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로 복권 후 회장 취임
이재용은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복권됐다.
법무부는 2022년 8월12일 이재용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경제인을 8월15일자 특별사면 및 복권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들었다.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확정 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2022년 7월 형기가 종료됐으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됐다.
이 때문에 경영활동이 제한돼 재계와 정치권 등에서 복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재용은 복권이 발표된 뒤 입장문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복권 이후 이재용은 삼성전자 기흥R&D센터 착공식에 참석하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특사로 멕시코·파나마 대통령을 만나는 등 안팎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영국을 방문하고 한국을 찾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RM 인수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재용의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회장 취임 가능성도 점차 가시화됐다. 이재용은 2022년 9월 영국 출장 후 귀국길에 회장 승진 여부를 두고 "회사가 잘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으나 10월 들어 본격적으로 회장 취임설이 급물살을 탔다.
결국 삼성전자 이사회는 10월27일 이재용의 회장 취임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책임경영 강화와 신속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유럽 출장에서 위기 돌파 모색
이재용은 2022년 6월7일부터 18일까지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이재용은 김포공항에서 전세기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떠났는데 구체적 출장 일정과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3개국을 방문했다. 6월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을 만났다.
ASML은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기업으로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ASML은 한 대에 3천억 원이 넘는 극자외선 장비를 한해에 40~50대 정도 생산하는데 반도체 생산기업들은 공급이 한정된 장비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ASML은 반도체업계에서 ‘슈퍼을’로 불린다.
이재용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번 ASML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배석했다.
이재용은 ASML 경영진과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도 만나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했다.
이재용과 뤼터 총리가 만난 것은 6년 만이다. 이재용은 2016년 9월 한국에 방문한 뤼터 총리를 맞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했다.
이재용은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도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imec는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 반도체 연구소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동 기술개발을 위해 설립한 연구소로 반도체 제조 과정 전체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노하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외에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첨단분야 연구과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이재용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찾았으며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고객사인 BMW 경영진과도 만났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의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 부문인 하만 카돈도 방문했다.
이재용이 12일 동안의 유럽 출장 후 귀국해 꺼내둔 화두는 ‘기술’이다.
이재용은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해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장의 혼동과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대답했다.
이재용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삼성전자 경영진이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삼성그룹은 이재용의 귀국 후 이틀 만인 2022년 6월20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열었다.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사장단은 이 회의에서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의는 8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더 빠르고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주문하자 경영진이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끝)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끝)이 2022년 6월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ASML CEO와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
△반도체부문 임원 대폭 교체
삼성전자는 2022년 6월2일 DS부문 임원을 20명 이상 교체했다. 여기엔 부사장급이 10명 이상 포함됐다.
삼성전자가 보통 12월 말 정기인사를 통해 고위 임원을 교체해온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22년 상반기에 논란이 됐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의 성능 문제, 4나노 파운드리 수율 등과 관련한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반도체연구소장에는 송재혁 플래시개발실장 부사장이 선임됐다.
송 부사장은 1967년 태어나 카이스트(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반도체공학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메모리 차세대연구2팀, 메모리플래시개발실 플래시PA팀, 메모리플래시개발실 플래시PA팀장 등을 거쳐 2020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도체 공정 및 소자개발 분야 전문가로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으로 이끌며 V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연구소 조직도 일부 바꿨다.
기존 메모리TD(Technology Development, 기술개발)실을 ‘D램TD실’과 ‘플래시TD실’로 나누고 TD실장에 박제민 부사장, 플래시TD실장에 장재훈 부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임원진에도 변화를 줬다.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 남석우 부사장,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인프라기술센터장에 장성대 부사장을 각각 앉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상시 임원인사”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 원 투자
삼성그룹은 2022년 5월24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준비’라는 제목으로 45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450조 원의 재원 가운데 80%가량을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중심으로 국내에 투자한다.
아울러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 동안 8만 명을 새롭게 채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
삼성그룹이 지난 5년간 330조 원을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450조 원 투자계획은 연평균 투자규모를 30% 가량 늘린 것이다.
삼성그룹은 우선 반도체 분야에서 신소재와 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첨단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해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고성능·저전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6G 등 초고속 통신 반도체 등에 필요한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을 세웠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차세대 생산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에 양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바이오 시밀러(복제약)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에 대한 집중 투자는 삼성이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면서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5월20일 오후 6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첫인사를 나누고 함께 공장을 시찰했다. 이재용이 직접 공장 안내를 맡았다.
