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백신·치료제 개발 추진
GC녹십자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을 활용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4월 캐나다 아퀴타스테라퓨틱스와 계약을 맺고 mRNA 기술의 핵심인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후 2022년 9월 내부적으로 mRNA 파일럿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파일럿 생산시설은 전남 화순에 있는 GC녹십자 백신공장에 들어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GC녹십자는 2024년 mRNA 독감 백신의 임상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중장기적으로 mRNA 기반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편 mRNA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mRNA 기술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주목받는 신기술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 모더나가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대성공을 거뒀다.
GC녹십자는 다른 기업과 손잡고 mRNA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1년 6월 한미약품, 에스티팜과 함께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K-mRNA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2022년까지 코로나19 mRNA 백신 1억 도즈(성인이 1회 접종하는 분량 단위)를 생산할 능력을 확보하고 2023년까지 mRNA 백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해 연간 10억 도즈 이상을 생산해 국내에는 물론 해외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허은철은 “mRNA가 차세대 백신 플랫폼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앞으로 독감처럼 코로나19도 계절성 질환으로 자리잡을 것인 만큼 컨소시엄을 통해 각 기업이 힘을 모아 차세대 mRNA 백신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GC녹십자 실적
GC녹십자는 2021년 독감 백신 등 주력사업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연결기준 매출 1조5378억 원, 영업이익 767억 원을 거뒀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 영업이익은 47% 증가했다.
경상개발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늘었으나 백신과 처방의약품 부문에서 수익성 높은 자체 개발 품목의 판매가 증가해 수익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GC녹십자는 2022년에도 독감 백신과 혈액제제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2년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조2998억 원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8.4% 늘어난 1037억 원에 이르렀다.
GC녹십자의 매출은 2016년 허은철이 단독대표에 오른 뒤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매출은 2016년보다 28%가량 늘어났다.
△독감 백신 대규모 수주
GC녹십자는 2021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2022년도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4891만 달러(약 574억 원) 규모의 독감 백신 잠정 수주물량을 사전통지받았다.
GC녹십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독감 백신 수출을 이끌어낸 것이다. 수출되는 물량은 2023년 상반기 중남미 국가에 공급된다.
GC녹십자는 3가 독감백신 입찰이 대부분이었던 국제 조달시장에서 4가 백신 점유율이 높아진 데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물량의 24%를 4가 백신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C녹십자는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범미보건기구의 입찰 참여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2015년 1월 범미보건기구의 수두백신 입찰에 참여해 입찰물량 전량을 약 7500만 달러에 수주했다. 2016년 3월에는 독감 백신 입찰에서 32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2017년에는 독감 백신 3700만 달러 규모, 2019년에는 독감 백신 3570만 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허은철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GC녹십자는 2021년 7월27일 미국 제약사 미럼파마슈티컬스와 소아 희귀간질환 치료제 마라릭시뱃의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마라릭시뱃은 알라질증후군(ALGS), 진행성가족성 간내담즙정체증(PFIC), 담도폐쇄증(BA) 등 희귀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알라질증후군은 간 담도가 감소하고 담즙이 정체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진행성가족성 간내담즙정체증은 간세포에서 답즙 배출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유전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담즙정체증이다. 담도폐쇄증은 간 밖으로 연결된 담도관이 파괴되거나 이상이 생겨서 일부 또는 전부가 폐쇄되는 질환을 말한다.
GC녹십자는 2022년 알라질증후군을 시작으로 나머지 적응증에 대해 순차적으로 마라릭시뱃의 국내 품목허가 승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2021년 7월20일에는 미국 제약사 스페라젠과 희귀난치성질환인 ‘SSADHD(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의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SSADHD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효소 부족으로 열성유전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2022년 8월 GC녹십자는 스페라젠과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참석한 '외부 주도 환자 맞춤형 약물 개발(EL-PFDD)' 회의에 공동 후원사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 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료제 임상 연구를 위한 유익-위해성 평가 틀을 잡을 수 있도록 논의하는 자리다. GC녹십자는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2022년 말까지 FDA에 환자 의견 종합 보고서를 제출한 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평가 기준을 수립하기로 했다.
GC녹십자는 2018년 6월에는 유한양행과 희귀질환 신약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효능을 향상시킨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GC녹십자와 유한양행 연구팀은 다양한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특허출원하는 등 연구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북미 혈액제제 진출 지연
허은철은 혈액제제 사업의 북미 진출을 추진해왔으나 관련 행정절차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GC녹십자는 2022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 국내이름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관한 최종보완요구서(CRL)를 통보받았다.
FDA는 최종보완요구서를 통해 충북 오창에 있는 GC녹십자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현장실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GC녹십자는 2016년 FDA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에 대한 허가를 신청했지만 2016년 11월 제조공정 관련 자료보완 요구를 받으면서 미국 진출이 지연됐다.
이후 고농도인 10% 용량부터 승인받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 2019년 말 FDA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는 2021년 4월 FDA의 품목허가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또 같은 해 4분기 오창 혈액제제 생산시설에 대한 비대면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FDA 현장 실사가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GC녹십자는 FDA와 소통해 현장 실사를 조속히 마친 뒤 허가 심사를 다시 받기로 했다.
