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과제
| ▲ 2019년 12월4일 샘 킴(김상현) 데어리팜그룹 헬스앤뷰티(H&B) 그룹장(오른쪽)이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와 싱가포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K뷰티 저변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상현은 롯데그룹 유통군을 이끄는 수장으로 외부에서 처음 영입된 만큼 조직문화 개선에 가장 먼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수직적 문화가 강해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오랜 외국생활을 한 김상현을 수장에 앉힌 것으로 보인다.
김상현도 이를 의식한 듯 직원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첫 영상메시지를 통해 “언제든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서슴없이 저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과 현장을 강조하는 만큼 현장경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현은 업무 시작 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주요 지점들을 방문했다.
고객과 현장을 중시하는 만큼 앞으로도 집무실이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서울 주요 거점을 수시로 방문해 고객과 접점을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현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모두를 변화시켜야 한다.
롯데그룹은 과거 명실상부한 유통업계 1위 기업이었지만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등 여러 유통채널에서 경쟁기업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쇼핑이 주도하는 온라인사업 롯데온을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롯데쇼핑은 2020년 4월 롯데그룹의 온라인 통합 쇼핑몰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롯데온의 영향력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크지 않다.
롯데온은 2021년 비용이 늘면서 매출 1080억 원에 영업손실 1560억 원을 냈다. 2020년보다 매출은 21.5% 줄었고 손실 규모도 확대됐다.
그의 취임과 함께 롯데그룹에 도입된 HQ(헤드쿼터) 체제도 다져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1년 11월 정기 임원인사와 동시에 조직개편도 실시하면서 그룹의 주요 4개 사업군인 유통과 화학, 호텔, 식품에 HQ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HQ 체제는 기존 비즈니스유닛(BU) 체제와 비교해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이다.
각 사업군을 이끄는 총괄대표가 사업군에 포함된 계열사들의 재무와 인사 기능을 일부 이끌 수 있도록 했다.
김상현은 유통군의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경영전략본부장)를 겸임한다.
장호주 부사장이 유통군의 최고재무책임자(CFO·재무혁신본부장)을 맡는다.
유통군 HQ에는 인사와 기업문화를 관리하는 인사혁신본부, 경영관리 및 지원 등을 맡는 사업운영본부, 유통군 전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팅전략본부 등도 새로 생긴다.
◆ 평가
| ▲ 2017년 10월25일 김상현 홈플러스 부회장(왼쪽)이 서울시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서울에서 열린 '제16회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대상' 시상식에서 백동현 한국산업경영시스템학회장으로부터 지속가능경영대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
김상현은 P&G에서 30년 동안 몸담으며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 등을 거친 글로벌 인재이자 마케팅 전문가다.
미국 국적이다. 10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 외국생활을 시작했다.
P&G 130년 역사에서 아시아계로는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이며 본사 CEO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한국P&G 사장으로 재직할 때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캠퍼스 리크루팅에 직접 나서 학생들 앞에서 회사의 비전을 명확하게 설명해 팬들이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P&G 사장으로 일하면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사외이사, 사단법인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 이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 이화리더십개발원 자문이사 등으로도 활동했다.
기업이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가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LLT(Live, Learn and Thrive) 신봉자다. LLT는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Live),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Learn),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Thrive) 해주는 것을 말한다.
2006년 회사 창립 기념일을 맞아 기념식을 여는 대신 직원들이 장애인 시설에 가서 장애인들의 감성 개발을 도울 수 있는 벽화그리기 자원봉사를 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직접 내기도 했다.
또한 ‘장애우와 함께 꿈꾸는 내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체험 공간인 ‘P&G 체험홈 1호’도 만들어 운영했다.
‘섬기는 리더십’을 중시한다. 한국P&G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개선할 사항을 피드백하기도 했다.
직위와 부서를 가리지 않고 직원들과 직접 마주앉아 업무에 관한 대화도 나누고 직원들이 개인적인 궁금증을 풀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한국P&G의 모든 거래를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로 하는 등 윤리경영도 철저히 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현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냉철한 자기관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다 떠난 전 임직원과도 온라인으로 꾸준히 소통한다. 비즈니스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에 올라오는 전 동료나 직원들의 소식에 자주 댓글을 단다.
홈플러스 대표 시절이나 P&G 근무 시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새 회사로 이직했다거나 회사 사옥을 이전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글에 “축하한다. 2022년에 행운을 빈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데 행운을 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DFI(데어리팜) 리테일그룹의 새 매장 진출을 알리는 글에는 격려의 말을 하면서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DFI 싱가포르법인에서 함께 일한 제니퍼 리 HR 담당은 김상현에 대해 "놀라운 리더(remarkable leader)"라고 평가하며 "함께 일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김상현은 비전을 갖고 매우 성실히 일하며 팀원들을 아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