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미국 경제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한 건물 대형 전광판에 ‘그냥 말해라(Just say it.)’라는 짧은 문구를 담은 광고가 게시됐다. 금메달, 번개, 자동차 이모티콘이 함께 붙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윗도 전광판 광고에 함께 등장했다. ‘T로 시작하고, A로 끝나고, 가운데는 ESL이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누군가가 게시한 광고다. 공통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테슬라’라는 단어를 말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테슬라를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이미 5만8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결국 이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로 이어지게 됐다.
현지시각으로 8일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인프라와 관련해 언급하며 “GM과 포드, 미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의 공장이 미국에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CEO와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은근한 신경전을 벌여오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기업들의 전기차사업 진출 노력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치하한 반면 테슬라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직접 트위터를 통해 “전기차산업 혁명을 GM과 포드가 주도했다면서 테슬라를 무시하는 것은 차별적”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노동조합들에 좌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테슬라의 철자를 알려준 머스크 CEO의 트윗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후 테슬라 팬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청원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지자 바이든 대통령도 결국 공식석상에서 테슬라를 언급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는 테슬라가 노조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전기차산업 발전에 테슬라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백악관에도 초청하지 않았다.
머스크 CEO는 이에 대응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람의 모양을 갖춘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하다는 트윗을 올리는 등 감정적으로 격한 반응을 보여 왔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테슬라를 언급한 이후 로이터를 통해 “우리는 모두 테슬라가 전기차산업에서 중요한 기업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미국 전기차산업 전반에 큰 기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