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채권단관리 체제 졸업으로 새 출발
박지원은 두산중공업 채권단관리 체제를 졸업하면서 회사이름을 바꿨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3월29일 제5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이름을 ‘두산에너빌리티’로 확정했다. 앞서 3월8일 이사회에서 회사이름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회사이름에서 ‘중공업’을 뺀 것은 기존 중공업 중심에서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두산에너빌리티(Doosan Enerbility)’에서 ‘에너빌리티’는 ‘에너지(Energy)’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결합한 조합어다. 또 그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Enable’의 의미도 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적 핵심가치를 표현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드는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삶은 더 윤택해지고 동시에 지구는 더욱 청정해지도록 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회사이름 변경은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지 21년 만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년여 동안 이어져온 채권단관리 체제 졸업에 발맞춘 회사이름 변경을 계기로 새출발에 나서고 있다.
2022년 2월27일 KDB산업은행은 채권단과 두산그룹 사이에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에 따른 채권단관리 체제를 2월28일자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 재무구조는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2022년 3월2일 두산중공업도 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긴급운영자금(한도 3조 원)의 상환을 2월28일자로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두산그룹은 23개월 만에 채권단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는데 이는 최근 10년 동안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가장 빨리 채권단관리 체제에서 벗어난 사례다.
두산그룹은 2020년 3월 두산중공업의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3조 원을 지원하면서 계열사 등 그룹 보유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두산중공업 자본을 확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두산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관리 체제 아래서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의 보유자산을 3조1천억 원에 매각했다. 두산중공업은 2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실적 반등과 재무구조 개선
두산중공업은 자체 사업 실적 호조와 두산밥캣 등 주요 자회사 실적 호조를 더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 연결기준 매출 11조2836억 원, 영업이익 8779억 원, 순이익 6458억 원을 거뒀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밥콕 등을 제외한 실적을 기준으로 2021년 매출은 2020년보다 23%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 두산밥캣을 제외한 관리연결기준으로도 실적 성장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 관리연결기준 매출 5조6005억 원, 영업이익 2622억 원, 순이익 2877억 원을 거뒀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6%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이 기준으로도 흑자전환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대형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 공정 초과 달성의 영향으로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에 원가 개선 효과가 더해져 연간 목표(2212억 원)를 초과 달성했다.
두산중공업은 실적 반등과 함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으로 채권단관리 체제 졸업의 핵심 요건인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12월과 2022년 2월에 각각 1조2천억 원, 1조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두산중공업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169.3%로 2020년 259.8%보다 90.5%포인트 낮아졌다. 연결기준 순차입금 역시 2021년 4조8149억 원을 기록해 2020년(7조4075억 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관리연결기준으로 보면 두산중공업의 2021년 부채비율은 171.6%, 순차입금은 3조9530억 원이다. 2020년 부채비율 239.5%, 순차입금 4조8423억 원에서 크게 개선됐다.
△미래 성장사업에 앞서 기존 사업 수주부터 단단히
박지원은 기존 사업에서 우수한 수주 성과를 내며 4대 성장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2022년 두산중공업은 2021년 수주 실적보다 22% 늘린 8조8991억 원을 수주 목표로 설정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일감 확대를 통해 양호한 실적을 거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기준으로 전체 수주의 52%에 해당하는 5조3천억 원의 수주를 4대 성장사업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지원이 점찍은 두산중공업의 4대 성장사업은 가스터빈, 수소, 신재생에너지, 차세대원전(소형모듈원전)이다.
수주 목표 5조3천억 원은 가스터빈 1조8천억 원, 수소 6천억 원, 신재생에너지 2조1천억 원, 차세대원전 8천억 원을 더한 것이다.
다만 성장사업이 제대로 실적을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성장사업이 기술개발을 거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기존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 7조3239억 원 규모의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2019년 4조1천억 원, 2020년 5조5천억 원에 이어 증가세를 보였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해수담수화 플랜트,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등 굵직한 일감을 확보했다.
