절할 수 있다’는 기존 문구 대신에 ‘추가적 정책 확인이 적절할 수도 있다’는 표현을 넣었다.
금융업계는 추가된 문구가 2004년 연준에서 금리인상을 지속해오다 마지막 금리인상을 단행했을 때 성명에서 사용했던 문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적어도 연속적 금리인상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이며 당분간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와 은행 파산 사태의 경로를 점검하겠다는 시간을 가지겠다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도 금리 격차가 최대로 벌어지기는 했으나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적어진 만큼 25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한국은행의 고민거리였다”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통화긴축이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탄탄해지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