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수주목표 달성 유력
정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로서 2022년에도 좋은 수주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1월1일부터 6월28일까지 143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수주했다. 상반기에만 연간 수주목표(174억4천만 달러)의 80%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든 뒤 선박 발주시장이 살아났고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가 크게 늘어났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5월 대형 LNG운반선 발주량은 528만CGT(61척)로 2021년 1~5월 123CGT(14척)보다 329% 증가했다.
카타르의 대규모 LNG 프로젝트에 따른 LNG운반선 발주가 시작된 점도 한국조선해양에 호재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은 2022년 6월7일 유럽 소재 선사와 LNG운반선 2척 건조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카타르 LNG 프로젝트에 따른 수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2020년 6월 카타르 국영석유기업 카타르에너지와 LNG운반선 100척 이상의 도크(선박 건조시설) 슬롯을 예약하는 계약을 맺었다.
카타르는 연간 LNG 생산량을 기존 7700만 톤에서 1억2600만 톤으로 확대하는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 6월 여기에 필요한 LNG운반선 발주를 시작했다. 카타르에너지는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국내 조선3사에 20척 이상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은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맡아 2021년 조선업황 회복에 발맞춰 수주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228억 달러(잠정집계)를 수주하며 수주목표(149억 달러) 달성률 153%를 기록했다. 2020년 전체 수주실적(100억 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20년에는 수주목표의 91%를 채우는 데 그쳤다.
조선사는 수주량이 늘어나 도크를 채워갈수록 신규 선박 건조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3년 치 일감을 이미 확보해 향후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선박 건조가격은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 건조가격을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2022년 5월 현재 160.07이다. 1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9년 2월(160.36)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기술집약으로 현대중공업그룹 디지털 전환 앞장서
정기선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사업 투자를 본격화하며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중공업시장을 선도하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집약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중공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아직 먼 미래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빌리티와 통신 등 다른 산업군에서는 관련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고 새 시대에 걸맞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정기선은 2022년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2’에 직접 참여했다. 정기선을 비롯해
조석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조영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 등이 CES 2022를 찾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 조선사 가운데 처음으로 CES에 참여했다. 조선사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 가장 앞서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모색했다.
정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비전으로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조선사(Shipbuilder)로 성장한 데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CES 2022에서 미국 빅데이터 유니콘 기업 팔란티어와 핵심사업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CES 2022에서 계열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의 건설기계 및 로봇 기술, 그룹 전반에 걸친 해양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 등을 소개했다.
정기선은 글로벌 조선해양 박람회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을 대표해 참석하며 조선사업 친환경 기술에 큰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2년 4월과 6월 코로나19 탓에 오랜만에 열린 노르시핑 2022와 포시도니아 2022에 직접 참석해 다양한 관계자들과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노르웨이 노르시핑과 그리스 포시도니아는 독일 국제조선해양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로 꼽힌다.
정기선은 이 외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의 디지털 전환 추진과 관련된 모든 주요 행사에 직접 참석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1년 6월 현대중공업과 서울대학교가 ‘중공업 분야 인공지능 응용기술 기반의 산학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자리에
권오갑 회장과 함께 자리했다.
2020년부터는 국내 인공지능 산학연(산업, 학계, 연구소) 협의체인 ’인공지능(AI) 원팀‘에 조선사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AI 원팀은 국내 대표 산학연이 모여 대한민국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및 산업의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20년 2월 출범한 협력체다. AI 원팀에는 2021년 12월 기준으로 KT, 현대중공업그룹, 카이스트, 한양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우리은행, 한진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특히 KT와 인공지능, 로봇사업, 스마트팩토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0년 6월 KT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사업협력위원회를 발족시킬 때 현대로보틱스가 KT로부터 5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유치하는 계약서에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서명했다.
정기선은 2021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현재 HD현대)와 한국투자공사(KIC)가 ’해외 선진 기술업체 공동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과정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투자공사는 최대 1조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과 로봇을 비롯한 여러 미래사업 분야에 공동투자를 진행한다.
△현대중공업그룹 창립 50주년 맞아 정기선 시대 본격화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시대’를 알리며 오너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했다.
정기선은 2022년 3월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대표이사에 올랐다. HD현대는
권오갑 회장과 함께, 한국조선해양은
가삼현 부회장과 함께 이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이전 이름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너경영인 정기선 체제 출범에 맞춰 회사이름을 바꾸며 체질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HD현대는 ‘인간이 지닌 역동적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주사 이름에서 ‘중공업’을 뺀 것은 기술투자형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정기선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취임, 지주사 사명 변경 등 큰 변화를 맞이했다.