신규수주 증가를 통해 미래 실적으로 연결되는 수주잔고를 늘려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두산중공업 수주잔고는 2019년 13조1천억 원, 2020년 13조8천억 원, 2021년 15조5천억 원이었다.
△두산중공업 미래 동력의 한 축 가스터빈
박지원은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가스터빈 사업을 키우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4월5일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대형 가스터빈을 설치했다. 2025년까지 2년여 동안 실증운전을 진행한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9월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로써 한국은 세계 5번째 가스터빈 독자모델 보유국이 됐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3월에 270MW 규모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제작했다.
2017년 말 정부가 발표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노후한 복합발전소 및 석탄화력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2030년까지 국내 복합발전소에 필요한 가스터빈 규모는 20GW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터빈은 박지원이 이전부터 두산중공업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점찍은 사업분야이며 2013년 국책사업으로도 채택됐다.
두산중공업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2013년 이탈리아의 대형 가스터빈 회사 안살도에네르기아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현지 여론의 반대가 커 실패했다.
두산중공업은 자체 연구를 통해 사업역량을 기르는 쪽으로 노선을 바꿔 2021년 가스터빈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두산중공업은 2019년 1월 독자 개발한 가스터빈의 시제품을 선보였고 같은 해 9월 초도제품을 생산했다.
글로벌 발전시장에서 가스터빈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그동안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이탈리아 안살도에네르기아 등 4개에 불과했다.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의 핵심기술이다. 제작기술을 제트엔진 등 비행체에 응용할 수 있어 항공과 우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열어준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국산화로 향후 국내 복합발전시장에서 수입품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내 가스터빈 산업 생태계 육성에 힘쓴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수소 혼소 및 전소 터빈 개발을 통해 가스터빈 기술을 탄소중립 대응에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룹 차원의 수소사업 앞장서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 차원의 수소사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두산그룹은 2021년 4월 생산, 유통, 활용 등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수소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 지주부문 아래 수소 태스크포스팀(TFT)를 신설했다.
두산의 수소 TFT에는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등 계열사 전문인력이 모였다.
두산중공업은 수소 생산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시 등과 계약을 맺고 수소액화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 부지에 수소액화플랜트를 짓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자체 기술로 생산한 액화수소를 수소 충전소에 공급해 국내 수소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에도 착수했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제주도에서 시작된 ‘그린수소 실증사업’에 참여해 제주에너지공사가 보유한 풍력단지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제주 풍력단지에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과 생산한 수소를 압축·저장하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한다.
이 밖에도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로서 수소사업에서 두산퓨얼셀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11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일가 13명으로부터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으로 증여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해상풍력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대형 해상풍력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8MW급 국내 해상풍력 최적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1월 전라남도 영광군 국가풍력실증센터에 국책과제로 개발해온 8MW급 해상풍력발전기의 시제품을 설치했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6월 해상풍력발전기의 국제인증을 취득한 뒤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부터 에너지기술평가원의 국책과제로 이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했다. 2022년 1월까지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가운데 최대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창원 본사에 풍력 2공장을 두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국내 핵상풍력 수주물량 증가에도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과는 다소 격차가 있지만 두산중공업의 8MW급 풍력터진 개발은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가메사, 베스타스, 미쓰비시중공업 등 글로벌 풍력터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이미 12MW급 풍력터빈 기술 개발을 마치고 15MW급까지 연구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것은 8MW급 풍력터빈이다.
두산중공업이 8MW급 풍력터빈을 개발했다는 것은 글로벌 풍력터빈 제조사들과의 경쟁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 이외에 호주와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사업도 펼쳐 신재생에너지 사업 수주를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왼쪽)이 2021년 7월20일 경기도 분당 두산타워에서 열린 ‘지분투자 및 사업협력 협약식’에서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회장과 협약 서명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박지원은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은 2021년 8월19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매매 계약에 따라 인수대금 8500억 원을 모두 치르고 두산인프라코어 주식 29.95%를 확보했다. 이로써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마쳤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은 2021년 2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21년 8월18일 중국 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지분 20%를 305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2015년부터 이어온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분쟁도 끝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은 2020년 연말 인수합병 시장을 뜨겁게 달군 ‘빅딜’이었다.
