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탄핵소추 각하 결정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건을 각하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0월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내린 임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선고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미 임기 만료로 퇴직한 피청구인에 대해 본안 판단에 나아가도 파면 결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각하는 청구인의 청구가 형식적으로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 심리없이 사건을 종료하는 결정이다.
이 판결에서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은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등 5명이다.
반면 재판관 중 유남석은 이석태·김기영과 함께 인용 의견을 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재판의 독립을 위협함으로써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행위에 대해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임 전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임 전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관한 기사 게재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해 법원행정처 지침대로 선고하게 한 혐의 등을 받았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임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의 행위는 부적절하지만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2심 판결 이후 상고해 대법원에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022년 1월4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
△윤창호법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징역·벌금형을 가중 처벌하게 한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윤창호법은 2018년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대학생 윤창호가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입법이 추진돼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됐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음주운전의 기준을 강화하고 재범 음주운전을 엄격하게 규율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 법을 적용한 처벌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A씨 등이 이 법을 두고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며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고 과거 위반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남석도 이 법이 위헌이라고 본 재판관 7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이 조항은 이른바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재범 음주운전 범죄를 엄히 처벌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전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심판대상 조항에 따른 재범 음주운전자의 가중 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공수처법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월28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공수처법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놓고 재판관 6(기각 5, 각하 1)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법을 놓고 헌법소원을 낸 야당 의원들은 공수처에 대해 초헌법적 국가기관으로 헌법상 근거가 없는 국가기관이며 공수처 인적 구성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장, 교섭단체가 추천한 인사의 영향력을 강력하게 하는 규정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은 수사처 업무 특수성에 따른 것이라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2021년 4월29일 개정 공수처법에 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도 각하했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 공수처법은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6명에서 재적 위원의 3분의 2(5명)로 완화한 법이다.
애초의 공수처법은 공수처장후보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의결 정족수인 6명이 동의해야 추천위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돼있었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다 반대하는 후보는 추천될 수 없는 구조여서 사실상 야당에 거부권이 주어진 셈이었다.
그런데 개정 공수처법에서는 의결 정족수가 5명으로 줄어 야당으로서는 거부권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유상범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놓고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는 위헌적 법률’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소원침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개정 공수처법에 대해 “교섭단체가 국가기관 구성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에 관한 것일 뿐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의결정족수를 완화한 공수처법으로 야당이 추천한 추천위원회 위원의 사실상 거부권이 박탈됐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야당 국회의원인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021년 6월16일 헌법재판소를 찾아온 김오수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
△낙태죄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11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의견 분포는 4명 헌법불합치, 3명 단순위헌, 2명 합헌이었다.
이로써 낙태는 1953년에 형법이 제정될 때 범죄로 규정된 지 66년 만에 범죄가 아니게 됐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바로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결정이다.
헌법불합치 의견과 단순위헌 의견을 합쳐 모두 7명의 재판관이 낙태를 처벌하는 법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여성은 스스로 행복을 위해 임신·출산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해당 조항이 임신기간 여하에 상관없이 모든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봤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했으나 관련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채 시한을 넘겼다. 하지만 해당 형법 조항은 2021년 1월1일자로 효력을 잃었다.
△취임식에서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 강조
유남석은 2018년 9월21일 제7대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하면서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했다.
유남석은 취임식에서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재판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사법기관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라며 "사건의 접수에서부터 결정의 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관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중립성을 유지해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헌재는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이자 세계 각국이 인정하는 모범적 헌법재판기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하고 "이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우리 재판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 모든 것이 재판소가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이루어낸 최고의 자산이자 빛나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유남석은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달, 소득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기후변화 등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수용해 우리가 지켜온 헌법 원리와 원칙이 미래의 길잡이가 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국민의 법 의식, 가치 인식과 소망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7대 헌법재판소장 지명과 청문회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29일 유남석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다.
유남석은 2018년 9월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사법농단과 관련한 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한 것에 대해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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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은 답변에서 “영장 발부는 담당 영장법관이 요건을 심사해서 발부하는 것"이라며 "구체적 사실관계와 발부 필요성에 따라서 결정되는 부분이므로 영장법관이 요건을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독 사법농단 수사에서 영장 기각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각 통계를 볼 때는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사실관계를 직접 살펴보지 않은 제가 영장법관의 판단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실추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묻자 "사법부 신뢰를 위해서는 법관이 균형적이고 객관적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편향적 생각이나 이해관계에 영향받지 않고 재판을 충실히 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치와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5년 넘게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렇지 않도록 (법원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9월20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적격 의견으로 채택됐다. 본회의에서는 임명 동의안이 총투표수 229표 중 찬성 185표, 반대 40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018년10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
△헌법재판관 지명과 청문회
유남석은 2017년 10월17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
이어 2017년 11월8일 열린 청문회에서 사형제,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유남석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지금으로서는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며 "(사형제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을 놓고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된 바 있다"며 "문제점이 있어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처벌을 두고는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양심 때문에 전과자가 되는 현실은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대안 중의 하나가 대체복무제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유남석은 "헌법재판관이 되면 투철한 헌법수호 의식을 바탕으로 입헌민주주의, 법치주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관 시절 헌법재판소에서 파견근무를 한 경험을 들며 "국제그룹 해체와 관련해 공권력 행사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탄생하는 것을 목도했다"며 "헌법재판이야말로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공권력 남용을 억제하고 기본권을 보호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17년 11월9일 유남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판사 시절의 주요 판결
유남석은 국가와 공무원의 책임을 엄격하게 보면서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판결을 여럿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 재일교포 도모 씨가 반국가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여권 갱신을 거부당하자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남석은 "도 씨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소속이었을 때는 물론 1998년 탈퇴한 뒤에도 여권이 발급됐고 탈퇴 뒤 2년 동안 5차례 입국한 적이 있다"며 "여권 갱신 거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성남지원 부장판사 시절인 2000년 6월에는 집중호우로 둑이 붕괴돼 사망한 시민의 유족들이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남석은 판결문에서 “집중호우에 따른 수재라도 시설물 관리상의 잘못이 있다면 관청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인 2014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과 그 가족에게 국가가 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남석은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불법사찰 등을 통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 일반 국민들은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게 돼 극심한 불안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남석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 기록을 고소인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선고한 판결로도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