이재용은 이미 가동하고 있는 평택공장 1라인(P1)과 건설 중인 3라인(P3) 등 주요 시설을 소개했다. 평택 공장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우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의 모델이다.
공장 내부 설명은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맡았다. 평택 공장에 설치된 미국 반도체장비 관계자들도 차례로 나서 설비 운영원리와 기능을 설명했다.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했다. 2022년 상반기 3나노 양산을 앞두고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였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대부분의 팹리스(반도체설계)가 위치한 미국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최대 거래대상 국가다.
삼성전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3나노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술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자신감이 표현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용은 이어진 환영 행사에서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협력을 강조했다.
이재용은 영어로 “삼성전자는 75년 전 반도체를 생산하는 최초의 한국 기업으로 시작했다”며 “미국과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는 우리 세상의 엔진으로서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세계의 많은 사람이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방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반도체 비즈니스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혁신이 가능한 것은 전 세계 여러분들이 애써주셨기 때문”이라며 “삼성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재용의 유창한 영어 실력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022년 5월20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 역대 최대 분기 매출
삼성전자는 2022년 1분기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7조7815억 원, 영업이익 14조1214억 원, 순이익 11조3246억 원을 냈다. 2021년 1분기보다 매출은 18.95%, 영업이익은 50.50%, 순이익은 58.57%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이며 영업이익은 2018년 1분기(15조64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사업부별 실적을 보면 DS부문은 1분기에 매출 26조8700억 원, 영업이익 8조4500억 원을 냈다.
메모리는 서버용·PC용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바탕으로 서버용에서 역대 최대 분기 판매를 기록했고, 예상보다 가격 하락도 완만해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비수기 영향으로 시스템온칩(SoC)과 이미지센서(CIS) 공급이 감소했으나 판매가격 인상 등으로 이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파운드리는 공급 이슈 등과 관련한 우려 속에서도 모든 응용처의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첨단공정 비중이 확대되고 수율도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매출 7조9700억 원, 영업이익 1조900억 원을 냈다.
중소형 패널은 스마트폰 주요 고객사의 판매 호조, 게이밍 등 신규 응용처 판매 확대로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형 패널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 수율이 예상보다 빨리 안정화된 가운데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모니터를 출시했다.
DX부문은 1분기에 매출 48조700억 원, 영업이익 4조500억 원을 냈다.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X는 부품 공급 부족, 지정학적 이슈, 부정적 환율 영향 등에도 불구하고 아전 분기 대비 매출 성장과 함께 수익성도 향상됐다.
갤럭시S22울트라를 중심으로 플래그십이 판매 호조를 보였고, 플래그십 경험을 가미한 중가 5G 신모델이 호평을 받은 가운데 프리미엄 태블릿과 워치 등 갤럭시 생태계(Device Eco) 제품군도 견조한 판매를 달성했다.
생활가전부문은 원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판매가 성장하며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1분기 시설투자는 7조9천억 원이었다. 사업별로는 반도체 6조7천억 원, 디스플레이 7천억 원 수준이다.
메모리는 수요 증가에 대비해 평택 3기 인프라 투자와 화성·평택·시안 공정전환을 중심으로 시설투자가 집행됐다. 파운드리는 5나노 이하 첨단공정 개발과 생산능력 구축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물류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DS부문은 수요 견조세에 적극 대응하고, DX부문은 스마트폰·TV 신제품 판매 확대와 프리미엄 리더십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삼성은 새로운 사람으로, 삼성에 인사 대격변
삼성전자는 2021년 12월7일 승진 6명, 업무변경 3명 등 9명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말 그대로 ‘대격변’이라고 할 만한 인사가 실시됐다.