전략적 투자자로는 건설기계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를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엔진을 조달하는 한화그룹, 건설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GS건설 등이 인수후보 물망에 올랐다.
재무적 투자자로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글렌우드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인수후보로 거명됐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GS건설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크레디트스위스가 2020년 11월24일 진행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을 통해 인수후보는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과 유진그룹 지주사 유진기업으로 좁혀졌다.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결국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0년 12월23일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채권단 지원으로 구사일생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20년 3월과 6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별도기준으로 3조8천억 원가량이었는데 2019년 말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00억 원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자본시장이 경색돼 두산중공업이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20년 3월 두산그룹에 1조2천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같은 해 6월에도 1조8천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같은 해 4월 두산중공업이 상환해야 하는 외화공모채 6천억 원을 전환대출해줬다.
대신 두산그룹은 2020년 5월29일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사업체질을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등 전통적 발전사업 중심에서 친환경 발전사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원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그룹이 보유한 자산뿐만 아니라 일부 계열사들까지 매각할 것도 함께 약속했다.
다만 채권단과 두산그룹은 경영 정상화 방안의 세부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투자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온 배터리용 동박회사 두산솔루스와 연료전지회사 두산퓨얼셀뿐만 아니라 그룹의 현금창출원인 건설기계회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까지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두산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계열사들을 저가로 연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산업은행은 두산그룹 계열사 연쇄 매각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매각을 재촉하지도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2020년 6월17일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그룹의 자산 매각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며 “매각의 기한을 정해 놓으면 쫓기게 되고 적정가격 아래로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두산그룹이 생각하는 매각 시기와 관련해 충분한 검증이 끝난 상태”라며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된다면 긴급 자금지원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두산그룹이 조기에 정상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 경영위기 본격화
두산중공업은 2020년 들어 재무난에 따른 경영위기를 마주했다. 시작은 2017년 4월 발행한 4998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였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채권 금액대로 발행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두산중공업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는 2020년 5월4일부터 풋옵션(자산을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 행사가 가능하게 돼있었다.
두산중공업이 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처음 발행할 당시 주식매입권리 행사가격은 2만3450원이었다. 이때만 해도 두산중공업 주가가 1만8천 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두산중공업이 신주인수권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그러나 풋옵션 행사일 직전에 두산중공업 주가는 3천 원 수준에 그쳤다.
신주인수권부사채 가운데 두산이 보유한 920억 원을 제외한 4078억 원에 대한 상환청구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산중공업은 2019년 말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500억 원가량에 불과했다.
두산중공업은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해 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청구에 대응할 수도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며 자본시장에서 유동성이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당시 신용등급 AA급 미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모두 흥행하지 못했고, 채권 발행을 주관하겠다고 나서는 증권사도 거의 없었다.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BBB-급에 불과했다.
두산중공업은 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청구 대응은 고사하고 과거에 발행한 채권들을 상환하기 위한 리파이낸싱(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고 금리를 조절하는 재무전략)조차 진행할 수 없었다.
주가가 액면가인 5천 원에도 미치지 못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상법상 액면가 미만 주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려면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주주들이 유상증자를 허락할 리 없었다.
두산중공업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전환상환, 상환 만기가 다가온 차입금과 외화공모채 상환 등을 합쳐 모두 3조8천억 원에 이르는 부채 상환 압력을 마주했다.
두산중공업이 자력으로 이를 상환할 길은 없었고, 시장에는 두산중공업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결국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겼다.
두산중공업의 재무적 위기는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에서 비롯됐다는 시선이 많다.
두산건설은 2011년부터 2019까지 9년 연속 순손실을 냈는데 누적 순손실은 2조8338억 원이었다. 이 기간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수혈한 자금은 유상증자와 보일러 열교환기 사업 현물출자 등 직간접적 지원을 합쳐 2조 원에 이르렀다.
