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민영화 시동
2022년 11월 산업은행이 HMM 민영화를 위해 잠재후보군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기업 판토스를 거느린 LX그룹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CJ 등 구체적 기업 이름까지 거론된다.
HMM 지분은 산업은행이 20.69%, 해양진흥공사가 19.96%, 신용보증기금이 5.02%를 보유하고 있다. 애초 산업은행은 민영화보다 HMM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으나 HMM이 호실적을 내고 향후 경기가 나빠질 수 있어 조기에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타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HMM 주가가 급등했다. 2022년 11월23일 하루 만에 8.52%가 오른 2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월 중순 기록한 52주 신저가(1만7천 원)와 비교하면 31.18% 높은 수준이다.
김경배는 2022년 7월 비전 선포식에서 민영화와 관련해 시기와 방법을 대주주들과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영화와 별개로 미래를 향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2022년 9월 뉴스웨이 인터뷰에서는 "민영화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언제든 민영화를 할 기반을 마련했으며 산은과 해진공이 결정해주면 그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HMM 해운운임 강세에 힘입어 최고 실적
HMM은 해운운임 강세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5조589억 원, 영업이익 8조6867억 원을 거뒀다. 2021년 3분기 누적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86% 늘어난 것으로 2022년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 3조1486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2분기 2조9371억 원, 3분기 2조6010억 원으로 두 개 분기 연속 감소해 실적이 고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1년 HMM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냈다.
HMM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3조7941억 원, 영업이익 7조3775억 원을 거뒀다. 2020년보다 매출은 115%, 영업이익은 652% 늘었다. 순이익은 5조326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200% 증가했다.
이는 HMM이 설립된 이후 최대 실적이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과 미국의 항만 적체가 지속되면서 아시아~북아메리카 노선의 해운운임이 상승했으며 유럽 및 기타지역 노선도 모두 운임이 상승하는 등 해운업황이 크게 개선된 데 영향을 받았다.
특히 4분기는 전통적으로 컨테이너 부문의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2021년 4분기에는 아시아~미주 노선의 물동량이 늘고 연말 시즌, 블랙프라이데이 및 2022년 춘절을 겨냥한 밀어내기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해운운임이 크게 상승했다.
컨테이너 운임 종합지수(SCFI)는 2020년 12월 말 2129포인트에서 2021년 12월 말 5046포인트로 대폭 올랐다.
또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12척 등 초대형 선박 20척을 투입한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HMM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
김경배는 2022년 3월29일 열린 HMM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김경배는 취임사를 통해 “동반성장을 통해 오랜 시간 꿈꿔온 글로벌 톱클래스 선사로서 새로운 위상을 갖춰갈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며 “최고의 서비스,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HMM은 김경배를 선임하며 “현대글로비스에서 9년 동안 최고경영자(CEO)를 성공적으로 역임한 물류 전문가로서 글로벌 경영 역량, 조직관리 능력, 전문성 등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김경배는 앞서 2022년 2월9일 열린 HMM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배재훈 전 HMM 대표이사 사장의 뒤를 이을 신임 최고경영자 후보로 결정됐다.
이후 HMM 임원진과 상견례를 하고 해운시장 상황 등 경영여건을 살펴보며 현안을 파악해왔다.
김경배는 2022년 7월14일 비전선포식을 열고 2026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하는 것을 뼈대로 한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선박과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핵심자산에 10조 원, 선사·친환경 연료·종합물류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미래전략사업에 5조 원을 투자한다. e-플랫폼 구축, 운영관리시스템(ERP) 고도화 등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는 1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선복량을 현재 82만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 단위)에서 2026년까지 120만TEU로 확대하고 벌크 선대를 현재 29척에서 55척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위아 대표이사 맡아 기계부문 영업손실 축소
김경배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1월5일 실시한 인사에서 현대위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를 맡은 지 약 9년 만에 자리이동을 한 것이다.
기아기공이 모태인 현대위아는 자동차엔진과 친환경차량부품, 공작기계 등의 사업을 하는 종합기계업체다.
2009년 현대위아로 출범한 뒤로 금속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등을 전공한 공대 출신이 연이어 대표로 선임되다가 2017년 말 처음으로 경영학을 전공한 전략 전문가인 김경배가 대표를 맡았다.
김경배가 오랜 기간 현대글로비스를 이끌었던 만큼 현대위아로 이동한 것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김경배가 현대글로비스보다 주목도가 비교적 덜한 현대위아로 자리를 옮긴 것을 놓고 현대차그룹에서 김경배의 입지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머지않은 시점에 세대교체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위아가 장기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 비추어 그룹에서 김경배를 믿고 그에게 현대위아를 맡긴 것이라는 시각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김경배는 현대위아를 2년 동안 이끌면서 ‘아픈 손가락’인 기계부문의 영업손실을 줄였다.
김경배는 현대위아를 공작기계사업 부진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수주를 늘리는 일에 주력했다. 아울러 2020년 33종의 공작기계 신제품을 내놓는 등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현대위아가 출시한 신제품 가운데 소형 수평선반은 공작기계의 기초인 베드와 주축(가공을 진행하는 곳) 등의 설계를 강화해 가공 성능을 높였다.
현대위아는 2020년 기계부문의 영업손실 폭을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기계부문 영업손실은 2018년 1150억 원에서 2019년 650억 원, 2020년 140억 원으로 빠르게 줄어들었다. 2020년에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0억 원 안팎에 이르러 흑자전환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연간 흑자전환을 이루지는 못했다.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맡아 실적 증가 이끌어
김경배는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2009년 7월부터 2017년 말까지 햇수로 9년 동안 일했다.
김경배가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현대글로비스의 실적이 크게 늘었다.
김경배가 대표로 취임한 첫해인 2009년 현대글로비스는 매출 3조1928억 원, 영업이익 1453억 원을 냈다. 김경배가 대표에서 물러난 2017년에는 매출 16조3583억 원, 영업이익 7271억 원을 냈다.
8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5배 넘게 키운 것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실적 성장이 온전히 김경배의 경영 성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현대글로비스가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의 완성차 운송을 도맡아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김경배는 현대글로비스의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러한 시도도 실적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경배가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처음 맡았을 때 현대글로비스는 원유선 운반사업을 본격화하고 비철금속 트레이딩을 확대하는 등 비계열 해운 및 유통 사업도 활발히 진행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유럽 물류기업 '아담폴'을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물류기업 가운데 최초로 유럽 물류기업을 사들인 것이다.
△현대차그룹 오너 2대 걸쳐 보좌
김경배는 현대차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과 2세
정몽구 회장을 연달아 보좌했다.
김경배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정주영 명예회장 수행비서로 일했다.
1998년 6월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와 함께 민간인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방북할 때 김경배도 동행했다. 김경배는 현대차그룹 관계자들과 함께 베이징을 거쳐 북한에 들어간 뒤 판문점 북측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을 맞았다.
2000년 2월 정주영 명예회장 수행비서에서 물러난 뒤 현대차 미주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 글로비스 북미 법인 CFO,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담당 등을 역임했다.
2007년 8월
정몽구 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대를 이어 오너일가 비서실장을 맡는 사례가 흔치 않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경배는 2009년 7월 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글로비스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고리로 지목됐다. 비서실장 출신 김경배가 글로비스를 맡은 것을 두고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