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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공학도 출신 '국내 최초 벤처기업가', 소재 국산화 일등공신 [2023년]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3-03-3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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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허진규는 일진그룹 회장이다.

일진그룹 창업주로 반세기 넘도록 전력 인프라, IT, 건축, 조명,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부품사업을 개척해 왔다.

일진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1940년 12월1일 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 부곡리에서 7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28살의 젊은 나이에 일진을 창업했다.

장기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 ‘뚝심경영’으로 동복강선과 공업용 다이아몬드, 일렉포일(동박) 등의 소재 국산화를 이뤄냈다.

‘남들이 쉽게 가지 않는 길을 간다’와 ‘국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은 반드시 개발한다’를 경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공학에 대한 애착이 깊고 공학도 출신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현장경영을 중시하고 직원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시작한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활동의 공과


△2022년 숨고르기, 일진전기가 효자 노릇
일진홀딩스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 1조4339억 원, 영업이익 449억 원을 냈다. 2021년보다 매출은 20.5% 늘고 영업이익은 16% 늘었다.

핵심계열사 일진전기가 전선업황 호조 속에서 실적을 견인했으나 다른 계열사들의 성장이 이를 따라주지 않았다.

일진전기는 2022년 11년 만에 매출 1조 원 클럽에 복귀했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 1조1657억 원, 영업이익 315억 원을 냈다. 2021년보다 매출은 24.9%, 영업이익은 59.4% 늘었다.

일진전기는 초고압 및 중고압전선 개폐기, 변압기 등 전력기기 등을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2011년에도 매출액이 1조 원을 돌파한 적이 있지만 이후 전선업계 업황이 나빠지면서 2016년에는 매출이 6천억 원대로 내려앉는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부터 전선업계 호황이 시작되면서 일진전기를 비롯한 전선기업 실적이 좋아졌다.

일진전기는 전선업계의 대표적 미래 먹거리인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과 관련해 관망세를 지키고 있다. 업계 1~2위인 LS그룹과 호반그룹이 해저케이블 전선시장에서 이미 뜨거운 투자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일진하이솔루스는 2022년 개별기준 매출 1091억 원, 영업이익 28억 원을 냈다. 2021년보다 매출은 7.3% 줄고 영업이익은 71.7% 줄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차에 사용되는 수소연료탱크를 만드는 기업이다. 최첨단 타입4 수소연료탱크를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친환경차 경쟁에서 수소차가 전기차에 확연히 밀리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친환경과 수소경제에 힘을 실어줬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재검토하는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사인 현대자동차도 2022년 진행 중이던 차세대 수소차 개발을 보류했다.

일진그룹은 2022년 신성장동력 발굴에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22년 12월 벤처캐피털 일진투자파트너스가 창업투자회사 지위를 반납했다. 일진투자파트너스는 2021년 4월 설립 이후 이렇다할 투자활동을 펴지 못했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적인 고물가 저성장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반적 투자 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일진홀딩스 실적.
△2022년 잇달아 소재계열사 매각 추진
일진그룹은 2022년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디스플레이 매각을 추진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PI첨단소재 인수전에 참여해 배터리 소재사업 수직계열화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2022년 하반기 들면서 선택과 집중을 넘어 '덩치 줄이기'에 나섰다.

특히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그룹의 차세대 핵심계열사로 여겨졌던 만큼 매각 추진을 둘러싸고 의문을 자아냈다.

재계는 일진그룹이 앞으로 생산설비 증설 등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본부담을 회피하려고 했다고 바라봤다.

향후 동박 시장에서는 일진그룹과 SK그룹(SK넥실리스) 사이에 치킨게임이 예고돼있다. 일진그룹과 SK그룹 모두 2024년부터 생산역량을 지금의 몇 배로 늘린다는 방침을 내놨다.

대기업과 자본게임을 하기보다는 일진머티리얼즈 가치가 높을 때 처분하는 쪽을 선택했을 수 있다.

결국 또 다른 국내 대기업인 롯데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2022년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LBM을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인수하는 거래를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2조7천억 원이다.