두산중공업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순손실 2조1318억 원을 냈다. 특히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에는 단 한 해도 순이익을 내지 못했으며 이 기간만의 누적 순손실은 2조6877억 원이었다.
△원전사업 해외진출 확대
박지원은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국내 신규원전 건설이 불확실해지자 영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원전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이 2017년 12월 유럽사용자요건(EUR)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18년 11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표준설계인증을 획득해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6월24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 정비 및 보수 사업을 맡을 사업자로 선정돼 해외 원전 주기기 정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두산중공업은 이 계약을 통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알 다프라 지역에 위치한 바라카 원전 1~4호기 등 모두 4기의 정비서비스를 5년 동안 맡게 됐다.
원자로를 비롯해 터빈과 발전기 등 핵심 기기를 공급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전한 정비 및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계약 내용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은 한국수력원자력 및 한전KPS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바라카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10년 이상 참여했다”며 “바라카 원전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4월 미국 뉴스케일과 소형원전 사업 MOU를 체결하고 IBK투자증권 등 국내 투자사들과 공동으로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2021년 7월에도 추가 지분투자를 했다.
2021년 3월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를 미국 TMI원전에 공급해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수출 실적을 올렸다. 또한 중국 CTEC와 중국 쉬다보원전과 지진자동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9월에는 미국 에너지부 지원을 받아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와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다각화 노력을 지속했다.
△두산중공업 디지털 혁신
박지원은 디지털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박지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으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행사장을 직접 방문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동향을 살폈다. 특히 2020년에는 두산그룹이 CES에서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의 정보화 투자 규모는 2019년 86억 원, 2020년 97억 원, 2021년 113억 원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디지털 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액을 2022년 150억, 2023년 154억 원 등으로 더욱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지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 사업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회사의 가치사슬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설비 자동화 등을 통해 고정비 지출을 줄이고 대신 투자를 늘리려는 것이다. 산업 환경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목적이다.
두산중공업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소 조기경보나 보일러 튜브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발전소 핵심 설비인 스팀터빈의 대형 버킷 생산을 자동화하고 보일러와 원자력공장에 용접 로봇을 도입해 2018년에 3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까지 자동화 설비와 산업용 로봇 35종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2022년까지 공장의 냉난방 설비, 작업용 도구,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를 아우르는 통합 컨트롤센터를 구축하면 연간 약 42억 원을 아끼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위한 인력 구조조정
박지원은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12월 직원 400여 명을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전출하고 사무직에 한해 만56세 이상이었던 조기퇴직 연령 기준을 만50세 이상으로 낮췄다.
2019년 1월부터는 과장급 이상 사무관리직이 2개월씩 순환휴직했다.
직원 수는 2016년 7728명에서 2019년 6721명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140명이 넘던 임원 숫자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
2021년 말 기준 두산중공업 직원 수는 5622명이며 평균 근속연수는 14.43년이다.
△인수합병 통한 동유럽 진출 실패
두산중공업은 2020년 9월 루마니아 현지 투자펀드 SIF 바나트-크리사나에 두산IMGB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말 이사회에서 두산IMGB 공장 철수를 확정하고 생산중단 등 절차를 밟아오다가 매각을 통해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박지원은 2006년 두산중공업 기획조정실장 부사장으로 일하며 루마니아의 중공업회사 르바르네르IMGB를 145억 원에 인수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철강 주단조, 원자력발전소 및 건설자재, 조선 관련 부품 등을 생산하던 르바르네르IMGB를 사들여 두산IMGB로 두산중공업에 편입시키자 일각에서는 박지원이 두산중공업의 동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두산IMGB는 두산중공업에 인수된 뒤 단 한 차례도 연간 순이익을 내지 못한 채 순손실만 냈다.
2014년에 두산중공업이 두산IMGB를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으나 인수 의사를 밝히는 곳조차 없어 매각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