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활성화 전략 통해 실적 개선
안중호는 시황에 맞춘 영업 활성화 전략을 통해 팬오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팬오션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409억 원, 영업이익 1691억 원을 거뒀다. 전년 같은 분기보다 매출은 111.9%, 영업이익은 245.8% 늘었다.
팬오션은 “큰 폭으로 시황이 변동하는 상황에서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단기 용선(빌린 배) 확보, 사선(소유하고 있는 배) 배선 효율성 증대 등 시황에 맞춘 영업 활성화 전략을 펼쳐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부문은 고운임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새로 도입하고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 시황 회복에 따른 탱커부문 흑자 전환이 실적 개선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팬오션은 2021년에도 해상운임 상승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6161억 원, 영업이익 5729억 원을 내 2020년보다 매출은 85%, 영업이익은 154% 급증했다.
건화물운임지수(BDI)가 대폭 오르면서 팬오션의 주력분야인 벌크부문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영업 활성화 전략을 지속한 것이 실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부문 또한 세계적으로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면서 운임상승 기조가 지속돼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팬오션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신용등급도 올랐다.
2021년 12월 한국신용평가는 팬오션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높였고, 한국기업평가도 팬오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입사 33년 만에 사장 승진
안중호는 2022년 1월1일자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안중호는 사업의 성장과 혁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부사장 승진 후 3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1989년 입사한 지 33년 만이다.
팬오션은 “이번 승진 인사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사업 효율성 극대화 및 인적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안중호는 팬오션 영업부문장을 맡고 있다가 2020년 3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각자대표이사를 맡았다.
안중호는 취임사에서 “임직원의 잠재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이 미래 신성장동력의 핵심일 것”이라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와 자신감으로 무장하여 다시 한 번 새롭게 변화해 성장하자”고 말했다.
그는 “실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하고 건전한 조직문화 구축을 통해 임직원, 고객, 주주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투명경영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유운송으로 사업 확대
안중호는 석탄, 철광석 등 건화물의 수송수요 감소에 대비해 원유수송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팬오션은 2021년 11월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그랜드 보난자(GRAND BONANZA)’호를 인도받고 초대형 원유운반선 사업에 진출했다.
그랜드 보난자호는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한 친환경·고효율의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다. 길이 336미터, 폭 60미터 규모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가 탑재됐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1년 1월1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 2단계를 충족한다.
캠코는 정부의 기업자산 매각 지원 방안에 부응해 1억2천만 달러(약 1432억 원)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해 건조를 지원했다.
팬오션은 그동안 드라이 벌크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드라이 벌크 물동량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전체 벌크선 물동량 가운데 철강 생산의 원재료인 철광석과 제철용 석탄 비중이 35%에 이르는 데다 세계 철광석 물동량의 70%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환경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탈석탄 움직임이 일고 있어 석탄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벌크선 업황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중호는 드라이 벌크 수요 악화에 포트폴리오 확대로 대응하며 향후 실적을 떠받쳐줄 버팀목을 만들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사업 확장
안중호는 드라이 벌크 부문에 편중되어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LNG관련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팬오션은 2022년 6월22일 코리아그린LNG와 액화천연가스(LNG)선 1척의 15년 장기대선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같은 달 7일에도 코리아그린LNG와 LNG선 1척에 대해 12년 장기대선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2년 6월13일에는 액화천연가스 운송사업 확대를 위해 LNG선 1척 건조를 위한 시설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은 2716억3364만 원이다.
안중호는 앞서 2020년 12월 미국의 에너지 회사 쉘과 신조 LNG선 2척을 운영하는 장기대선계약(TC)을 체결하고 같은 달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인 GALP와 LNG선 1척의 장기대선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쉘과 체결한 장기대선계약의 기본 계약기간은 2024년 9월부터 2031년 10월까지 7년이고 포르투갈의 GALP 쪽은 계약기간이 5년이다. 계약금은 각각 3억625만 달러(한화 3318억 원), 1억1500만 달러(약 1256억 원)다.
두 장기대선계약 각각에 3년씩 2차례 기간연장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따라서 팬오션은 두 계약에서 각각 최장 13년과 11년 동안 안정적 매출 확보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쉘과의 계약에는 LNG선 1척을 추가하는 옵션도 포함됐다.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최대 4척의 장기계약이 확보된다.