매각 타이밍만 놓고 봤을때는 최고의 거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LS그룹이 동박 사업을 사모펀드 KRR에 매각 했을때 가격은 3천억 원 수준이었다. 2020년 KRR이 SK그룹에 되팔 때의 가격은 1조1900억 원이었다.

또 다른 매각 대상인 일진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 패널을 만드는 회사다. 2020년대 들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3년 연속 적자를 냈으면 자본잠식이 진행 중인 곳이다.

2022년 허진규와 특수관계인, 계열사 보유지분 43.19%에 경영프리미엄을 100% 붙여 약 1천억 원에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매수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2022년 11월 매각을 공식 철회하고 경영정상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과 그룹 교통정리
일진그룹은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정위가 2022년 4월 내놓은 '2022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8개 그룹이 추가됐는데 이 가운데 일진그룹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일진그룹의 공정자산을 5조2천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공정가치 5조 원을 넘는 기업집단은 각종 공시의무를 지며 사익편취와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부당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감시를 받게 된다.

일진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디앤코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곳들이 있어 이와 같은 변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진다이아몬드의 2021년 내부거래 규모는 417억 원(67.52%), 일진디앤코는 42억 원(49.29%)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연매출의 12%를 넘으면 규제 대상이 된다. 두 계열사 모두 넉넉히 규제 대상에 속한다.

이에 2022년 1월 가장 덩치가 큰 일진머티리얼즈를 매각하면서 공정위 시선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노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진그룹, 2025년 항암 혁신신약 개발 목표
허진규는 바이오 분야에서 국내외 유망 기업에 지분투자를 해온 데 이어 직접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일진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일진에스앤티는 2021년 12월 이노팜 연구센터에서 ‘항암 혁신신약 개발’에 관한 비전을 발표했다.

일진에스앤티는 2022년까지 7개 항암 관련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2025년까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1년부터 바이오 산업 전문가를 영입하고 2022년 상반기에 신약 개발 전담 사업부와 연구센터를 여는 등 혁신신약 개발 준비에 나서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 회사로 성장을 도모한다.

2022년 상반기에는 법인유형을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바꿔 외부자금 유치를 위한 발판을 놨다. 주식회사가 되면 사채와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 수혈이 수월해진다.

또 2022년 하반기에는 신약개발을 담당할 석사 박사급 인원도 모집했다. 구체적으로는 면역항암(immuno-oncology) 및 암생물학(cancer biology) 전공자를 모집했고 저분자화합물 약효테스트와 신약개발 유경험자 모집도 진행했다.

앞서 일진에스앤티는 지난 2011년부터 캐나다 제약회사 ‘오리니아(Aurinia)’에 지분투자했다. 2021년 1월 이 회사가 개발한 난치병 루푸스신염 치료제 루프키니스(LUPKYNIS)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허진규는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바이오 회사에 투자해 성과를 거두었다.

1990년 일진그룹이 투자한 미국의 바이오 벤처 기업 ‘이텍스(ETEX)’가 개발한 뼈 대체용 의약성 신물질이 1996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일진하이솔루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일진하이솔루스는 2021년부터 해외시장 진출과 현대차 이외 고객사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진하이솔루스 수소사업부는 전북 완주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드론, 트럭, 버스 등에 들어가는 각종 수소연료탱크를 제조한다. 환경사업부에는 매연저감 장치 등을 생산·판매한다.

2022년 2월 현대차의 북미 수출용 대형 수소트럭에 탑재되는 수소연료 저장시스템 공급사로 선정되어 북미 대형 수소트럭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현대차의 장거리 수소트럭에 탑재되는 대형 타입4 수소연료 저장시스템을 양산·공급한다.

타입4는 고강도 플라스틱 재질의 원통형 용기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든다. 철재로 만드는 타입1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10배 이상 높아 수소전기차에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타입4 수소저장 솔루션(수소연료탱크+모듈)의 글로벌 최대 양산 업체로 현대차 넥쏘에 수소연료탱크, 국내용 수소 버스에 수소연료 저장시스템을 각각 전량 공급하고 있다.

