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변동에 따른 산업별 영향 분석. <한국신용평가> |
[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순외화부채 규모가 매우 큰 항공운송 산업은 환율 상승에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민호,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순수출 비중이 가장 높고, 환율 변동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조선 산업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도 실질 환율 민감도가 높은 산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평균 환율이 1200원/달러(2021년 1144원 대비 상승률 4.9%) 내외의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한 뒤, 환율이 각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환율 민감도가 가장 높은 산업은 조선업이 꼽혔다.
조선업은 해외 매출비중이 큰 데다가 수주시점에 외화가격이 고정되기 때문에, 계약기간 내 환율 변동이 고스란히 원화 매출 변동으로 반영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기업들은 올해 평균 환율이 1200달러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약 3.4%포인트의 영업이익률 상승 효과를 누릴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조건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각각 영업이익률이 1.6%포인트, 1.2%포인트 오르고 자동차와 호텔 산업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2.1%포인트, 2.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는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환율이 오르는 폭 만큼 원화 매출이 증가한다. 반도체는 수출 비중이 87.2%, 자동차는 55%, 디스플레이는 47% 수준이다.
반도체산업은 환율이 1% 변했을 때 매출과 비용이 각각 9천억 원, 3천억 원씩 변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산업도 수출 비중이 45.6% 수준으로 매우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수혜를 입는 업종으로 분류됐다.
반면 석유화학과 철강은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이지만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환율 민감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돘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환율이 올해 평균 환율이 1200달러로 유지되면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의 영업이익률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조건에서 정유와 발전 산업은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각각 1.1%포인트, 1.2%포인트씩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와 발전은 수입액이 높아 순수출 노출도(수출액-수입액/총산출액)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비용 부담이 커진다.
다만 발전 산업은 환율 등 변동비가 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정유업도 과점체제의 국내 시장에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 전가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항공운송 산업은 환율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다만 순외화부채 규모가 매우 커서 환율이 높아졌을 때 외화환산 관련 영업외손익과 재무비율 변동이 커, 환율 상승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분류됐다.
일반적으로 항공 및 해운업체는 항공기와 선박을 장기 연불구매 형태로 매입함에 따라 대규모 외화부채가 계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 하에서 환율은 주요 수익성 변동요인 중 하나”라며 “특히, 최근에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본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환율에 따른 수익성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다만 동일 산업 내에서도 수출·수입 비중과 환리스크 대응력, 환헷지 전략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환율 변동위험과 환율에 따른 영향은 개별 기업 단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