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가 와인 애호가라면 꼭 방문해야 할 ‘와인성지’가 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이마트 앞에는 와인을 구매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일도 이마트로 출근해야겠다’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 국내 대형마트들이 10월 들어 대대적인 와인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의 ‘와인장터’가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2022 하반기 와인장터'를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와인이 이마트의 ‘팬덤’을 불러일으킬 효자상품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들이 10월 들어 대대적인 와인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의 ‘와인장터’가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인 애호가들이 모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마트 와인장터에서 구하기 힘든 와인을 구매했다는 ‘인증샷’이 앞다퉈 올라오고 있다.
다른 마트가 진행하고 있는 와인 행사와 비교해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후기, 내일 또 이마트로 아침부터 출근해 와인을 구매하겠다는 후기 등도 있다.
이마트의 와인장터가 마트 와인은 대중적이고 저렴한 상품들만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와인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와인장터 행사 첫날인 13일 와인 매출은 지난해 10월 열린 와인장터 첫날 매출보다 약 9%가량 늘었다.
이마트는 와인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2008년부터 와인장터를 기획해 해마다 행사를 열어왔다. 와인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2018년부터는 와인장터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 와인장터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와인의 인기가 높아진 것뿐만 아니라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주류 기획역량을 총동원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2018년부터 와인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와인장터의 매출은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하고 있다”며 “와인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품질이 좋은 와인들을 다량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까지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와인장터에서 1천여 종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자회사인 신세계L&B가 수입하는 와인 이외에도 다른 와인 수입사들의 인기 와인을 끌어모았다.
최근 급등한 환율과 원가 인상에 따라 국제 와인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이마트는 6개월 이상의 사전 기획을 통해 와인 물량을 확보한 데다 대량 발주를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칠레산 와인은 해외에서 평균 40달러(약 5만7천 원)에 판매되는데 이마트 와인장터에서는 2만9800원에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다.
일부 와인은 올해 상반기에 연 와인장터 때보다 가격이 더 낮아지기도 했다.
와인장터는 이마트의 자체 애플리케이션 안에 탑재된 ‘와인그랩’ 서비스를 통해 더 편하게 주문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와인그랩은 올해 8월 론칭한 이마트 애플리케이션 안에 탑재된 서비스로 주문 당일에 픽업이 가능한 '스마트 오더' 기능이 제공된다.
이마트는 와인그랩을 예약을 통해서만 일부 희소성 높은 와인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면서 와인 애호가들에게 와인그랩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이마트가 이처럼 와인사업을 강화하는 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와인사랑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와인사랑은 각별하다. 정 부회장은 올해 6월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국 출장길에 나서 쉐이퍼 빈야드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
정 부회장의 와인사랑은 각별하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와인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왔다.
올해 2월에는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프라퍼티를 통해 미국의 와인 양조장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쉐이퍼빈야드는 1979년 10월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미국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인 ‘힐사이드 셀렉트’를 비롯한 5개의 럭셔리 와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유통기업이 미국 현지 와이너리를 인수한 것은 스타필드프라퍼티가 처음이다.
이마트가 와인성지로 거듭나면서 와인이 이마트의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마트는 2015년 자체브랜드 상품인 노브랜드로 팬덤을 구축한 바 있다. 노브랜드는 ‘노브랜드 버거’, ‘노브랜드 피자’ 등 다른 브랜드까지 만들어내며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잡은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이마트와 경쟁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와인 인기에 와인특화매장인 ‘보틀벙커’를 마트와 분리한 별도 매장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