2021년 8월에는 유럽 최대 환경특장차(도로 청소 및 생활폐기물 처리용 트럭) 제조사인 독일 파운(FAUN)그룹과 수소연료 저장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해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2021년 11월에는 독일 BMW에 전기차 차량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 탑재 공간에 맞춘 타입4 수소저장 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플랫폼 공유로 수소차용과 전기차용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생산과 연구개발(R&D) 인프라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11월 전라북도 완주군 완주테크노벨리 제2일반산업단지에서 2022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연구개발센터 건설에 들어갔다. 2025년까지 추가 투자를 통해 제조공장도 단계적으로 증설한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생산시설 증설 등에 쓸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2021년 9월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인 6만8600원으로 형성된 뒤 주가가 상한가까지 올라 상장 첫날에 이른바 ‘따상’에 성공했다.

2021년 8월 일진하이솔루스 공모주 청약에서 청약 경쟁률이 654.5대1에 이르렀다. 수요예측에서는 국내외 기관 1611개가 참여해 경쟁률 1471대 1을 보였고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인 3만4300원으로 결정됐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연구개발(R&D)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일진하이솔루스, 수소연료탱크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 기업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차에 들어가는 수소연료탱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하고 있다. 2021년 4월 일진복합소재에서 일진하이솔루스로 이름을 변경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최고의 수소연료 저장 솔루션으로 친환경 미래 사회에 해법을 제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대주주는 2021년 9월30일 기준 지분 59.56%를 소유한 일진다이아몬드다.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사인 일진다이아몬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2년 11월 일진하이솔루스(당시 일진복합소재)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그 뒤 10년 가까이 최대주주로서 일진복합소재를 자산총액 770억 원의 우량기업으로 키워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탱크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진화한 수소탱크 모델인 ‘타입4’를 양산하는 곳은 세계에서 일진하이솔루스와 토요타밖에 없다.

주요 고객은 현대자동차다. 2014년 현대자동차의 1세대 수소차인 '투싼 FCEV'에 연료탱크를 공급하며 처음으로 현대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그 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개발에 맞춰 연료탱크의 사양과 품질을 발전시켰다. 2018년부터는 차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Nexo)에 들어가는 연료탱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2021년 8월에는 2023년 출시가 예정된 현대차 넥쏘 3세대 모델에도 수소탱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일진하이솔루스는 넥쏘 외에 현대차가 생산하는 수소전기 경찰버스와 광역버스에 장착되는 연료탱크와 모듈도 공급한다.

현대차가 수소차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탱크 납품량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현대차와의 거래를 본격 시작한 2018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0년 매출 1135억 원, 영업이익 151억 원을 내며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거뒀다.

다만 상장이 이뤄진 2021년에는 매출 1177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3.4%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환경부의 매연저감장치 단가 인하 정책으로 인해 이를 생산·판매하는 환경사업부의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매연저감장치 지원 예산이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해 2022년부터는 정부 보조금 지급 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수소 저장 및 운송 사업의 성장성이 커 일진하이솔루스가 환경사업부 실적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소연료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수혜와 널리 활용되는 튜브트레일러 출시로 일진하이솔루스의 추가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진하이솔루스가 2021년 7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타입4 수소튜브트레일러는 수소 충전소 운용비용 절감에 기여해 전국적 수소 인프라 확충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튜브트레일러는 타입4 첨단소재 탱크로 제조돼 기존 모델에 비해 무게는 가벼워지고 1기당 수소 공급량은 늘어났다. 수소 운송을 위한 차량 투입 대수와 운송비용을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생산설비 증설하고 전고체 배터리로 사업 확대
일진머티리얼즈가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동박 생산산설비 증설에 나선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그롭의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2차전지 음극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1년 11월 말레이시아와 유럽, 미국의 공장 증설을 위해 사모펀드 투자 유치와 1500억 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모두 1조1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유럽과 미국,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건설하는 데 투입해 동박 생산능력을 2021년 말 6만 톤(익산 공장 2만 톤, 말레이시아 공장 4만 톤)에서 2025년 20만 톤 이상으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본업인 동박 사업 외에 차세대 제품인 전고체 배터리 사업으로도 시야를 넓히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이기 때문에 발화 가능성이 낮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1년 12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업 팩토리얼에 107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투자로 팩토리얼 지분 0.85%를 보유하게 된다.