애초 재계에서는 김기남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고동진 IM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김현석 CE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등 대표 3인방이 자리를 지키면서 안정 속 쇄신을 추구하는 인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나쁘지 않을 뿐더러 각 사업부문의 대표 사업인 반도체(DS), 스마트폰(IM), 생활가전(CE) 모두 외부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 경영전략의 연속성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대표 3인방이 모두 물러났다. 김기남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해 종합기술원으로 옮겼고, 고동진 사장과 김현석 사장은 거취가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에는 삼성전기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임명됐다. 이 인선을 두고도 재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경 사장이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경력을 쌓기는 했지만 이미 삼성전기로 옮긴 만큼 삼성전자로 복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종희 CE부문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CE부문과 IM부문을 총괄하는 DX부문장 겸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은 삼성전자 세트부문 북미총괄 사장으로, 김수목 삼성전자 법무실 송무팀장 부사장은 삼성전자 세트부문 법무실장 사장으로, 박용인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기존 시스템LSI사업부장이었던 강인엽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박학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삼성전자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대표이사들이 대거 교체됐다.
삼성전기 대표이사는 장덕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맡게 됐다.
삼성SDI에서는 전영현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에는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임명됐다.
노희찬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도 물러나고 남궁범 삼성전자 재경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에스원 대표이사에 올랐다.
삼성 금융계열사에서는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과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용퇴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본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화재 대표이사에,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에 각각 내정됐다.
이처럼 변화 폭이 큰 인사가 실시되자 재계에서는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이재용의 의지가 사장단 인사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 ▲ 2021년 11월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의지와 미국 출장
이재용은 2021년 10월25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인재개발원에서 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를 맞아 열린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은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새로운 삼성’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단순한 수사로 보기에는 삼성이 마주한 사업 현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천명한 미국 인텔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인수합병도 쉽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탓에 세계 각국이 인수합병과 관련해 장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 거래들이 각 나라 경쟁당국의 심사를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삼성SDI는 2021년 10월22일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에 진출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 GM, SK온(옛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과 포드 등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미국 진출이다.
이에 새로운 삼성을 향한 이재용의 의지는 그가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삼성 사장단 인사 및 계열사 조직개편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이재용은 2021년 11월14일 김포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캐나다와 미국을 돌아보는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사업 파트너들을 만날 것”이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 출국했다.
미국 출장에서 이재용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뿐 아니라 통신기업 버라이즌, 제약기업 모더나 등 다양한 기업의 CEO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정치권 인사들과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 등 반도체 관련 현안들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의 연구기관인 DS부문 미주총괄과 삼성리서치 아메리카를 방문해 연구개발 현황도 점검했다.
이재용은 2021년 11월24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가 귀국하기 하루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공장 투자처를 텍사스주 테일러로 확정하고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에 양산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재용은 귀국 뒤 미국 투자와 관련해 앞으로의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과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듣고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대답했다.
이재용이 ‘새로운 삼성’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절박함에 기반한 것임이 이 대화를 통해 드러났다. 이재용이 느낀 절박함이 삼성 임원인사를 뒤흔든 것으로 보인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021년 11월20일 미국 워싱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면담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
△가석방 뒤 삼성전자 서초사옥부터 찾아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2021년 8월13일 가석방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그는 기자들에게 “저를 향한 걱정과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구치소를 떠났다.
가석방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자택이 아닌 삼성전자 서초사옥이었다.
이재용이 삼성전자 서초사옥부터 찾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그가 삼성의 경영 현황을 보고받고 사업전략을 가다듬는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에는 오너 이재용의 결단을 기다리는 현안들이 쌓여 있었다.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가 대표적이었다.
앞서 2021년 5월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비공식 경제인사절단으로 포함돼 미국을 방문한 김기남 당시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170억 달러(20조 원가량)를 들여 새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워낙 큰 규모의 투자인 만큼 오너의 결정 없이 전문경영인이 투자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투자 계획은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2021년 11월에 확정됐다.
삼성SDI가 LG이노베이션이나 SK온 등 경쟁사와 비교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이재용의 부재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SDI는 오래 전부터 미국에 배터리 생산설비를 짓고 현지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전문경영인의 결단만으로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규 설비투자 및 미국 모더나와의 코로나19 백신 생산협력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용은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난 만큼 이전 직종으로의 재취업이 5년 동안 불가능하고 거주지 이전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운신의 폭도 제약받고 있다.
다만 2주 이내의 해외출장은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신고만 하면 가능한 만큼 국내에서 일정 조율 등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한다면 미국에 가서 삼성의 다양한 현안들을 매듭짓고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상속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2021년 4월30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주식을 포함한 재산 상속안이 확정 발표됐다. 상속세만 12조 원 이상으로 추정돼 ‘세기의 상속’으로 불렸다.
