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한국을 넘어 세계의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데 블랙체인 플랫폼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이사(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13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가상화폐 ‘보라’를 활용해 P2E(플레이 투 언)게임을 출시하면서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글로벌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P2E게임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법적 문제로 서비스가 어렵고 글로벌 서비스에 집중돼있다”며 “P2E게임 출시는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라는 메인넷(기반 플랫폼)을 클레이튼에 두고 있는 가상화폐다. 보라의 메인넷은 원래 이더리움이었지만 카카오가 보라의 발행사인 웨이투빗을 인수한 이후 2021년 11월 클레이튼으로 이전됐다.
클레이튼이라는 플랫폼을 한국 경제에 비유한다면 클레이튼의 메인 가상화폐인 클레이는 원화, 보라는 각 지방의 지역화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보라를 활용한 P2E게임들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메인넷인 클레이튼과 클레이의 영토 확장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8일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의 이름을 ‘메타보라’로 변경하고 블록체인 프로젝트 ‘보라’의 리뉴얼을 소개하는 ‘보라2.0 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 자리에서 보라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올해 안으로 10여 종의 P2E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클레이튼은 합의노드를 담당하는 클레이튼거버넌스카운슬에 LG전자, GS리테일, 셀트리온, 신한은행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가할 만큼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이지만 아직 글로벌 영향력은 크지 못하다.
일부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클레이튼 플랫폼의 가상화폐인 클레이를 두고 ‘김치 코인’이라고 부른다. 사실상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클레이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가상화폐인 클레이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어느 정도 가치로 거래되는지는 카카오에 부차적 문제다. 하지만 카카오가 클레이튼을 통해 세계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클레이튼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블록체인 역시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 플랫폼에 서비스를 얹을 수 있는 일종의 ‘서드파티 개발자’들의 확보가 필수적이다”라며 “국내 블록체인 시장이 크지도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서는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넘쳐나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클레이튼의 2022년 목표를 ‘글로벌 진출’로 삼고 올해 초부터 여러 가지 전략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1월11일 클레이튼의 글로벌 진출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2년의 과제를 △클레이튼을 게임 및 메타버스의 블록체인으로 만들 것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생태계와 클레이튼의 지속적 통합 등으로 제시했다.
또한 카카오는 그동안 그라운드X가 담당했던 클레이튼의 운영을 올해 1월 싱가포르 법인인 크러스트로 완전히 이관했다.
크러스트의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처음부터 함께해 온 카카오의 창업멤버인 송지호 전 카카오 공동체 센터장이다. 카카오가 클레이튼의 세계화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카카오가 클레이튼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는 클레이튼의 글로벌 진출이 카카오의 ‘세계화’와도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미래 IT 서비스들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판’이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이 이 판을 선점하게 된다면 여러 글로벌 IT기업들도 카카오가 깔아놓은 판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발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클레이튼을 개발한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이사는 2018년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카카오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쟁력이 필요하다”며 “블록체인은 그 경쟁력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