GC녹십자그룹은 2020년 7월 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한 혈액제제 북미 생산법인 GCBT와 미국 혈액원사업부문 GCAM 지분 100%를 스페인 혈액제제 기업 그리폴스에 매각해 북미 혈액제제 사업을 GC녹십자로 일원화했다.
혈액제제 사업은 GC녹십자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GC녹십자는 2022년 1~3분기에 별도기준 매출 9416억 원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32.5%를 혈액제제가 차지했다.
△헌터라제 매출 확대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실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헌터라제 매출은 2018년 1300만 달러에서 2021년 2800만 달러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38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헌터증후군은 지능 저하, 청력 소실, 망막 변성, 뇌수종 등을 유발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GC녹십자는 2012년 세계에서 2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해 선보였다.
현재 러시아, 알제리, 이집트, 중국, 일본 등에서 헌터라제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20년 현지 첫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GC녹십자는 2022년 11월 기업설명회를 통해 중국에서 앞으로 5년 안에 헌터증후군 진단 환자의 50% 이상이 헌터라제를 처방받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일본에서는 헌터라제ICV를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에 대한 주력 치료제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헌터라제ICV는 머리에 장치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의 치료제로 2021년 1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GC녹십자는 헌터라제ICV에 대해 국내에서도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2022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연구개발 역량 강화, 조직 개편과 투자 확대
허은철은 GC녹십자의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 전문 조직 ‘RED(연구 및 초기 개발)본부’를 마련했다.
RED본부는 초기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한편 신규 기술을 도입하고 내재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GC녹십자는 2022년 들어 RED본부의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GC녹십자그룹 연구기관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신약 발굴(Discovery) 조직을 흡수해 초기 연구 인력을 강화했다. 또 PSAT(플랫폼 과학&기술) 유닛을 신설함으로써 다양한 접근법(모달리티)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다.
GC녹십자는 RED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11월 기준으로 후보물질 최적화 6건, 독성시험 5건, 임상1상 2건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GC녹십자는 폰빌레브란트인자(vWF) 결핍증 치료제, 혈전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TTF) 치료제, 파브리병 치료제 등 독성시험 단계에 있는 물질 3건 이상을 2023년 임상1상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자연히 관련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GC녹십자는 연구개발비가 2021년 1217억 원에서 2022년 1373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도 외부 기관과 협업하며 GC녹십자의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1월 GC녹십자와 함께 서울대 AI연구원과 신약개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2022년 11월에는 차백신연구소와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프로젝트 성과 부진
GC녹십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치료제 개발, 백신 위탁생산 등을 추진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1년 6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한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으며 임상3상 개발도 중단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5월 지코비딕주에 대한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을 검토한 결과 해당 임상시험 설계와 목적으로는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품목허가를 거절했다.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유효 면역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이미 상용화된 혈장치료제와 작용기전 및 생산방법이 같아서 개발 과정이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GC녹십자는 당초 2020년 하반기에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허은철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처음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무상공급을 결정하기도 했다.
백신 위탁생산 쪽에서는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GC녹십자는 2020년 10월 국제기구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전염병예방혁신연합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모든 국가에 충분하고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글로벌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를 운영하고 있다.
위탁생산 계약은 전염병예방혁신연합이 지정한 백신을 GC녹십자가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최대 5억 도즈(1회 접종분) 생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한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코백스향 백신 공급은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졌다.
GC녹십자는 2021년 하반기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또한 2021년 말 12월 중단돼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GC녹십자는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국내 허가 및 유통 계약을 따내는 데는 성공했다.
2021년 3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4천만 도즈를 국내에 유통한다고 밝혔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품목허가 절차는 물론 유통까지 맡게 됐다.
이는 GC녹십자와 모더나 사이, GC녹십자와 질병관리청 사이 계약에 따른 것이다.
GC녹십자는 앞서 2021년 2월26일 질병관리청이 공고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mRNA-1273 국내 사업자로 선정돼 질병관리청과 342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시장 확대 위해 GC녹십자로 회사 이름 변경
2018년 시작과 함께 녹십자는 회사 이름을 GC로 변경했다. GC는 기존 녹십자(Green Cross)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다.
국문 명칭으로는 GC와 녹십자를 함께 표기하고 영문 이름은 Green Cross에서 GC로 바꿨다. 이를 녹십자홀딩스와 산하 자회사, 손자회사 등 모든 계열사에 일괄 적용했다.
기업로고(CI)도 2개의 십자 도형이 맞물린 모양으로 변경했다.
녹색의 십자가 모양을 상표로 쓰는 회사가 세계 곳곳에 이미 있는 데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연구개발 전문가로 경영수업 시작
허은철은 석사학위를 받은 후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미국 박사과정 유학을 마친 뒤 2004년 녹십자 부설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장을 맡아 연구개발(R&D) 현장에서 근무했다.
2006년 녹십자 연구개발(C&D)기획실로 자리를 옮기고 2009년 녹십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을 맡는 등 연구개발 분야 전문성을 살리는 경영수업을 받았다.
허은철이 부사장이던 시절 녹십자는 국내 최초로 3가 독감 백신 지씨플루를 개발했다. 이것을 가지고 세계보건기구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에서 독감 백신 입찰 수주에 성공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목암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2015년 1월 조순태 부회장과 함께 녹십자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허은철은 연구개발 분야, 조 부회장은 영업 분야의 역할을 담당했다. 허은철은 조 부회장이 물러난 2016년 3월부터 단독대표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