정기선은 2021년 10월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4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승진과 함께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기선은 그동안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서 조선 수주에 신경 쓰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서 미래사업 발굴에 힘써왔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의 수장 역할을 맡아 수행하며 그룹 경영 판단과 관련한 책임감, 무게감이 달라지게 됐다.
정기선 시대를 맞아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 4명이 대거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정기선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월 현대중공업 사장단 인사에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손동연 부회장은 건설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에서는 정기선이 언제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중공업그룹 오너경영인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에 관심이 많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1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지막으로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등 3대 핵심 사업축을 완성했다. 또 조선부문에서는 조선업 호황에 발맞춰 대규모 수주성과를 올렸다.
이런 상황이 정기선 사장 승진에 밑바탕이 됐다.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2022년 1월13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발표함으로써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됐다.
유럽연합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을 독점 해 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8일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주식 55.7%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뒤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한국을 포함한 6개 나라(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일본, 유럽연합)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 2020년 8월 싱가포르, 2020년 12월 중국에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은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를 미뤄왔고 이 가운데 유럽연합이 가장 먼저 불허 결정을 내렸다.
조선업계에서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 무산이 국내 조선업계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국내 조선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
국내 조선업은 세계적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사 중심 체제로 세 회사 사이 출혈 경쟁이 일어나는 등 비효율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빅2 체제를 구축해 경쟁을 줄이고 미래기술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마련해둔 대규모 자금을 미래 준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참여 예상 규모는 1조5천억 원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사업 진두지휘
정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현재 HD현대) 경영지원실장이자 2020년 9월 출범한 그룹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수소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정기선이 2021년 10월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현대중공업그룹 수소사업에서 그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1년 3월 세계적 흐름인 수소경제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 그룹의 미래성장 계획 가운데 하나인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인프라 및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에서 수소의 생산에서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는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수소의 운송과 생산, 공급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해상플랜트 발전과 수전해 기술을 활용한 그린수소 개발을 추진한다. 수소운반선과 수소연료전지추진선 개발에도 나선다.
조선사업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수소사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엔진기계사업부 아래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했다. 기술부문의 엔진기술개발부와 연구개발부문의 수소에너지연구실 및 가상제품개발연구실을 신설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를 생산한다. 생산한 블루수소를 탈황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이나 발전용 연료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80여 곳을 구축한다.
현대일렉트릭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 구축, 현대건설기계는 수소 기반의 중대형 건설장비 개발에 나선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으며 2025년 수소연소엔진(수소엔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 수소기업 CEO 협의체인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에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정기선은 2021년 9월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 출범식에 현대중공업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정기선은 이 자리에서 “유기적 가치사슬 구축은 수소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룹 계열사들의 인프라를 토대로 수소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은 2022년 인베스터데이에서 수소펀드를 출범시키고 국내 수소산업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함께 추진하는 ‘수소 프로젝트’도 직접 챙기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1년 3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약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친환경 수소, 암모니아 등을 활용하는 협력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 ▲ 2021년 12월28일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뎃줄 왼쪽), 강은호 방위사업청 청장(가운뎃줄 오른쪽),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아랫줄 오른쪽) 등이 온라인으로 열린 초계함 2척 건조계약 체결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
△현대중공업 상장 성공적 마무리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핵심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2021년 9월17일 코스피시장에 입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상장 과정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에서 경쟁률 1836대 1을 나타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상단인 6만 원으로 확정됐다.
정기선은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서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 참여해 투자자들에게 직접 현대중공업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서 글로벌 조선업황 회복세가 본격화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 선박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1조800억 원 가운데 7600억 원을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해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미래 선박기술 개발에 3100억 원,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3200억 원, 해상 수소인프라 분야에 13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2021년 1월 상장계획을 밝힌 뒤 2월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 3월 상장 대표주관사 선정, 5월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의 상장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2022년 6월30일 기준 14만3천 원으로 공모가(6만 원)보다 138%, 시초가 11만1천 원보다 29% 상승했다.
