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과제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022년 4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용은 기준금리 인상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1.5%로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좁혀졌다가 다시 1%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는 2022년 말에 1.9% 수준까지 인상되고 2023년 말에는 2.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주춤하는 동안에 미국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상된다면 두 나라 사이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빼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이창용이 총재로 취임한 뒤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022년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21년 11월 제시한 2%에서 1.1%포인트를 높여 3.1%로 잡았다.
한국은행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한국은행은 2022년 3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는 국내 금융불균형 수준이 여전히 높아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대출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취약성이 소폭 개선되고 있으나 민간부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창용은 늘어나는 부채를 조정하고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해왔다.
이창용은 2022년 1월 언론 인터뷰에서 “금리인상을 통해 힘이 들더라도 부채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유동성 파티는 당장 성장률을 높아 보이게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창용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이창용의 한국은행 총재 취임과 관련한 분석 보고서에서 “예상되는 정책은 최근 1년간의 한국은행 기조와 비교해 덜 매파적”이라며 “시장금리 변동성은 완화될 여지가 커질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이창용은 한국은행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2021년 12월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6명 가운데 57.9%가 후임 총재로 외부 출신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한국은행 전체 직원 가운데 61.5%가 노조원으로 가입해 있다.
외부 인사를 원한 이유는
이주열 총재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고 응답한 응답자가 53.7%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직원들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재임 기간에 다른 금융공기업과 비교해 뒤처진 급여와 복지, 특정 학교나 지역 및 부서가 우대받는 인사 편향성 등으로 불만이 높아졌다.
윤석열정부에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결정의 독립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창용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와 대화를 통해 통화정책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은 2022년 4월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중앙은행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긴장관계는 당연하다”며 “전 세계 통화정책 추세가 이같은 갈등을 당연하게 여기고 조율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 평가
| ▲ 2019년 4월12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가운데)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통화기금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전공은 거시경제학과 금융경제학, 한국경제학으로 자본시장 현안과 금융감독시스템, 국책은행 민영화 등에 관심을 보여왔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할 때 최우수 성적으로 총장상을 받았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 서울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기동창으로 친분이 두텁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학교를 재수로 들어갔는데
윤종원 은행장은 대성학원, 이창용은 종로학원을 다녔다.
윤 은행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로 근무할 때 이창용이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장 임명이 발표되기 하루 전에 윤 은행장이 내정 사실을 이창용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190㎝ 장신으로 고등학교 2학년까지 배구 선수로 활동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유학할 때 농구를 하다가 무릎과 인대를 다쳐 군대를 면제받았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창용의 미국 하버드대학교 유학 시절 지도교수였다. 서머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창용을 국제통화기금에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같이 공부한 송의영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조교수로 일할 때 스승인 이준구 서울대학교 교수와 경제학원론을 함께 집필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 고위직에 올랐다.
신사임당의 후손이다. 율곡 이이의 동생인 옥산 이우의 16대 종손으로 집안에 내려오는 유물을 강원도 강릉시에 기증했다. 2007년 3월 유물 385점을 기증했고, 2008년 1월 유물 66점을 다시 기증했다. 할아버지 이장희도 1965년에 현행 5천 원권 화폐 도안으로 사용되고 있는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유물 12점을 기증했다.
성격이 호탕하고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
전임자인
이주열 총재는 이창용을 두고 "학식과 정책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며 "저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조언을 드릴 것이 따로 없다"고 평가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력으로 보나 인품으로 보나 훌륭한 분"이라며 "내가 부총리할 때도 탐을 내 개인적으로 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