이건희 전 회장은 2020년 10월25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재계는 이재용이 삼성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의 주식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느냐를 상속의 핵심으로 봤다.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을 비롯해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삼성전자 우선주 0.0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법정 상속비율에 따른다면 이건희 전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아들인 이재용,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3 대 2 대 2 대 2로 이 전 회장의 재산을 나눠 상속받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 오너가족은 법정 상속비율에 따르기보다 이재용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은 법정비율대로 상속됐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홍라희 전 관장이 상속을 포기해 이재용이 절반을 상속했다.
상속 결과 이재용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0.06%에서 10.44%로 크게 높아졌다.
상속 후 삼성그룹 지분구조를 보면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통주 기준 5.01%,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8.51%를 각각 들고 있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의 지분 18.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재용도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들고 있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분도 1.63% 보유하고 있다.
상속으로 이재용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도가 강화된 셈이다.
주식재산 상속안이 발표되자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에 시선이 쏠렸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약 11조 원인데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3조1천억 원, 이재용 2조9천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6천억 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2조4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삼성 오너들은 5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2021년 4월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첫 납부분 2조 원을 냈다. 나머지 10조 원가량은 연이율 1.2%를 더해 2026년까지 나눠 내게 된다.
삼성 오너들은 삼성SDS 등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2021년 12월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1.73%)를 블록딜로 매각해 2470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2022년 3월21일에는 장 마감 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KB증권과 모건스탠리를 통해 삼성SDS 주식 301만8860주(3.90%)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이를 통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확보한 자금은 3900억 원 수준이다.
홍라희 전 관장은 2022년 3월23일 삼성전자 보통주 1994만1860주(0.33%)를 매각했다. 매각한 주식 가치는 1조3700억 원이다.
홍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주식을 팔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도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일부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된다.
이재용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담보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삼성전자 주식 4202만 주(0.7%), 삼성SDS 주식 711만655주(9.2%), 삼성물산 주식 3267만4500주(17.49%)를 각각 공탁했는데 아직 지분 매각을 단행하지는 않았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은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 되므로 이재용이 이를 매각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의 주식 3388만220주(17.9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SDS의 1, 2대 주주가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으로 삼성SDS 경영권이 든든한 만큼 이재용을 포함한 삼성그룹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부터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 오너들은 주식담보대출 등의 옵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만약 주식을 일부 매각한다면 우선순위는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물산 순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2020년 10월25일 딸 이원주(왼쪽), 아들 이지호(오른쪽)와 함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그룹 총수로 전면에 나서
이재용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실질적 오너로서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재용은 2020년 5월6일 대국민 사과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총수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재용은 특히 삼성이 한 차원 높게 도약할 수 있도록 성별,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며 이들이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방침을 철회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에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고 해고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중단되는 등 삼성그룹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재용이 삼성의 변화를 이끌면서 그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재용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첫 공판에서 “심리기간 중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건희 전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언급하며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2019년 5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드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이라며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용은 삼성그룹 총수로서 정부와 삼성의 관계 개선에 앞장서고 대외행사 보폭도 넓히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 역할을 확대해 나갔다.
이재용은 2018년 9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평양에 가서 남북 경제협력 추진 가능성을 북측과 논의했다.
2018년 8월 삼성그룹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정부 정책에 맞춰 3년 동안 1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데는 이재용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그룹 총수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삼성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며 민간 경제외교관 역할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군사시설이 아닌 삼성전자를 찾은 것은 의미가 컸다.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인 만큼 삼성전자는 앞선 반도체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의 외교관 역할로 바쁜 행보
이재용은 글로벌 기업 CEO와 정치인 등 세계 유명인사와 폭넓게 교류하면서 삼성전자 및 다른 계열사의 외부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현장경영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은 2022년 5월30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시스템반도체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과 겔싱어 CEO가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반도체설계),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등이 배석했다.
