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OE는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삼성과 LG를 위협하며 가장 매섭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BOE는 이미 수년 전 LCD패널시장에서 한국을 뛰어넘은 데 이어 올레드패널 경쟁력을 높여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우위 확보를 노리면서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금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BOE가 이르면 수 년 안에 차량용과 전자제품용 디스플레이 패널시장을 모두 장악하며 글로벌 선두에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OE는 차량용 곡면 디스플레이 패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스마트카에 탑재할 수 있도록 터치 기술괴 홍채인식 기술을 포함한 3D 디스플레이 패널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 징친테크를 통해 차세대 기술로 디스플레이업계에서 각광받는 미니LED 신제품도 공개했다.
BOE는 3월 처음으로 34인치 유리기판을 적용한 미니LED 패널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능동형(AM) 유리기판을 적용해 화면 깜빡임이 없고 전력 소비량도 낮으며 기존 미니LED와 달리 내열성이 강하고 수명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해당 패널은 중국 전기차 벤처기업 니오의 ET7 모델용 디지털계기판 패널로 사용되고 있다.
더 앞선 기술인 마이크로LED 부문에서도 전문 기술업체 로히니와 합자회사 BOE픽시를 설립해 전자제품 및 자동차에 탑재할 대형 마이크로LED 패널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BOE는 창업주인 왕둥성이 앞세웠던 '해외 경쟁사의 기술 독점을 깨고 빠른 산업화를 통해 낙후된 중국 디스플레이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며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 삼성과 LG 맞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우위 확보에 안간힘
BOE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업체를 따라잡는 데 힘쓰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시장은 스마트카, 커넥트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28년 250억 달러(31조)로 성장이 예상된다. 2021년 기준 시장 규모는 86억3319만 달러(10조7천억 원)였는데 7년 만에 3배 가량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BOE는 미래차 디스플레이시장 공략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전문 자회사를 통해 일반 자동차와 친환경차 시장을 모두 공략하고 있다.
중국 매체 지통재경(즈퉁차이징)에 따르면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전문 자회사 BOE징뎬은 올해 처음 중국 유명 전기차업체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기로 했다. 영국 전기 화물차 제조업체에도 디스플레이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차량용 올레드패널시장은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는 미래차 시대가 다가올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OE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전자거울(E-Mirror)을 포함한 패널 및 모니터링 시스템 기술력 확보를 단기적 목표로 세우고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더 장기적 시각에서는 미래차에 탑재할 홀로그램 패널과 자외선 터치 기술, 안면인식 기술이 포함돼 있는 3D패널을 개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BOE가 이미 3D패널 샘플을 완성했지만 터치 기술 등을 탑재하고 양산체계까지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선두 확보를 노리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대화면과 슬라이더블, 롤러블 등 차세대 패널을 포함한 차량용 패널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BOE가 높은 시장점유율과 정부 보조금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기술력만 충분히 완성하게 된다면 가격 경쟁력과 물량공세로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BOE가 최근 올레드패널 분야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6년 만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추격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통재경은 “BOE는 이미 차량용 패널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미래차 3D 패널, 곡면 패널 뿐만 아니라 AR-HUD 등 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미래차 패널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OE는 TV와 옥외광고판 등에 쓰이는 8K급 고화질의 대형 패널에서도 한국 경쟁사들을 뛰어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BOE는 65인치 8K 240Hz 패널을 공개했다. 기존 60Hz 패널보다 투과율은 30% 가까이로 올라갔다. 화면 선명도를 나타내는 대비율도 2배 가량으로 개선됐다.
중국 매체 레이커지에 따르면 BOE는 "앞으로 240Hz 수준의 98인치, 110인치 등 대형 8K 패널 제조기술까지 확보하겠다"고 했다.
◆ 왕둥성 과감한 기술투자로 BOE 성장기반 다져
BOE 창업주 왕둥성은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술 부재 문제를 해결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BOE 이전에는 이렇다할 중국 소유 패널 제조기술이 없었다.
왕둥성은 2003년 베이징시 정부 협조와 현지 은행 도움으로 약 12억 달러를 대출받아 현대전자의 패널 사업부를 인수했다.
당시 중국 당국이 패널 기술 부재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국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왕둥성은 패널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거대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BOE를 크게 키워낼 수 있다는 선구안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BOE는 현대전자의 3개 5세대 패널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패널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패널 산업을 위협하는 BOE는 정작 한국기업을 발판으로 싹을 튼 것이다.
2005년 BOE가 패널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을 당시 전자제품 세대교체 주기를 따라가지 못해 큰 손실을 봤다. 2006년에는 홍콩증시 상장 계획도 무산됐다.
패널 업계 특성상 공장 건설 기간이 길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다 기술 사이클이 빠르게 바뀌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개발 능력이 뒤처진 점도 한 몫 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꾸준히 BOE에 손을 내밀었고 BOE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BOE 뒤에는 중국의 좀벌레라는 부정적 의미의 별명도 따라다녔다.
매년 정부 보조금으로 거액을 투자해 연구개발 하지만 패널 기술력은 계속해서 한국에 밀려났고 적자도 벗어나지 못했다.
2013년에서야 BOE는 첫 흑자를 거뒀다. 비슷한 시점에 BOE를 포함 중국기업이 생산한 패널이 시중에 풀리면서 중국 전체 패널 시장 가격도 저렴해졌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자국 패널 기술력을 확보한 뒤 2000년 초반 TV 한 대에 필요한 패널 가격은 약 1만 위안(194만 원)이었으나 2010년을 지난 뒤 1천 위안(19만4천 원)으로 낮아졌다.
왕둥성은 BOE를 약 20년에 걸쳐 세계적 패널 기업으로 키워내는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중국 매체 경제일보(징지르바오)에 따르면 왕둥성은 “가장 잘 한 일은 하나에만 집중하고 한 곳만 팠던 것”이라고 했다.
2019년 한국 기업이 LCD 사업을 철수하고 BOE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BOE 사업 보고서를 보면 2019년 1분기 BOE는 전체 TV 패널(LCD 포함) 출하량과 출하면적에서 처음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인 2019년 7월 왕둥성은 새로운 세대가 BOE를 이어가야 한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노녕 기자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BOE 왕둥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