안중호는 이들 해외 에너지기업과 대선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현대중공업(2척)과 삼성중공업(1척)에 새로운 LNG선을 주문했다. 신조 LNG선 발주에 자기자본(2조8995억 원)의 21%에 해당하는 6107억 원을 투자한다.
미국 에너지회사 쉘과 체결한 장기계약에 투입될 LNG선은 현대중공업에서, 포르투갈 에너지회사 GALP와 체결한 장기계약에 투입될 LNG선은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한다.
안중호는 “드라이벌크뿐만 아니라 곡물 트레이딩 및 친환경 에너지 부문도 강화해 글로벌 리딩 해운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팬오션은 2005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수송 사업자로 선정돼 2009년부터 LNG 물량을 수송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국제영업 강화하고 탄력적 선대 운용
안중호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하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영업을 강화했다.
아울러 장기화물운송계약과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을 병행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또 직원들에게 시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국제영업 부문에서 기민하게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국제영업 담당 부서와 재무관리 담당 부서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공유 강화를 주문하는 등 조직개편에 준하는 강도 높은 협력경영을 강조했다.
안중호는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이른바 스팟 영업)은 화물운송계약에 따라 1항차(화물을 한번 실어나르는 것) 단위로 화물을 수송해주고 요금을 받는 영업활동을 말한다.
안중호가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에 힘을 기울인 것은 화주가 급하게 물량운송을 요구하는 만큼 운임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안중호는 팬오션에서 그동안 비주력사업으로 여겨졌던 컨테이너선부문과 석유화학제품을 실어 나르는 탱커선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여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컨테이너선부문은 한일, 한중 항로에 이어 동남아 항로까지 노선을 확장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고, 탱커선부문은 기존 고객을 향한 서비스 강화와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내실을 다졌다.
△곡물운송으로 사업영역 확대
안중호는 팬오션 곡물운송 사업의 중장기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팬오션은 2021년 곡물운송 사업에서 매출 4981억 원, 영업손실 69억 원을 냈다. 2022년 1분기에는 매출 1263억 원, 영업이익 26억 원으로 흑자를 냈다.
팬오션은 2020년 9월 미국의 곡물터미널 운영사 EGT의 지분 36.25%를 인수하면서 곡물운송 사업 확대의 바탕을 다졌다.
EGT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56만㎡ 규모의 수출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수출터미널은 저장설비와 육상 레인, 부두, 하역설비 등 최신식 곡물수출 시설을 갖춰 옥수수, 대두, 소맥 등 곡물을 연간 900만 톤까지 처리할 수 있다. EGT는 이밖에 몬태나주에 4개의 내륙공급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팬오션은 지분 확보를 통해 국제 곡물유통의 8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 메이저(곡물을 수출입하는 세계적 상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중호가 곡물운송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팬오션이 속한 하림그룹이 거대 곡물유통회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5년 팬오션 인수가 결정됐을 때 언론 인터뷰에서 “하림은 해외 곡물유통사를 통해 사료용 곡물을 사들이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유통비용을 전부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곡물 운송능력을 갖춘 팬오션이 매물로 나왔으니 인수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중호는 2020년 EGT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거대 곡물유통그룹을 꿈꾸는 하림그룹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곡물유통 사업이 진입장벽이 높아 실적증가 속도는 느리지만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곡물운송 영업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팬오션, 하림그룹 품에 안겨
하림그룹은 한국판 ‘카길’(세계 최대 곡물종합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5년 1조80억 원에 해운사 팬오션을 인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2015년 6월12일 팬오션에 대한 2·3차 관계인 집회에서 팬오션 법정관리인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가결됐다고 밝혔다.
회생채권자 87%, 주주 61.6%가 변경 회생계획안에 찬성해 법정 인가요건을 충족했다.
하림그룹은 “변경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주신 채권단 및 주주들께 감사드린다”며 “회생절차를 잘 마무리하고 경영을 정상화시켜 팬오션이 과거의 명성과 영광을 조속히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팬오션은 하림그룹 품에 안기면서 채무변제가 가능해져 2015년 7월30일 법정관리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났다.
팬오션의 모태는 1966년 설립된 범양상선이다. 1987년 박건석 범양상선 회장이 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박건석 회장은 외화도피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던 중 경영악화 등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건석 회장 사후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범양상선은 1992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2004년 STX가 인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물동량 감소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2013년 한 번 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하림이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