2025~27년에 첫 상용화가 예상되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개발을 위한 국책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전고체 배터리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하지만 일진그룹은 2022년 일진머티리얼즈를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LBM을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인수했다. 거래 금액은 2조7천억 원이었다.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2018년 1월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진그룹 창사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국내 최초 동박 개발
일진머티리얼즈는 오랜 노력 끝에 전자 산업의 필수 소재인 동박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허진규는 1978년 서울대 공대와 동박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동박 기술 국산화 연구에 들어갔다.

동박 기술 연구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김윤근 박사를 주축으로 진행됐다.

동박은 고도의 공정 기술을 통해 구리를 얇게 편 구리막으로 2차전지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얇으면 얇을수록 더 많은 음극 활물질을 담을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은 늘리고 무게는 가볍게 할 수 있다.

허진규는 동박 기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지만 불량률이 높아 상용화하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오랜 고생 끝에 1988년 불량률이 낮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 생산에 성공했다. 2001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상용화를 추진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동박 제조 분야의 대표적 기업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면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집계가 어려운 중국 왓슨을 제외하면 2019년 기준 점유율 1위는 대만 창춘(CCP)으로 12.9%를 차지했다. 그 뒤로 일진머티리얼즈(9.7%), SK넥실리스(7.4%), 일본 후라카와(2.8%)와 니폰덴카이(2.3%) 순이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2022년 3월 기준 4조1592억 원으로 일진그룹 계열사 중 가장 크다.

2014년 말까지는 일진홀딩스,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등 3곳의 시가총액 합계가 7천억 원대 수준으로 일진머티리얼즈(2798억 원)보다 컸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일진머티리얼즈의 주가가 급등해 일진머티리얼즈가 일진그룹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계열사로 도약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일진그룹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체로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 연결 매출이 2013년 3499억 원에서 2021년 7106억 원으로 늘어났다.

수익성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12년 영업손실 68억 원을 낸 뒤 2013년 영업손실 148억 원, 2014년 영업손실 286억 원으로 계속 적자를 냈으나 2015년 영업이익 144억 원을 올리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21년 영업이익이 844억 원 규모로 늘어났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887억 원, 영업이익 71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0년보다 매출은 28.3%, 영업이익은 39.6% 증가했다.

하지만 일진그룹은 2022년 일진머티리얼즈를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LBM을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인수했다. 거래 금액은 2조7천억 원이었다.

△일진홀딩스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
일진그룹이 일진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제체로 전환했다.

일진그룹은 2008년 4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진그룹은 작은 계열사들이 많은 중견그룹으로서 계열사별로 사업이 전문화해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지주회사가 필요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의 투자사업 부문을 분할한 뒤 합병해 순수 지주회사인 일진홀딩스를 설립했다.

일진홀딩스는 제조 사업은 담당하지 않고 자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하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신사업 발굴과 투자 사업을 담당한다.

일진홀딩스는 상장사인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와 비상장사인 전주방송, 일진디앤코, 알피니언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진전기를 인적분할해 전선 및 전력 사업부문은 신설 일진전기로, 부동산 사업부문은 일진디앤코로 쪼갰다.

허진규는 일진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승계 작업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허진규는 그동안 핵심 계열사인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의 지분을 보유하고 그룹을 지배해왔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에는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이 일진홀딩스의 지분 29.1%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차남인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53.3%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나 2022년 지분을 모두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고 2023년 3월에는 이사회에서도 내려오면서 그룹 경영에서는 멀어졌다.

△일진다이아몬드, 공업용 다이아몬드 국산화 성공해 세계 3대 기업으로 도약
일진다이아몬드가 공업용 다이아몬드 국산화에 성공하며 세계 3대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회사로 도약했다.

허진규는 198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공업용 다이아몬드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로 구리나 은보다 전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전기, 전자, 반도체 제조부터 의학, 우주 연구, 자동차 산업까지 방대한 영역에서 널리 쓰인다.

1980년대에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하면서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공업용 다이아몬드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영국 드비어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허진규는 1987년 6월 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해 세계 3번째로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회사로 부상했다.