2022년 6월30일 기준 현대중공업 시가총액은 12조6945억5558만8천 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실무에 참여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품었다.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은 2021년 8월17일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29.9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은 2021년 2월5일 두산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4.97%를 85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는 2020년 12월23일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두산중공업과 맺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는 현대중공업지주뿐만 아니라 여러 사모펀드들과 GS건설 등 강력한 경쟁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지주와 유진기업이 본입찰에서 맞붙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각각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다만 인수전의 실무는 두 그룹 회장이 아니라 정기선과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유진기업 상무가 각각 담당했다.
이 때문에 본입찰이 한창 진행되던 2020년 11월 재계에서는 이 인수전을 현대중공업그룹과 유진그룹의 차기 오너가 맞붙은 무대라는 관전평도 나왔다.
결국 현대중공업지주가 재무적 투자자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가파른 실적 증가세 지휘
정기선은 친환경선박사업을 발판 삼아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가파르게 성장시켰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의 개조 및 유지, 보수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친환경선박 개조시장이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이 내놓은 목표치에 걸맞은 성장세를 실현해왔다. 매출은 2017년 2403억 원에서 2021년 1조877억 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64억 원에서 1130억 원으로 늘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2년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4천억 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잡아뒀다. 실질적 출범 첫해인 2017년과 비교해 5년 만에 10배 수준의 외형성장을 내세운 셈이다.
정기선은 스마트선박사업을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새 먹거리로 삼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0년 부산에 설치한 선박 모니터링센터를 통해 기존의 '선박운항 솔루션'에 더해 선박 원격진단 서비스까지 선주사에 제공하고 있다.
선박운항 솔루션사업은 선박의 운항정보 및 엔진의 운전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단 전체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경제적 운항계획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선박 모니터링센터 부근에 있는 디지털 관제센터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운항 솔루션사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통합 스마트선박 솔루션 ‘ISS(INTEGRICT Smartship Solution)’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전망이 밝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모니터링센터를 통해 축적한 선박들의 운항 데이터를 활용해 선박 생애주기 관리사업을 강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선박 생애주기 관리사업은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조선소 보증기간 이후 선박의 개조, 수리, 운항, 정비 등 모든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업이다.
선박이 처음 건조된 뒤 1년 동안은 통상 조선소가 선박의 품질을 보증한다. 그러나 선박의 일반적 내구연한은 25년 안팎이며 최근에는 30년을 넘어 운항하는 선박들도 있다.
현재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선박의 전체 운항기간에 걸쳐 종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유일하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2월 출범할 당시부터 정기선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불리며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친환경선박 개조사업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직접 회사 설립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2018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이 2014년부터 강력히 주장해 세우게 된 회사”라며 “스스로 책임지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다지기 주도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현대중공업그룹의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며 사업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기선은 2021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이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과정을 직접 챙겼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이 협약을 통해 친환경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신사업의 협력모델을 만들고 관련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블루수소 생산, 수소충전소 구축, 가스운반선·암모니아운반선·암모니아추진선 개발에서 협력한다.
정기선은 2015년부터 아람코 조선소 프로젝트를 통해 아람코와 관계를 다져왔다. 아람코 조선소 프로젝트는 아람코와 손잡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조선소를 짓는 사업으로 정기선이 주도하는 첫 해외사업이기도 하다.
정기선은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과 아람코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직접 서명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를 놓고 “아람코 프로젝트는 정기선 총괄부문장이 더 잘 안다”고 밝히며 합작사업 체결의 공이 정기선에게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 조선소를 세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수차례 방문하면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2018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는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라는 이름으로 일부 공사를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 지분은 아람코가 50.1%, 람프렐이 20%, 바흐리가 19.9%, 현대중공업이 10% 정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9월 IMI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설계기술 판매계약을 맺었다. 정기선은 심혈을 기울여온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에서 추가적 성과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2022년 3월 IMI와 파트너십 연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협력 범위를 일반 상선에서 군함 건조로 넓혔다. 현대중공업은 IMI와 군함 건조 외에 군함 연구개발(R&D)과 군함용 엔진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정기선이 구축한 현대중공업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돈독한 관계는 조선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9년 12월17일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주식 4166만4012주(17%)를 1조3749억1239만6천 원(1주당 3만3천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완료했다.
정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조선업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현대중공업그룹에 새 사업기회를 안겼고 덤으로 지주사 경영에도 기여한 셈이다.
과거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CEO는 정기선을 두고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기선의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항구 건설사업을 수주한 뒤 모든 기자재를 배에 실어서 1만2천 킬로미터를 항해하면서도 사고나 기한 지연 없이 항구 건설을 마쳤고, 이는 전설로 남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온 정기선에게 사우디아라비아는 ‘
정주영의 DNA’를 물려받았음을 입증할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맡으며 경영권 승계 진행
정기선은 경영보폭을 빠르게 넓히며 경영권 승계 과정을 밟아왔다.