이재용은 2022년 6월7일부터 18일까지 12일 동안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로 출장을 다녀왔다. 반도체 핵심장비 제조사인 ASML과 유럽 최대 종합 반도체연구소 imec 경영진을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2020년에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위축됐지만 이재용은 같은 해 5월 국내 글로벌 경영인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안 반도체공장이 위치한 산시성에서 후허핑 당서기를 만나는 등 대외 현장활동을 펼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네덜란드를 방문해 반도체 미세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는 ASML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이어 베트남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2019년 하반기에는 달마다 외부 인사들과 만날 정도로 이재용의 발걸음이 빨랐다.
2019년 12월에는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과 만났고, 11월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찾았다. 10월에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 9월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투자와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을 상대로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를 시작하자 이재용은 곧바로 일본을 방문해 기업과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재용은 일본 방문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일본 정부의 제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따로 만나 무역분쟁 등으로 불안한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12월 열린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딸의 결혼식에 퀄컴과 노키아,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해외 주요 기업 CEO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글로벌 정재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재용도 이 행사에 초청받아 결혼식 사전행사에 참석하면서 삼성과 릴라이언스그룹 사이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글로벌 주요 인사들과 만났다.
이재용은 다양한 글로벌 인맥을 갖추고 있어 삼성의 외교관 역할을 도맡아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020년 10월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삼성전자> |
△준법경영 강화 약속과 대국민 사과
이재용은 삼성그룹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 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2021년 12월23일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2기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지형 1기 위원장은 2022년 2월 퇴임했다.
이재용은 2022년 초 이찬희 위원장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집무실에서 만나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만남을 정례화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은 2020년 5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무노조경영 포기를 선언하고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다짐했다.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이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약속한 준법감시위원회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제안에 따라 설치됐다. 재판부는 총수도 따를 수 있는 실효적 준법감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이재용에게 요구했다.
삼성그룹은 이전부터 인연이 깊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재용이 김 전 대법관을 직접 만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관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조정위원회와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그 전에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판결에서 무죄 의견을 내기도 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김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2020년 2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와 준법감시 협약을 맺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삼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행위와 관련한 신고와 제보를 받아 처리하고 있다.
7개 계열사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20년 6월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치 등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 여부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삼성전자 경영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이재용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치고 재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2년 6월 기준 부회장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미등기 임원인 탓에 책임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며 보수도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현금성자산 100조 원 이상을 보유하고도 인수합병 등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이재용이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운신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은 등기이사 복귀나 회장 취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에 보고, 의결하는 방식으로 맡아 취임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2020년 이건희 회장의 타계 이후 머지않아 이재용이 회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재용은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이다.
등기이사 복귀는 삼성물산 합병 재판 등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은 2022년 6월 기준 가석방 상태여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
다만 2022년 하반기에 특별사면이 이뤄지면 2023년 주주총회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2022년 3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머로우소달리에서 근무한 오 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배구조와 경영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내고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변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세계 선진기업과 같은 문화를 도입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웠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을 분리했다. 2020년 3월에는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25조 원을 현금배당하는 등 배당을 대폭 확대하고 2018년 보통주 4851만 주, 우선주 896만 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했다.
2021년부터는 더욱 강력해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2021~23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고 정규 배당을 연간 9조8천억 원 규모로 실시하기로 했다. 잔여 재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추가 환원도 하기로 했다.
앞서 2018~20년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고 정규 배당을 연간 9조6천억 원 수준으로 실시했다.
△시스템반도체를 삼성전자의 새 비전으로 제시
이재용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유례 없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스템반도체를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재용은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개발 73조 원, 시설투자 60조 원 등 모두 133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R&D)에 73조 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 원을 각각 투자하고 시스템반도체 관련 전문인력 1만5천 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단일사업 투자로는 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2021년 하반기에 평택 2공장 내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의 가동을 본격화했다.
평택 3공장 파운드리 장비 발주는 2022년 6~7월에 시작됐으며 2022년 하반기에는 평택 3공장 라인이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도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는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해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2024년 완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막대한 투자는 경쟁사인 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자료를 보면 2022년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16.3%로 TSMC(53.6%)와 상당한 격차가 난다.