이에 과점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한 제너럴일렉트릭은 일진의 다이아몬드 기술을 두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걸었다.

소송은 4년 동안 진행됐다. 1심에서는 ‘7년간 생산 중단’ 판결을 받았다. 생산 중단을 하지 않으면 법정 모독에 따른 페널티로 하루 3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극한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허진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진은 항소에 나섰고 총 4년 동안 진행된 소송전 끝에 거대 미국 기업을 이기고 협상을 통해 다이아몬드 기술을 지켜냈다. 거대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신소재공동연구소를 지어 서울대 공대에 기증
허진규는 1990년 신소재공동연구소를 설립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기증했다. 기업이 연구소를 설립해 대학에 기증한 국내 최초 사례다.

허진규는 35억 원을 기부했는데 이는 1990년 일진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기부 결정이 무리하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허진규는 국내 산업이 소재와 부품을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기부 결정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소재공동연구소는 금속재료부, 전자재료부, 요업재료부, 섬유 및 고분자재료부 등 4개 부서로 구성됐다.

허진규는 1993년 덕명학술문화재단(현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을 설립해 장학금 지원과 연구비 보조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또한 해마다 공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을 발굴해 '한국공학한림원 일진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동녕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과 동복강선 공동 개발
허진규는 1976년 이동녕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연구원과 동복강선 공동 개발에 성공했다.

동복강선은 전기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철선 표면을 구리로 코팅한 전선으로 쓰임새가 많고 농촌 근대화를 앞당긴 산물로 꼽히기도 한다.

일진전기가 개발한 동복강선 덕에 전국 구석구석에 호롱불 대신 전깃불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말도 있다.

허진규는 197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와 동복강선 공동연구를 위해 3천만 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3천만 원은 당시 일진의 자본금과 똑같은 금액으로 6년차 중소기업이 이런 금액을 투자했다는 것은 회사의 운명을 건다는 의미였다.

허진규는 투자한 지 2년 만에 파일럿 플랜트(시험용 공장)를 운영해 동복강선 개발에 성공했다.

허진규는 개발한 동복강선을 실제로 시장에서 팔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중동의 동복강선 입찰에 참여해 수주에 성공했다.

당시 파일럿 플랜트만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생산이 어려워 정해진 납기일 안에 수주한 물량을 모두 생산하기가 힘든 상황에 놓였다. 허진규는 생산 지연에 따른 페널티(벌금)를 물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하루에 계약금의 1천분의3을 배상해야 하므로 1년이면 계약금 전체를 돌려줘야 했다.

하지만 때마침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서 불가항력 조항을 이용해 납기일을 1년 연장할 수 있게 돼 연체료를 물지 않고 제때 납품을 마친 일화가 전해진다.

△28살 나이에 창업, 일진그룹의 모태 일진금속공업 설립
허진규는 1968년 1월22일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동 211의 53번지 집 앞마당에서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을 창립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28살이었다.

창업자금은 30만 원이었다. 100kg짜리 흑연 도가니와 목형 등 기본 주물설비를 사다가 앞마당에 설치한 것이 시작이었다.

종업원 2명을 뽑고 ‘일진’이라는 회사 이름을 내걸었다. 일진은 날마다 앞을 향해 전진한다는 뜻이다.

일진금속이 가장 먼저 생산한 제품은 선풍기에 쓰이는 알루미늄 부품이었다. 이는 삼양전기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전자제품 생산회사에 납품됐다.

허진규는 이어 전력 공급을 위한 전봇대 설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것에 착안해 변전용 금구류를 국산화하는 데 매진했다.

변전용 금구류는 변전시설의 연결 부위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전력 공급에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일본,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는 것을 보고 허진규가 국산화에 공을 들이게 된 것이다.

허진규는 1969년 국내 최초로 변전용 금구류 기술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일진금속의 기술력을 의심해 처음에는 허진규의 납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진규는 이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한국전력 관계자를 설득했고, 결국 일진금속은 납품자격 인증시험을 통과하고 1969년 한국전력 납품 업체로 등록돼 납품 계약을 따냈다.