2018년 11월 현대중공업의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4년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의 영업조직을 통합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를 출범시켰다.
당초
가삼현 사장이 영업본부의 사업대표였고 정기선은 부문장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가삼현 사장이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직책이 바뀌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
가삼현 사장이 영업을 총괄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직책 이름이 달라졌을 뿐이고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표라는 직함의 무게를 생각하면 정기선이 그룹 조선3사의 수주영업에서 책임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11월 초
가삼현 사장이
한영석 사장과 함께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오른 것 역시 정기선의 3세경영 시대를 여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가 사장이 그동안 선박영업부문에서 정기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3세승계 가도를 닦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역시 2020년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그룹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정기선의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은 2018년 3월29일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5.1%를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구체화됐다.
정기선은 이 주식 매입으로 단숨에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아버지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 보유지분 26.6%를 물려받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체제 재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체제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정기선이 수주 등 경영성과를 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4월을 기점으로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일렉트릭) 등 4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최대주주가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도 25%를 훌쩍 넘어 안정적 지배력이 확보됐다.
2018년 8월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이 흡수합병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주사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 안정적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존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손자회사)→현대미포조선(증손회사)으로 이어졌으나 분할 및 합병에 따라 현대중공업 아래에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나란히 자회사로 들어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100%일 때는 예외)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합병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업계 최대 라이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5월31일 임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존속법인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했다.
조선사업의 구조가 한국조선해양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조선3사가 놓이는 식으로 재편된 것이다. 다만 주요 과제였던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끝내 무산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5월 자체사업인 로봇사업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 사업분할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순수지주사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이 2021년 7월 출범하며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등 현대중공업그룹 3대사업 체제가 갖춰졌다. 현대제뉴인은 자회사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를 둔다.
△현대중공업그룹 실질적 대표로 입지 굳혀
정기선은 국제무대에서 보폭을 꾸준히 넓히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질적 대표자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정기선은 2022년 코로나19에도 굴하지 않고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 조선사 최초로 직접 참여하는 등 국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CES 2022는 정기선이 사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참석한 공식 국제행사였다. 정기선은 직접 글로벌 기업들의 전시관을 둘러보며 기술 트렌드를 살피고 다양한 기업과 사업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기선은 앞서 2019년 1월 열린 CES 2019에 참관했다. 정기선이 신사업 발굴과 로봇사업 확대에 힘을 쏟았던 만큼 CES에서 관련 업계 움직임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은 2015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2015’ 행사에 임원 타이틀을 달고 참석하면서 국제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이 행사는 국제 3대 가스분야 행사로 꼽힌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관계자, 각국 정부 에너지 담당관, 주요 선주 등 국제 에너지분야 주요 인물들이 대거 참여한다.
정기선은 그 뒤에도 꾸준히 국제행사에 참석하며 선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그룹 후계자이자 대표자로서 업계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았다.
2016년 4월 제18차 액화천연가스총회(LNG18)에 참석했고, 같은 해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박람회인 '포시도니아 2016'를 방문했다. 2018년 6월에는 ‘포시도니아 2018’을 찾아 2017년 11월 부사장 승진 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섰다.
2018년 9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가스텍 행사에 참석해 영업활동을 펴기도 했다.
2019년 9월 미국에서 열린 가스텍에도 참석해
가삼현 사장과 함께 LNG 관련 선박의 영업에 힘을 쏟았다. 2019년 가스텍은
가삼현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당시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등 조선3사 대표이사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빠르게 승진해 재계 최연소 임원
정기선은 현대중공업에서 빠르게 승진했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현대중공업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입사한 지 7개월 만인 2009년 8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치고 2011년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이다.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복귀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직책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이었지만 재무와 기획, 영업, 기술 등 다방면에 걸쳐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선은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부문에 취약했는데 이 부문에 대해서는 이충동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경영부문에 대해서는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이 ‘멘토’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기선은 2014년 10월 이뤄진 2015년 현대중공업그룹 인사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로 승진해 그룹 기획실에서 재무와 기획 등 업무를 맡았다.
입사한 지 5년 만, 복귀한 지는 1년 만이었다.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임원’이자 재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당시 인사를 두고 “회사의 체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했다”며 “조직을 간소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여기에 맞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