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네이슨 촹 AIA그룹 재무관리 및 기획부문 담당 임원이 AIA생명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촹 내정자는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를 반년이나 앞두고 돌연 사임하면서 매각설이 불거진 상황에서 AIA생명을 추스러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 네이슨 촹 AIA생명 대표 내정자.
AIA그룹의 ‘재무통’으로 알려진 촹 내정자가 실력을 발휘해 내실을 다지고 과거와 비교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재무 전문가가 새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다른 외국계 보험사처럼 한국 철수를 위한 매각 작업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29일 AIA생명에 따르면 촹 내정자는 조만간 주주총회를 거쳐 피터 정 전 사장에 뒤를 이어 AIA생명 대표이사에 취임한다.
촹 내정자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보험그룹인 AIA그룹에서 8년 가까이 근무하며 재무와 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촹 내정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경영분석학을 공부했다.
2014년 8월 AIA그룹에 입사한 뒤 그룹 재무기획 관리 책임자, 투자자 정보 책임자, 그룹 최고경영실장 등을 거쳤다. 2018년 9월부터 지금까지 재무관리 및 기획담당 임원으로 일해오고 있다.
AIA그룹도 촹 내정자가 이와 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AIA생명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키 챈 AIA그룹 지역총괄사장 겸 영업총괄책임자는 “촹 내정자는 AIA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협력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한국시장에서 AIA의 장기적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 담보된 성장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촹 내정자가 취임하면 피터 정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에 따라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는 조직을 다독이는 데 일단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피터 정 전 대표가 3년 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채 돌연 개인사정을 이유로 물러나자 보험업계에서는 AIA생명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시장의 포화상태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등을 이유로 하나둘씩 한국에서 철수하고 있다. AIA생명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2010년대 이후 외국계 보험사인 ING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 알리안츠생명, PCA생명이 차례로 한국에서 철수했다.
지난해에도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에 매각됐고 라이나생명의 대주주가 교체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의 영향을 받아 AIA생명을 비롯해 동양생명, ABL생명 등 국내에 잔류하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꾸준히 매각설에 휩싸였다.
AIA생명은 최근 입장문을 내놓고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매각설에 직원들의 동요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촹 내정자는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AIA생명은 2017년 순이익으로 2876억 원 가량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순이익 1758억 원을 내며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AIA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알려진 촹 내정자가 지금까지 경험을 살려 내실을 다지고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촹 내정자는 AIA생명이 국내 보험사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선보인 헬스케어앱 ‘AIA바이탈리티’를 중심으로 관련 보험상품을 출시하고 기능을 개선하면서 고객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AIA생명은 올해 2월 AIA바이탈리티와 연결한 종신보험을 내놓았다. 고객이 AIA바이탈리티 앱을 통해 건강개선 노력을 증명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디지털 연계 방식의 보험상품이다.
촹 내정자는 AIA생명 대표로 내정되고 “AIA생명 임직원들과 함께 미래를 향한 디지털 변혁을 이어 나감과 동시에 조직 안에 승리 문화를 구축하겠다”며 포부를 보였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