1971년 변전용 금구류의 재료인 알루미늄 모합금 신기술을 개발했고, 1972년에는 배전용 금구류 알루미늄 제품인 파라렐 크램프와 동제품인 터미널 러그 등 여러 제품을 만들어냈다.

△한국차량기계제작소에서 첫 직장생활
허진규는 1965년 3월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단조 제조회사인 한국차량기계제작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차량기계제작소는 일본의 주물공장 설비를 매입해 해체한 뒤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온 회사다.

허진규는 이곳에서 철근 운반과 절단 작업 등 각종 현장 일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일했다.

허진규는 입사 1년8개월 만인 1966년 11월 회사의 부도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때 허진규의 성실한 업무 태도를 눈여겨봐온 ‘미야하라’라는 이름의 공장장이 허진규에게 이직보다 창업을 권했다고 한다.

미야하라는 허진규에게 "한국에서는 비철금속을 비롯한 주물 사업이 이제 막 시작 단계여서 성장 전망이 밝다"면서 보유하고 있던 주물 도면을 건네주어 기술 개발에 참고하게 했다.

비전과 과제/평가

◆ 비전과 과제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2021년 11월10일 송하진 전북도지사로부터 ‘제1회 전라북도 과학기술인 대상’을 수여받고 있다. <일진그룹>
허진규에게 2022년이 지키는 해였다면 2023년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해이다.

새 먹거리로는 해저케이블과 수소연료전지, 신약이 거론된다.

일진그룹의 핵심인 전선사업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을 위한 해저케이블 사업이 미래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이미 초고압 케이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진출 결정만 내린다면 제품개발과 생산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윤석열 정부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23년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

산업부는 2022년 11월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산업부는 2023년부터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를 만들어 수소발전에 대한 입찰시장을 개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3년 상반기까지 입찰시장을 구축하고, 하반기에는 청정수소 인증제도도 시행하기로 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2023년 본격적으로 열린다면 연료전지시장도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2023년 수소연료전지 입찰 물량은 200㎿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신약개발을 담당한 일진에스앤티는 2021년 12월 이노팜 연구센터에서 ‘항암 혁신신약 개발’에 관한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단계들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일진에스앤티는 2022년 주식회사로 변신해 자금조달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2022년 하반기에는 신약개발을 담당 연구원도 대거 모집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발굴에도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 일진그룹이 하는 사업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갖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연구개발, 투자, 기술검증(PoC) 등의 협업 기회를 제공하며 협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진그룹은 허진규가 일진을 창업한 시절의 초심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허진규는 남들이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신사업에 감각적으로 투자해왔다. 그가 처음 시작한 사업인 변전용 금구류도 당시로서는 혁신적 사업으로 꼽혔다.

기존 사업도 재점검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첨단기술과 혁신제품을 찾아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일진그룹의 사세확장에 짐이 되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풀어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일진그룹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진파트너스와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애코 등 계열사 사이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수년째 받고 있다.

◆ 평가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2010년 2월1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무역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진규는 전 재산 30만 원으로 일진을 창업한 뒤 44개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2조5천억 원의 국내 대표 소재·부품 그룹을 키워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불모지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을 지닌 공학계의 개척자로 불린다.

대학 때까지 유학을 계획했으나 육군본부 병기감실 조병위원회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전국 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국내 공업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해 취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벤처기업가이자 기술력에 대한 믿음 하나로 창업의 길로 홀로 들어선 공학도 출신 창업주다.

김희수 전 일진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허 회장은 차고에서 창업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를 연상케 하는 한국의 1세대 벤처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1968년 창업한 뒤 50년 동안 많은 위기와 고비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노력과 집념을 업계에서 높이 평가한다.

허진규는 2020년 2월24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많이 한 좋은 엔지니어이자 기업가로 기억되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허진규는 ‘초일류 기업일수록 초일류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직원 면접을 직접 챙길 정도로 인재 욕심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보다 공학도이자 엔지니어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그런 마음의 연장선에서 우수 기술인재 양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허진규는 언론 인터뷰에서 “옛날에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게 애국이었다면 21세기에는 기술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엔지니어들이 애국자”라며 “돈은 빌리면 되고 기계는 사면 되지만 인재는 정말 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직원들에게 “악착같이 실패하라”고 조언할 정도로 실패를 통해 배우는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언론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두문불출형 경영자로 분류된다.

