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강맨션 시공사 입찰 마감이 일주일 뒤로 다가온 상황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한강맨션 재건축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맨션은 단지가 위치한 입지나 사업의 규모 등에서 매력적 사업장이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런 만큼 재건축사업조합이 내건 입찰조건부터 문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강맨션 재건축사업조합은 입찰보증금 1천억 원을 모두 현금으로 납부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중소건설사들은 입찰 참여조차 쉽지가 않다.
여러 조건과 상황들을 따져봤을 때 결국 최종 입찰자는 지금까지 시장 예상대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9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한강맨션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한강맨션은 여전히 관심이 있는 사업장이고 신중하게 입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물산 사업 수주의 큰 원칙인 클린수주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가, 래미안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업장인가 이 두 가지 부분에서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카카오톡, 유튜브 등에서 ‘톡톡 래미안 한강맨션’ 홍보채널을 운영하면서 한강맨션 재건축사업 수주에 적극적 모습을 보여 왔지만 조합의 구체적 사업조건 등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사장은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에 오른 뒤 도시정비사업을 포함한 주택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놓았다.
다만 수주실적 경쟁보다는 준법경영 관련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오 사장은 이에 따라 사업 진행에 위험부담이 덜하고 과열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사업장을 신중하게 골라왔다.
한강맨션 재건축사업은 사업성 측면에서는 서울 한강변 노른자위 땅에 래미안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는 효과 등을 노릴 수 있지만 조합이 사업계획부터 여러 세부사항에서 최상의 수준을 원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사업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보증금 조건이야 삼성물산 건설부문에게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최대 라이벌인 GS건설과 수주경쟁, 사업 진행과정에서 조합과 조율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
한강맨션은 서울 강북지역 전통적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 이촌동에 위치해있는 만큼 재건축사업에서 입주민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강맨션 사업장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최근 재건축, 리모델링사업 전반의 분위기가 그렇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동산이 최대자산인 만큼 주변 단지와 경쟁심리가 크고 재건축 등을 아파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보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와 자재, 시설 등에 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정된 공사비에서 요구조건을 다 수용하려면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운 사업들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오 사장이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보여준 선별적 수주행보를 고려하면 한강맨션 재건축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0년 4월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서 도시정비시장에 복귀한 뒤 도시정비사업 8군데 입찰에 참여해 모두 사업을 따냈다.
래미안 브랜드의 막강한 경쟁력은 물론이고 입찰 단계부터 까다롭게 사업장을 골라온 덕분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한강맨션 재건축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 재건축사업 등 사업성과 입지가 좋은 ‘알짜배기’ 사업 시공권을 노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촌 한강맨션은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0-23번지에 위치한 1971년에 준공한 아파트다.
한강맨션 재건축사업 시행인가 고시에 따르면 한강맨션은 기존 660세대에서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 총 1441가구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이촌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은 29일 입찰을 마감하고 올해 안에 시공자 선정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10월13일 열린 한강맨션 재건축사업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우미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건설사 6곳이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