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 글로벌세아 등이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상위 10대 기업집단에서는 포스코와 롯데가 자리를 바꿨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82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076개)을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4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169개)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확정됐다.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총액이 10조 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보통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포괄하는 개념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이라 하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대기업집단,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준대기업집단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소속회사는 지난해(76개, 2886개)보다 각각 6개, 190개 증가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소속회사는 각각 1개, 61개 증가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집단은 LX, 에코프로, 고려HC,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 일진은 제외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LX, 장금상선, 쿠팡이 새롭게 진입했다. 교보생명보험과 두나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졌다.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은 신산업 및 비대면 시장 성장에 따라 지정집단이 많아지고 순위 변동도 이뤄졌다.

전기차 등 신산업 성장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늘었다. 특히 8개 신규 지정집단 가운데 에코프로, 고려HC, 글로벌세아, DN은 전년 대비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 급증했다.

LX그룹이 LG그룹에서 분가한지 2년 만에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것도 눈에 띈다.

LX그룹은 자산총액 11조2734억 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됨과 동시에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신규 지정됐다. 기업집단 내 순위는 44위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장이 성장하고 해운운임이 상승하면서 해운·온라인 유통 업종 주력 집단들의 자산총액 기준 순위가 올랐다. 이에 따라 장금상선(해운)과 쿠팡(온라인유통)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금리 상승으로 채권 등의 평가금액 감소, 가상자산 시장의 위축에 따라 보험·가상자산 업종 주력 집단들의 순위가 떨어지며 교보생명보험과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전환됐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채권의 가치 하락으로 자산총액(4조6800억 원)이 감소하면서 공시집단에서 제외됐다.

상위 10대 기업집단에서는 포스코(5위)와 롯데(6위)가 자리를 바꿨다. 다만 포스코의 실질적 자산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포스코 자산총액 증가는 지난해 결산에서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약 30조 원의 포스코 주식이 자산으로 추가 산정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집단 사이의 대형 인수합병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영향을 끼쳤다.

롯데가 일진의 일진머티리얼즈 등 8개사를 인수하면서 일진이 지정 제외됐다. KG는 쌍용자동차와 자회사를 인수해 자산 순위가 71위에서 55위로 크게 올랐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한화-대우조선해양 사이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금호아시아나는 지정에서 제외되고 대우조선해양은 기업집단이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해 계열회사 수 및 자산총액이 각각 122개, 32조4천억 원에서 147개, 34조2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를 포기하면서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미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연속 지정집단 74개 가운데 유일하게 DL그룹의 동일인을 변경했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이자 지분관계 등 지배구조의 기준이 된다. 

공정위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로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최상단 회사인 대림의 최다출자자(52.26%)인 점 등을 고려해 이준용 DL그룹 명예회장에서 이해욱 DL그룹 회장으로 지배력이 이전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외국국적 동일인 지정을 두고 엇갈린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기업집단에 지정자료 제출 요청을 실시해 동일인, 배우자, 동일인 2세의 국적 현황을 파악했다. 총수가 있는 72개 기업집단 가운데 동일인이 외국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OCI 1개로 나타났다.

미국 단독 국적인 이우현 OCI 부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된 반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같은 미국인임에도 3년 연속으로 총수 지정을 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OCI는 동일인 친족이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기업집단이어서 동일인을 법인으로 변경하게 되면 규제 공백이 발생한다"며 "쿠팡은 국내에 김범석의 국내 개인 회사, 국내 친족 회사가 없어서 사익 편취의 규제 대상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CI는 동일인 변경 의사가 없지만 쿠팡은 김 의장 동일인 지정에 반발하고 있는데다 쿠팡은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쿠팡 INC.이 미국 법인인 반면 OCI는 국내 법인이라는 차이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배우자가 외국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7개, 동일인 2세가 외국 국적(또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16개(3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 등장과 외국국적 동일인 2세 등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외국인 동일인 지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동일인 판단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을 통해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3년 상반기에 행정예고할 예정이다.

한편 전면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2024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에서 명목 국내총생산액(GDP)의 0.5% 이상으로 변경된다. 2021년 명목GDP는 잠정 2072조 원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은 약 10조3600억 원이 된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위한 연구용역을 3월부터 9월까지 진행하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도 검토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