산업계에 오래 몸담으면서 여러 단체에서 상을 받았다. 1996년 제10회 인촌상, 2002년 한국무역학회 무역인 대상, 2013년 EY한영 최우수 기업가상 마스터상, 2021년 제1회 전라북도 과학기술인 대상 등을 받았다.

2006년 한국공학한림원에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2016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우리가 닮고 싶은 공대인’에 선정됐다.

2018년 1월 일진그룹 창립 50주년에 맞춰 평전 '창의와 도전, 행복한 50년'이 출간됐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대표 저자를 맡았고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장관, 선우중호 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유장희 전 동반성장위원장, 이희범 전 경총 회장 등 17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사건사고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2018년 1월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진행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일진그룹>
△횡령 혐의로 고발당해
’파비농 아울렛 복합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2019년 6월21일 서울서부지검에 허진규와 최진용 전 일진그룹 부회장을 고발했다.

문제의 상가는 일진그룹이 투자했고 ‘오쉘윈’이라는 회사가 건축·시행을 맡았다.

고발인들은 최진용 전 부회장이 2009년 1월 일진그룹 계열사 다섯 곳으로부터 출처가 불분명한 수십억 원을 본인 명의 계좌로 받았으며 이후 이 자금을 허진규의 아들과 딸들이 운영하는 일진캐피탈과 아트테크 등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에 이미 관련 사항이 증거 불충분으로 각하 처분된 적이 있으나 고발인들은 계좌이체 내역 등 증거를 추가 확보해 조세포탈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허진규를 고발했다.

이를 놓고 일진그룹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이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회사 내에 남아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 세부적인 내용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세포탈 명단에 올라
국세청은 2018년 12월12일 조세포탈범과 불성실 기부금수령 단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의 명단을 공개했다.

허진규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에서 2013년 136억 원, 2014년 131억 원 등을 누락해 신고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별도로 허진규는 2017년 1월 홍콩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차명계좌에 묻어둔 1292만 달러(137억 여 원)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2017년 4월 1심에서 벌금 7억 원을 납부하라고 판결했고 허진규가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동원 의혹
일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영 승계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허진규의 장남 허정석 일진전기 대표가 100% 소유한 일진파트너스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출의 100%를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전기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은 2009년 8억 원에서 2012년 135억 원으로 급증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2013년 허진규가 보유한 일진홀딩스 지분 전량인 15.3%를 사들여 일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랐다. 허정석 일진파트너스 사장이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일진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 셈이다.

급증하던 일진파트너스의 매출은 2013년부터 1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일진파트너스는 2018년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일진파트너스뿐만 아니라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앤코 등도 내부거래가 많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력/학력/가족
◆ 경력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2018년 1월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가족, 임직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진그룹>
1965년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국차량기계제작소에 입사했다.

1966년 11월 회사 부도로 한국차량기계제작소에서 퇴사했다.

1968년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을 설립했다.

1982년 일진경금속(현 일진제강)을 세웠다.

1984년 일진그룹 회장이 됐다.

1987년 일진소재산업(현 일진머티리얼즈)을 설립했다.

1988년 일진다이아몬드와 일진유니스코를 설립했다.

1990년 서울대학교 신소재공동연구소를 준공해 기증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제4대와 제5대 대한민국 ROTC 중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대한민국 ROTC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2003년 JTV 전주방송을 인수했다.

2004년 일진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2005년 한국-코스타리카 친선협회 회장이 됐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총동창회장을 지냈다.

2008년 10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서울대학교 기술지주 사내이사를 맡았다. 2015년 5월부터 다시 맡고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을 지냈다.

2008년 바이메드(현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을 인수했다.

2010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광주과학기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2015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육연구재단 이사가 됐다.

◆ 학력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서울대 공과대학 ‘한 우물 파기로 홈런치기’ 프로젝트에 9억원을 기부하고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1959년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63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금속공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전북대학교에서 명예경영학박사, 2015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명예공학박사, 2018년 포항공과대학교에서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 가족관계

아버지 허병묵과 어머니 황성녀는 7형제를 뒀다. 허진규는 막내아들이다.