삼성전자는 2022년에 출시한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200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 등 시스템LSI 분야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을 활용한 미세공정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위탁생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객사를 늘려 TSMC를 추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2년에 상용화되는 3나노 공정은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이 적용돼 TSMC의 3나노 공정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스템LSI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를 통해 갤럭시 전용 AP 개발을 검토하는 등 최적화를 통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이재용 시대’를 맞아 내놓은 중요한 전략 변화이자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투자규모가 전문경영인 선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수준인 데다 이재용이 삼성전자의 투자 발표를 앞두고 경영진과의 전략회의에서 꾸준히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대부분의 실적을 의존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업황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지고 기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국의 진출에 따른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메모리반도체보다 크고 자동차 전장부품과 사물인터넷, 5G통신 등 신산업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새 성장동력으로 적합하다고 분석된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30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만 인수합병으로 전장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확보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부품 업체 하만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후 6년이 지난 2022년 6월 현재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뒤 하만의 매출 규모는 2017년 7조1026억 원에서 2021년 10조399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만은 2020년 12월 자동차부품 업체 로버트보쉬 오토모티브스티어링의 크리스천 소보트카 최고경영자 겸 최고기술책임자를 전장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장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만은 2022년 독일 자동차기술 스타트업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했다.
아포스테라는 자동차 증강현실(AR)과 혼합현실(MR)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2017년 설립됐다. 아포스테라는 자동차 앞 유리에 위치정보와 각종 신호, 교차로 등 교통정보를 표시해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만은 아포스테라 인수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간격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에 처음으로 하만 인수 합의를 발표한 지 약 4개월 만에 하만 주주들의 동의와 각국 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금액은 80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재용은 미국에서 하만 경영진과 직접 만나 인수 협상을 담판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얼마 되지 않아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경영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재임한 기간 전략적 대형 인수합병을 성공하는 등 경영역량을 발휘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사업팀을 새로 출범시키며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는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전장사업은 특성상 완성차 고객사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 경험이 거의 없어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낼수 있을지와 관련해 부정적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재용의 주도 아래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둔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하만은 전장사업뿐 아니라 음향기술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뒤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제품에 하만의 음향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에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 CES에서 하만과 함께 만든 첫 작품인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와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차량 디지털 계기판에 적용한 제품이다.
2018년 8월에는 첫 공동브랜드로 삼성전자-하만카돈 사운드바를 출시했다. 2019년 10월에는 프리미엄 오디오 하만카돈 사이테이션을 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 확립
이재용은 2015년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를 거의 완성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지분 지배력을 갖췄고 이건희 전 회장 대신 전면에 나서 경영을 이끌었다.
2014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잇달아 상장됐다. 2015년 9월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재용은 이 과정에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4%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 19.4%, 삼성전자 4.1%의 지분을 통한 간접지배력을 갖췄다.
이재용은 이건희 전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룹의 경영을 총괄해 왔다.
이재용이 경영을 총괄한 뒤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가 달라졌다.
과거 삼성그룹은 상사, 제당, 모직의 3대 축을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이재용은 IT, 금융, 바이오 등 새로운 3대 축을 중심으로 그룹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적극적 사업재편과 인수합병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4년 방산사업과 화학사업 일부를 한화그룹에, 2015년 남은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한 ‘빅딜’이 대표적이다.
이후 이재용은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프린팅 사업과 해외업체 지분 등을 모두 매각하고 각 계열사의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는 강도 높은 사업재편을 이어갔다. 2016년 말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수는 2015년 말보다 1만 명 가까이 줄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전에도 꾸준히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미국 신생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모바일결제 ‘삼성페이’를 출시했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와 디스플레이업체 차이나스타의 지분 등을 사들였다.
인공지능업체 ‘비브’와 클라우드기업 ‘조이언트’, 메시지 서비스기업 ‘뉴넷캐나다’ 등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인수합병도 계속 이어갔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 사자’와 ‘삼성 팔자’로 나눠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일각에서 나올 정도로 활발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비주력 사업을 매각한 뒤 전장사업과 바이오사업 등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신사업에서 성과가 본격화되면 이재용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재용은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 및 방산 부분을 팔았다. 2015년 하반기에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e삼성 실패
삼성그룹이 2000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e삼성’은 이재용이 경영활동에 사실상 처음으로 참여한 사례로 꼽힌다.
e삼성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보안과 전자결제 등 IT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로 이재용이 500억 원 정도 사재를 출연해 최대주주로서 설립한 기업이다.
e삼성의 성공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e삼성은 대규모 적자를 내다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정리해 실패의 역사로 남게 됐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2년 6월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