1964년 4월30일 동갑내기 김향식씨와 결혼했다. 김향식씨는 김황식 제41대 국무총리의 누나다.

허진규는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장남은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차남은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 장녀는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이사, 차녀는 허승은 일진자동차 최대주주다.

차남 허재명은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3녀 박은혜씨와 결혼했다.

◆ 상훈

1981년 12월22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1988년 3월16일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2008년 12월22일 지식경제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기술대상 시상식에서 산업기술진흥유공자 기술진흥부문 최고상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 기타

1961년 입단한 서울대학교 학군단 1기 출신이다. 1963년 소위로 임관해 서울 용산 육군본부 병기감실 조병위원회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병기류를 국산화하는 일을 담당했다.

2022년 일진전기와 일진머티리얼즈로 부터 각각 6억 원의 급여를 받았다.

2022년 12월30일 기준으로 일진머티리얼즈 주식 1만4600주(0.03%)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3월4일 종가 기준으로 9억6652만 원 규모다.

2022년 12월30일 기준으로 일진디스플레이 주식 1268만6574주(24.63%)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3월4일 종가 기준으로 126억8657만4천원이다.

어록
[Who Is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2018년 1월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읽고 있다. <일진그룹>
"2023년 일진그룹은 초심으로 돌아가 인재를 양성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그룹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야한다. 2022년 신성장의 초석을 다졌다면 2023년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원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핵심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일진그룹 특유의 DNA와 추진력으로 기술, 생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2023/01/02, 2023년 신년사에서)

“2022년을 과감한 투자, 적극적 M&A, 선순환 요소 구축을 통해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원년으로 만들자.” (2022/01/03, 2022년 신년사에서)

“사업계획은 각 계열사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도출한 결과물로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 또한 실행을 전제로 수립한 것이다. ‘백언(百言)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다. (2022/01/03, 2022년 신년사에서)

“각 계열사와 사업부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첨단기술과 혁신제품을 가려내는 혜안이 절실하다. 미래사업을 발굴하고 강화하는 데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늘 명심해야 한다. 소의 해를 맞아 뚝심과 근면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나아가자.” (2021/01/04, 2021년 신년사에서)

“지난 51년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소재부품 분야에서 묵묵히 엔지니어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머지않아 나올 것으로 굳게 믿는다.” (2020/05/07, 아시아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실패를 해야 성공한다. 가장 좋은 건 성공하는 사람이다. 실패하는 사람이 그 다음이다. 제일 나쁜 사람은 도전조차 안 하는 사람이다.” (2020/02/24,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남다른 실행력으로 성공적인 혁신의 길을 찾아간다면 과거 50년 동안 일궈낸 성과보다 미래 5년은 더 큰 발전과 성장을 할 수 있다.” (2019/01/02, 2019년 신년사에서)

“올해 그룹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을 정도로 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내부적으로 부족한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피고 사장단은 유연한 사고로 경영에 임해야 한다.” (2018/04/11, 일진그룹 사장단 특강에서)

“큰 회사보다 커가는 회사가 되고 싶다.” (2018/01/21, 일진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업활동은 100m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다. 그것도 무거운 짐을 지고 땀을 흘리며 먼길을 가는 마라톤으로 한순간에 속도를 냈다 금세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같은 속도로 끝까지 달려야 한다.” (2018/01/02, 2018년 신년사에서)

“악착같이 실패하는 것은 모순이지만 한 분야에 끈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진정한 성공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야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2017/01/16,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요즘 벤처는 손쉽게 대박을 꿈꾸는 단거리 주자라면 나는 마라톤 경영을 하는 셈이다. 기술을 개발할 때 끈기있게 버티면서 직원들의 성과를 참아주는 편인데 직원들이 먼저 떠날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 (2006/07/24,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에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이다. 한번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기술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소신이다.”

“일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06/07/23,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2003년을 일진그룹 전체 사업 매출 1조 원 돌파의 원년으로 삼겠다. 이제껏 그래왔듯 시장을 리드하는 신기술 개발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2002/12/23, 디지털타임스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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